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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2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함께 '집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반세기 전 간디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삼각산재미난마을 5인 5색의 마을밴드 1호인 'JB(재미난 밴드)' 멤버들이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동 연습실에서 자신들의 팀 이름 'JB'를 외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JB'의 퍼스트 기타 화성인과 세컨 기타와 보컬 여우, 건반과 기타 보컬 연두, 드러머 훈남, 베이스 옥수수(사진 왼쪽부터)로 구성된 멤버들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밴드이다"고 소개하며 "밴드가 마을과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얼마나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연주로 즐거움이 전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각산재미난마을 5인 5색의 마을밴드 1호인 'JB(재미난 밴드)' 멤버들이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동 연습실에서 자신들의 팀 이름 'JB'를 외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JB'의 퍼스트 기타 화성인과 세컨 기타와 보컬 여우, 건반과 기타 보컬 연두, 드러머 훈남, 베이스 옥수수(사진 왼쪽부터)로 구성된 멤버들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밴드이다"고 소개하며 "밴드가 마을과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얼마나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연주로 즐거움이 전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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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 완벽하면 허전해. 뭔가 쫌 빠져야 돼. '너 박자 틀렸어, 스톱' 하고 고쳐가면서 하는 거지."

지난 7일 오후 9시, 서울 강북구 인수동의 한 주택가.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은 어둠 속에서 40, 50대 다섯 명이 동굴 같은 지하 합주실에 모였다. 이들은 마을밴드, '재미난 밴드'다. 멤버는 연두(정준애), 여우(차재혁), 화성인(박승환), 옥수수(이창수), 훈남(김남훈). 58년 개띠인 훈남을 빼고 나머진 70년 개띠 동갑내기다. 기타 줄을 튕기고 마이크를 잡는 게 아직은 어색하지만 눈빛만은 전문가 못지않게 진지하다.

노조 활동가, 지하철 기관사, 학원 원장, 자영업자, 사회복지사 등 직업도 천차만별. 박자도 틀리고 음정도 안 맞고 곡 선정하는 데에도 티격태격. 밴드는 5인 5색의 눈으로 굴러간다. 전문 음악인은 아니지만 노래 좋아하고 악기 다뤄보고 싶은 욕구에 밴드는 지난해 11월, 이곳 지하실에 둥지를 텄다.

1998년 돌봄 공동체로 시작... 법인 회원 150여 명, 커뮤니티 13개

삼각산재미난마을 밴드 1호인 'JB(재미난 밴드)' 멤버들이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동 연습실에서 YB의 '나는 나비' 곡을 연습하고 있다.
 삼각산재미난마을 밴드 1호인 'JB(재미난 밴드)' 멤버들이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동 연습실에서 YB의 '나는 나비' 곡을 연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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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의 리더 연두는 "음악은 즐기는 사람의 몫"이라면서 "누군가 봐주니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좋으니까 이 늦은 밤에 나온 거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 연두는 "우리가 어렸을 때는 피아노도 기타도 못 배우고 살았지만 저희같이 기회가 없어서 주저했던 사람들에게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면서 "저희의 즐거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됐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이날 야식 배달을 왔던 중국집 사장은 "배달 왔다가 밴드의 팬이 됐다"며 "일이 없을 때엔 지하에 내려와 밴드 공연을 엿보기도 한다"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사장은 이날 재미난 밴드에게 군만두와 고량주까지 서비스하는 '팬심'을 보여줬다.

40~50대 아줌마, 아저씨들을 '밴드'로 이어준 것은 이 지역 대안학교, '삼각산재미난학교(재미난학교)'다. '훈남'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멤버의 아이들은 재미난학교 출신이다.

재미난학교의 역사는 1998년에 형성된 돌봄 공동체, '꿈꾸는 어린이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아이들이 자라 초등학교에 갈 때가 되자, 결국 대안 초등 교육기관을 세웠다. '아이들은 재밌게 놀아야 한다'는 뜻에서 이름은 '재미난학교'라고 지었다. 이렇게 시작된 학교는 지난해 5월 사단법인 '재미난마을' 설립으로 이어졌다.

