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인 패키지여행 코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가방을 둘러메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외국 여행객들을 자주 보게 된다. 한류, 국가 브랜드 이미지 상승 등 국외에서 대한민국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홍대, 신촌 등 번화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관광버스. 자유여행객 수요도 늘고 있지만 동남아,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패키지로 오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어 도심에서 만나는 패키지여행 행렬이 이제는 어색하지가 않다. 하지만 가끔 외국인 패키지여행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한국인이 잘 알지 못하는 제품이 한국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팔리고 있고, 왜 이곳으로 투어를 왔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패키지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여행사의 의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텅 빈 홍대거리... 무엇을 보여주는 건가요?

텅 빈 홍대거리를 무리지어 들어가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텅 빈 홍대거리를 무리지어 들어가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토요일 아침. 이른 아침임에도 텅빈 홍대거리에 동남아 패키지 여행팀이 가이드를 따라 홍대거리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다. 식사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그렇다면 젊은이의 거리 홍대를 구경하러 왔을 텐데. 지금 시각은 10시도 되지 않아 대부분 상점은 닫혀 있어 활기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적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여행사에서는 이렇게 이른 시간 이곳 여행을 계획하고 50명이 넘는 여행객들을 데리고 왔을까? 그들의 행렬을 따라 들어간 홍대 골목길에는 굳게 닫힌 상점과 거리를 가득 메운 쓰레기가 전부인 공간이 전부인 이곳을 말이다.

외국인만 입장이 가능한 특산품 판매점

망원동 외국인 전용 쇼핑센터에는 언제나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망원동 외국인 전용 쇼핑센터에는 언제나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평일 오후. 어김없이 망원동 길가 한복판에 관광버스가 가득하다. 볼거리는 아무것도 없지만, 이곳에는 내국인은 알지 못하는 외국인 대상 쇼핑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그 안에서 무슨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지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여행객을 검사하던 직원이 한국인은 입장이 불가능하다며 제지를 한다.

"무엇을 파는데 내국인은 입장이 불가능해요?"
"외국인에게 한국 특산품을 파는 곳입니다. 외국인만 입장이 가능해요."

직원의 제지로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물건을 사서 나오는 여행객을 통해 안에서 어떤 제품이 판매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맛있기로 유명한 김과 한국 고유의 맛 고추장. 열쇠고리와 고가의 인삼까지 여행자 손에는 한국 특산품으로 가득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한 가지. 그들 손에 들린 제품은 한국 특산품은 많지만, 한국인에게 인기가 좋은 제품이 아닌 브랜드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한국인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작은 액세서리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낯선 제품들. 한국인조차 알지 못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한국 특산품이라고 이야기하며 판매하고 있던 것이다.

가이드가 소개하는, 내국인은 모르는 한국 맛집

텅 빈 홍대거리.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쓰레기가 가득하다.
 텅 빈 홍대거리.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쓰레기가 가득하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한남동 뒷골목. 한국사람들은 거의 드나들지 않는 좁은 골목 입구에 정차한 관광버스에서 2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내려 골목 안 한 식당으로 들어간다. 식당 앞 메뉴판에는 한국어와 일본어 그리고 영어로 각종 메뉴가 소개되어 있다. 여행객을 안내하는 여행사 가이드는 한남동을 잘사는 동내며 이 식당이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소개를 하며 여행자들을 식당 안으로 밀어 넣고는 식당 문을 닫아버린다.

삼겹살, 김치찌개, 족발, 심지어 회까지 판매하는 골목 안 식당. 한 메뉴만 전문적으로 해도 맛집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한국에서, 한국인들은 알지도 못하고 각종 메뉴를 팔고 있는 이 식당을 왜 유명한 식당이라 소개하고 이곳에서 음식을 제공하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넋두리) 내국인 이용 패키지여행도 마찬가지이지만 외국인 패키지여행 식사는 여행사 또는 가이드가 업체와 커미션 계약을 하고 이용하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점보다는 커미션을 많이 제공하는 업체를 이용하는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이유로 내국인은 전혀 알지 못하는 식당이 패키지여행자에게는 맛있기로 유명한 식당으로 소개되고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인바운드 여행 서비스 개선이 시급해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명동. 비내리는 날에도 명동을 찾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명동. 비내리는 날에도 명동을 찾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이 외에도 수도권 한적한 모텔에서 잠을 자는 단체 여행객 등 과연 한국을 보여주기 위한 여행을 계획한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여행사의 얄팍한 꼼수인지 절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외국은 관광객 천만 명 시대. 내국인은 물론 관광업계와 각계에서 노력한 결과이기에 그만큼 값진 결과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 수가 증가하는 만큼 관광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질 낮은 서비스와 내국인도 이해할 수 없는 일부 여행사의 일정까지 예전부터 제기된 고질적인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을 찾은 여행객에게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는 업계의 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행은 단순히 휴식과 즐기는 것이 아닌 내가 모르는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 그를 통해 방문 국가를 이해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국가 브랜드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행, #국내여행, #인바운드여행, #한국여행상품, #외국인한국방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