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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7월부터 12월까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하초마을 숲 한 부분. -2012.8.4
 하초마을 숲 한 부분. -2012.8.4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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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초마을 숲에는 돌탑과 선돌, 거북모양의 자연석 돌도 있다.-2012.8.4
 하초마을 숲에는 돌탑과 선돌, 거북모양의 자연석 돌도 있다.-20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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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폭염 속, 8월 4일 진안으로 향했다. '생명의 숲-아름다운 숲 우수상(2005)'을 받은 '진안 하초마을 숲'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전주에서 하초마을 가는 길. 차창으로 오이를 주렁주렁 매단 채 누렇게 말라 버린 오이줄기가 잔뜩 서 있는 오이밭이 스치듯 사라졌다. '저렇게 많이 심은 걸 보면 내다 팔려고 심은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바짝 말라버린 토란들과 누렇게 말라버린 또 다른 작물들이 다가왔다 사라지곤 했다. 마음이 편치 못했다. 폭염 속에서 가뭄과 싸울 친정 부모님만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초마을 이장님이 알려준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 달렸는지라 어렵지 않게 하초마을 이정표 앞에 이르러 내비게이션이 알려 주는 대로 우회전을 해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한순간 '잘못 왔나?' 싶었다. 멀리서도 지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것 같은 집 몇 채와 가축을 키우는 축사 정도로 보이는 까만 비닐하우스만 보일 뿐. 최소한 200년은 넘었을 전형적인 시골마을도, 상까지 받을 정도로 특별해 보이는 숲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잘못 알려준 것 같네? 더위 먹었나? 하초마을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일단 가보기나 하자 싶어 조금 더 달리자 한순간 눈앞에 울창한 숲이 나타났다. 아마도 족히 100년은 자랐을까 싶을 정도로 굵디굵은 고목들이 하늘을 향해 쑥쑥 솟듯 자란, 보는 것만으로 시원한 녹음 울창한 숲이.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그런 숲이.

하초마을 숲 입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조금 전 하초마을 이정표 앞에서 잘못 왔나보다고 어리둥절하며 헤맸던 이유를 알게 됐다. 숲이 하초마을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정표가 있던 큰 길에서 보면 숲도 산기슭 어디이거나 산 한 부분으로만 보일 뿐, 사람이 사는 마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마을을 가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숲 입구에 이르러서도 하초마을은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수백 년 자란 나무와 어우러진 하초마을

사실 하초마을 숲을 만나기 전까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조성된 마을 숲이라 그다지 넓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숲은 무척 넓었다. 커다란 나무 그늘이 주는 차분함과 시원함에 이끌려 여기저기 눈가는 대로 왔다 갔다 하며 잠시 숲을 살피는데, 옷과 등 사이로 바람이 끊이지 않고 스쳐 보통 시원한 것이 아니었다.

숲을 훑는 사이 숲이 바람을 불러 자꾸 붙들었다. 햇볕 한줌 들지 않고 바람이 시원한데다가 낮잠 자기 좋은 오후 두시 무렵. 숲 입구에 있는 정자의 목침이 자꾸 아른거렸다. 그 목침을 베고 낮잠을 자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간신히 유혹을 털고 운전을 해준 사람에게 낮잠 좀 자고 있으라며 하초마을을 향하면서도 보통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좀체 보이지 않던 하초마을은 숲을 벗어날 무렵에야 보이기 시작했다. 숲과 마을이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마을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가 신기해 뒤돌아보니 마을과 숲으로 난 길이 살며시 굽고 다시 굽었다. 그러니 숲 입구에서까지 마을이 쉽게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마을을 향해 반절쯤 갔을 때야 수백 년은 자랐을 커다란 마을나무의 줄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가 자랐던 마을에는 어느 시골 마을에나 예사로 있는 그런 마을나무가 없었다. 때문에 커다란 마을나무가 있는 마을들이 늘 부럽곤 했다. 그런 나무가 있는 마을 사람들은 어지간한 일로는 눈을 부라릴 일 없이 웃으며 살지도 모른다는, 여름에 그 나무그늘 아래 모여 땀을 식히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그림 같은 풍경을 막연하게 그리며.