마을은 4·19 국립묘지를 중심으로 남북 3.5km, 동서 2km에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강북구 우이동, 인수동, 수유동을 아우르지만, 이 지역 안에 사는 사람 모두가 마을 주민은 아니다. '재미난마을' 법인 회원은 150여 명. 이들은 총 13개의 마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재미난 밴드', 10대에서 40대로 구성된 '백세밴드', 마을카페 '재미난 카페'. '마을 목수 공작단' 등이 그 예다.

"마을에 살지 않았다면, 제 삶은 없었을 것"

삼각산재미난마을의 꿈꾸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김태균 어린이가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재미난 카페 유리벽에 친형이 만든 작품이 걸려있자,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삼각산재미난마을의 꿈꾸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김태균 어린이가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재미난 카페 유리벽에 친형이 만든 작품이 걸려있자,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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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금토끼)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재미난 카페에서 마을 학부모와 함께 아이들이 요술항아리 워크샵을 통해 만든 작품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재미난마을의 재미난 카페는 법인 회원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며 마을 주민들에게 모임의 공간과 다양한 마을강좌(사진, 타로, 와인, 명상)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박성연(금토끼)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재미난 카페에서 마을 학부모와 함께 아이들이 요술항아리 워크샵을 통해 만든 작품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재미난마을의 재미난 카페는 법인 회원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며 마을 주민들에게 모임의 공간과 다양한 마을강좌(사진, 타로, 와인, 명상)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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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은팬더)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재미난 카페에서 일일 자원봉사자로 나와 카페 청소를 하고 있다.
 김정욱(은팬더)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재미난 카페에서 일일 자원봉사자로 나와 카페 청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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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재미난마을의 김규태, 김태균 학생이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재미난 카페에 비치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를 마친 학생들은 카페에서 일일 자원봉사가 유기농 식품으로 만들어준 간식을 먹으며 책도 보고 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삼각산재미난마을의 김규태, 김태균 학생이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재미난 카페에 비치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를 마친 학생들은 카페에서 일일 자원봉사가 유기농 식품으로 만들어준 간식을 먹으며 책도 보고 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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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재미난학교'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주민들이 많다. 입시 경쟁이 아니라, 협동과 놀이를 통한 대안 교육을 지향하는 학부모들이다. 주로 연극과 독립영화 등 문화예술,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많다. 7일 오후 마을 사랑방인 '재미난 카페'에서 만난 김정욱씨(은팬더, 41) 가족도 4년 전 아이들 교육 때문에 마을에 들어왔다.

현재 큰 아들 규태(9)는 재미난학교에, 작은 아들 태균이(7)는 꿈꾸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아빠 김정욱씨는 어린이집의 부모 대표를 맡고 있고, 엄마 박성연(금토끼, 40)씨는 마을 엄마들의 동화창작동아리 '요술항아리'를 이끌고 있다.

2008년 이사 온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마을 사람들을 배려하게 된 것이다. 박성연씨는 "이사 오기 전에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 몇 명하고만 만났다면 여기서는 주변 이웃을 모두 생각하게 된다"며 "하기 싫은 일이라도 이웃집 맞벌이 부부를 위해 대신 해주면, 내가 급할 때 언젠가는 돌려받더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 동네에서는 경쟁 대상으로만 보이던 다른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며 "다른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재미난학교는 현재 초등교육만 담당한다. 박씨는 요즘 이를 중등교육까지 확대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박씨는 대안 교육이 자신을 바꿔 놓았다고도 말했다. 아이들을 입시 경쟁에 내몰았다면 자신도 아이 교육에만 매몰됐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박씨는 두 아이를 대안 학교를 보낸 뒤 마음 편하게 자신의 삶을 찾게 됐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 살지 않았다면) 아이들한테 올인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 거예요. 아이를 다그치고, 아마 제 삶은 없었겠죠. 지금처럼 남편과 인생과 사회에 관해 논할 수 있었을까요?"

