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난할 수록 걸어서 걸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도시, 평지에 세워진 높은 빌딩에 사는 이들이 짓는 죄는 짓지 않을 터이다.
▲ 도시 가난할 수록 걸어서 걸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도시, 평지에 세워진 높은 빌딩에 사는 이들이 짓는 죄는 짓지 않을 터이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이들이 산동네·달동네가 개발되면서 생겼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성냥갑처럼 일률적인 건축의 형태를 보면 답이 나온다. 작은 집들은 포위하듯 내려다보는 고층 아파트도 보인다. 저렇게 개발되면 성냥갑 같은 집에 사는 아이들은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을까.

개발만이 능사가 돼 버린 대한민국, 속내야 어찌됐든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바꿨던 새마을 운동의 망령이 지금껏 대한민국을 옥죄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대한민국의 서울은 황량하다.

단지마다 다닥다닥 붙은 동네풍광을 볼 때만 그런 게 아니라, 하늘 높이 직각으로 솟은 아파트 단지를 봐도 그 황량함은 그대로 느껴진다.

달동네의 흔적을 거닐다 만난 벽화

서대문구 금화아파트에서 바라본 풍광
▲ 도시 서대문구 금화아파트에서 바라본 풍광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재개발을 추진하다 폐가처럼 버려진 금화아파트는 제법 높은 곳에 있다. 그 아파트 단지 아래로 수많은 집들이 밀집해 있다. 골목과 가파른 계단을 통해서 올라다닐 수 있는 집들이다.

금화아파트가 처음 생겼을 때에는 제법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 살았다지만, 이제 그들도 다 떠나고 황량한 아파트만 남아있다. 아파트 아래에 있는 동네는 달동네의 흔적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마음이 따스해 진다. 그들의 그림은 그냥 포장지만 그럴싸하게 감싸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때문이다.
▲ 벽화 마음이 따스해 진다. 그들의 그림은 그냥 포장지만 그럴싸하게 감싸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때문이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계단을 돌고 돌아 올라가는 좁은 골목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벽화
▲ 벽화 계단을 돌고 돌아 올라가는 좁은 골목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벽화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오로지 근력을 이용해서만 올라다닐 수 있는 계단, 다리 아파하며 계단을 올라보지 못한 사람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이와 같지 않을까?
▲ 벽화와 계단 오로지 근력을 이용해서만 올라다닐 수 있는 계단, 다리 아파하며 계단을 올라보지 못한 사람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이와 같지 않을까?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그곳에는 벽화 몇 점이 그려져 있다. 지난 4월에 그려진 것이라는 표시가 있다.

벽화가 없을 때보다 한결 보기가 좋다. 벽화가 그려진 동네들을 찍기 위해 많은 이들이 다녀가 귀찮다고 하시는 동네 주민도 있지만, 사람사는 동네에는 역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저 껍데기만 감싸고, 그 안에 있는 아픔을 감추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유명 화가의 그림은 아니더라도, 저 그림들은 그냥 껍데기만 치장하기 위한 그림이 아니다. 느낌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흘린 물감, 조금만 보듬으면 이렇게 예뻐지듯

바닥에 그려진 하트, 아마도 떨어진 물감을 저리 바꾼 것이리라. 그렇다, 그냥 버려진 인생은 하나도 없다. 어떻게 색을 입혀주고, 가꿔주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인생이다.
▲ 하트 바닥에 그려진 하트, 아마도 떨어진 물감을 저리 바꾼 것이리라. 그렇다, 그냥 버려진 인생은 하나도 없다. 어떻게 색을 입혀주고, 가꿔주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인생이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바닥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의도된 그림이 아니라, 떨어진 물감을 그렇게 처리한 것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떨어진 물감을 그렇게 소외된 상태로 두지 않고,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준 이에게 감사한다.

왜냐하면, 그런 행위를 통해서 수많은 감동의 단편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흉악한 범죄도 잇달아 터지자 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의도하지 않게 바닥에 떨어져 버린 물감과도 같은 존재들이 아닐까. 조금만 보듬었다면, 저들도 저렇게 피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라사랑 청년회가 그린 그림이다. 그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좋은 일을 했다.
▲ 벽화 나라사랑 청년회가 그린 그림이다. 그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좋은 일을 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어린 왕자, 그렇다, 어린 왕자의 꿈이 필요한 곳이다.
▲ 벽화 어린 왕자, 그렇다, 어린 왕자의 꿈이 필요한 곳이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무더운 여름, 푹푹 찌는 더위를 어찌 다 감당했을까 싶다.
▲ 벽화 무더운 여름, 푹푹 찌는 더위를 어찌 다 감당했을까 싶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계단과 골목을 돌고돌아 올라온 길, 보통의 아파트보다도 훨씬 더 많은 계단을 오르고 내려야 올라갈 수 있고, 내려갈 수 있다. 그곳에서 나는 벽화를 만났다. 물론 벽화가 그려졌다고 그들의 삶이 변한 것은 아닐 터. 그럼에도 나는 골목길 벽화를 보면서 따스함의 편린을 줍늗다. 황량한 도시, 그 도시에서 길을 잃음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태그:#벽화, #도시, #사진에세이, #김민수, #새마을운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