아빠 김정욱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퇴직하고 지난해부터 '마을살이'에 전념하고 있다. 전에는 마을에 살아도 잠만 잤다. 마을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기존의 생활 시스템에 익숙한 그에게 베풀고 나누는 삶은 쉽지 않았다. 마을살이 1년 만에 어린이집 부모 대표가 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과의 난장토론도 그 중 하나다.

김씨는 "대안 교육을 직접 선택한 사람들이라 철저하게 가치 지향적으로 사고한다"면서 "의사결정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든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재미난 카페의 자봉(자원봉사) 당번이었다. 카페는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데, 카페 매니저는 오후 8시에 퇴근한다. 오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나와 카페의 하루를 정리한다.

"옆집 엄마, 다른 아이들이 어떤 재능 갖고 있는지 다 안다"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동 삼각산재미난마을 작은도서관 함께놀자에서 마을 사진 수업에 참석한 남동일 학생과 루시아가 서로 찍어준 사진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동 삼각산재미난마을 작은도서관 함께놀자에서 마을 사진 수업에 참석한 남동일 학생과 루시아가 서로 찍어준 사진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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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동 삼각산재미난마을 작은도서관 함께놀자에서 마을 사진 수업에 참석한 남동일 학생과 루시아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동 삼각산재미난마을 작은도서관 함께놀자에서 마을 사진 수업에 참석한 남동일 학생과 루시아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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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재미난마을에서 '카페 521'을 운영하는 사진작가 김성곤(고니)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동에 위치한 작은도서관 함께놀자에서 재능기부로 학생들에게 사진 수업을 하고 있다.
 삼각산재미난마을에서 '카페 521'을 운영하는 사진작가 김성곤(고니)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동에 위치한 작은도서관 함께놀자에서 재능기부로 학생들에게 사진 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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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마을에서는 손이 남는 사람들은 '자봉'으로, 재능이 있는 이들은 강의로 '나눔'을 실천한다. 마을카페 '재미난 카페'와 마을 도서관 '작은 도서관' 등 커뮤니티 공간 곳곳에서는 동아리 혹은 강의들이 수시로 이어진다. 현재는 타로, 목공, 사진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작은 도서관 '함께 놀자'에서는 마을 사진 수업이 열렸다. 매주 월요일, 화요일에 열리는 이 수업을 듣는 사람은 5명이다. 이 날은 남동일(15살)군 한 명만 참석했다. 나머지는 폭염 때문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성인 사진 수업을 듣는 루시아(62)가 함께 했다. 남군은 자신이 만든 지하철 모형을 모델로 삼아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댔다. 사진 강사 김성곤(고니, 44)씨는 남군의 흔들리는 초점을 보며 디카 조작을 도왔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김씨는 지난해 재미난마을로 왔다. 김씨는 사진 특강의 초점을 수업이 아닌 놀이에 맞추고 있다. 김씨는 "사진은 가르치는 과목이 아니라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라며 "아이들이 사진을 많이 찍어서 서로 얘기를 많이 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근 우이초등학교에서도 방과 후 수업을 맡고 있다.

김씨는 "강남에 살 때는 한 달에 500, 600을 써도 부족했는데 마을에 들어오니 수입은 적지만 쓰는 데 부족하지가 않다, 사는 데 큰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수입이 줄어든 만큼 서로 재능과 자원을 나누며 함께 살기에 돈 씀씀이가 줄게 된 것이다.

이날 재미난 카페에서 만난 닉네임 '파인애플'도 동영상을 편집했던 경험을 살려 재능을 나눈다. 파인애플은 "옆집 엄마가 뭘 할 줄 아는지, 다른 아이들이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속속들이 다 안다"며 "시간을 내서 이런 공동 공간에서 재능을 나누면 사는 데 생동감이 생긴다"고 웃어보였다.

'있다'에서 '人'이 나서서 '잇다'로... 마을의 중심은 사람

이상훈 삼각산재미난마을 사무국장.
 이상훈 삼각산재미난마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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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재미난마을 사무국장(산나물, 44)은 "자본주의는 집단을 싫어한다, 소비자들이 연대하지 못하게 개별적으로 만든다"며 "마을은 정반대로 뭉쳐야 되고, 서로 돕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재능 나눔이 중요하다. 일회적인 소비 시스템과 차별화된, 나눔의 순환을 이루는 재미난마을의 핵심 요소다.

"재능이 있어도 일터에서 돈 받고 팔았지 마을에서 이웃과 나누는 경험이 없었어요. 마을에서 서로 할 줄 아는 사진, 풍물, 목공 기술을 나누기 시작하니까 '나도 이런 거 할 줄 아는데….' 하면서 인적 자원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원래 다 갖고 있던 거예요. '있다'에서 쌍시옷인 '사람'이 나서서 '잇다'로 관계를 만든 것뿐이에요. 존재하는 것(있는 것)을 사람이 이어서 지금의 마을을 만든 거죠."

이 국장은 10년 넘게 노동 운동을 했다. 그동안은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다소 추상적인 이상을 꿈꿨다면, 마을살이를 하면서는 보다 구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 마을목수공작단을 운영하고 있는 이 국장은 "같이 망치 두드리면서 다른 부모들과 아이들 이야기 나누며 공감대를 만든다"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마을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난마을은 돌봄에서 시작해 교육 그리고 생활, 문화 공동체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시작된 공동체가 자신의 삶을 바꾸는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미난마을의 2.0은 어떤 모습일까. 이상훈 재미난마을 사무국장은 말한다.

"마을의 지속 가능성은 사람에 달렸습니다. 사람들을 조직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거든요. 근데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보통의 청소년, 아줌마, 아이들이 그걸 할 수 있게끔 자꾸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해요."

사람을 이어 만든 재미난마을의 업그레이드, 다시 사람에서 시작된다.

'은팬더', '고니'... 별명 쓰는 마을 사람들
'은팬더가 오늘 카페 마감이야?'
'고니, 오늘 복날인데 삼계탕 먹었어?'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름들이 재미난마을 사람들의 입에 붙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부른다. 형, 언니, 누나 등의 호칭은 물론 존댓말도 쓰지 않는다. 마을에서는 왜 이런 별명을 쓰게 된 걸까?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서 16년간 마을살이를 하고 있는 유창복 사단법인 마을 대표는 그 기원을 공동보육에서 찾는다. 아이들이 보육교사를 부를 때 '선생님'하고 부르면 하고 싶은 말을 꺼릴 수 있다. 대신 교사에게 별명을 붙여 "00아 나 지금 화장실 가고 싶어"라고 말하면 자기표현이 자유로워진다. 별명을 통해 교사와 아이 사이의 경계를 없앤 것이다. 그러다 부모들도 교사와 대화를 나눌 때 '선생님', '어머님'하기 어색해 부모에게도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별명은 서로를 대등한 관계로 만들어준다. 재미난마을의 김효숙(호랑이)씨는 "사회였다면 장난치거나 편하게 이야기하기 힘들었을 관계가 별명 덕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며 "저보다 나이 드신 분들도, 아이들도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별명을 얻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별명이 '짱가'인 유창복 대표는 아내가 짱아, 아들이 짱구라는 별명이 붙게 되자 어쩌다보니 짱가가 됐다. 아이들이 직접 별명을 지어주는 경우도 있다. 김효숙씨는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단어들이 별명에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태그:#재미난 마을, #마을공동체, #재미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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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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