때문일까. 수백 년은 족히 되었을 커다란 나무가 있는 하초마을이, 나무그늘 아래 쉬고 있는 마을사람들이 있는 풍경의 하초마을이 오래전부터 자주 만났던 것처럼 무척 친근하고 다정다감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진안 하초마을과 수령 300년된 보호수-2012.8.4
 진안 하초마을과 수령 300년된 보호수-2012.8.4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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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수 나무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하초마을 사람들-2012.8.4
 보호수 나무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하초마을 사람들-2012.8.4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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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로 빙 둘러 있기 때문에 겨울에도 바람이 별로 없어. 풍수 재해 한 번 없는 마을이고. 무척 살기 좋은 곳이지. 한 가지 물이 좀 부족한 편인데, 그래도 살기에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마을이야. 옛날에 말이야.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자꾸 생겨 어떤 도사가 마을 앞에 나무를 심으면 괜찮다고 해서 심었대. 그런데 왜정(일제강점기) 때 일본 놈들이 숯을 만든다고 굵고 좋은 나무들을 잘라버렸어. 그때 베어버린 나무둥치에서 싹이 나 자란 것들이 저렇게 컸어. 베어지지 않고 살아남은 것들도 있고. 그러니까 70~80년 넘게 자란 나무들이지. 숲 둘러봤지? 어때? 우리 마을 숲 좋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야. 그래서 상도 탔잖아." (하초마을의 83세 어떤 노인)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마을 어르신들께 큰소리로 인사를 한 후 노거수 앞에 세워진 표지석의 설명을 읽어 보니 수령 272년 된 느티나무로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그러니까 올해로 꼭 300년 된 나무다.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자 우리가 걸어온 길을 향해 앉아 쉬던 할아버지가 활짝 웃으며 반겼다. 그 할아버지(83세)는 하초마을 숲을 이처럼 설명해줬다.

노인이 말하는 도사는 누구일까? 노인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사실 내가 탐방하고 싶은 전국의 수많은 숲 중 진안 하초마을 숲을 선택한 이유는 무척 단순했다. 이왕이면 내가 자란 전라도 쪽의 숲들을 우선 소개하겠다는 그런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숲으로 향하려니 숲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조금이라도 미리 알고 가는 것과 전혀 모르고 가는 것과 그 차이가 클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초 숲 마을은 조선 중엽에 도선 국사가 마을뒷산을 보고 마치 말이 풀을 뜯는 형구와 같다고 하여 지역에 따라 상초, 중초, 하초로 불렀으나 지금은 상초와 하초만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하초 숲은 '새내숲'이라고도 부른다. 일제 때 숲의 나무를 베어 쓴 다음에 마을에 연달아 불이 남으로 해서 다시 마을 숲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하초 숲의 수종은 활엽수가 주를 이루는데 느티나무 92, 상수리나무가 43, 리기다소나무 33, 떡갈나무 5그루이다 (박재철, 이상훈 2002년 조사 '진안마을 숲 복원 매뉴얼') 

하초마을 숲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글 대부분에서 조선중엽에 도선 국사가 마을을 지나다가 마을의 형상을 보고 하초마을이라 이름 지었다는 부분이 공통적으로 보였다. 이처럼 공식적인 글도 보였다. 그런데 이는 아무래도 오류다. 글을 보아 풍수사상과 직결되고 있는데, 전국의 산하를 돌며 그곳의 형세에 따라 이름을 짓거나 일종의 비방을 제시한, 우리에게 풍수사상으로 유명한 도선 국사는 신라 말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 숲 좋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야"

하초마을 가다가 중간쯤에서 본 하초마을 숲. 바깥 세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입구까지. 숲은 바깥세상으로부터 마을을 완벽하게 가린다. -2012.8.4
 하초마을 가다가 중간쯤에서 본 하초마을 숲. 바깥 세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입구까지. 숲은 바깥세상으로부터 마을을 완벽하게 가린다. -20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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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초마을 마을 보호수 그늘아래에서 본 하초마을 숲-2012.8.4
 하초마을 마을 보호수 그늘아래에서 본 하초마을 숲-2012.8.4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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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말대로 하초마을의 주변은 모두 산이다. 사방 눈 닿는 곳마다 산봉우리다. 숲 입구에 서 있는 표지석 둘 중 하나는 하초마을 숲이 2006년에 아름다운 숲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안문화원의 숲 설명(2010년 기준). 진안문화원의 설명에 보면 '마을 앞 우백호가 마치 칼처럼 뻗어 내린 형국이 불길하다고 보아 그 앞을 흐르는 도랑 양안을 따라 좌청룡 기슭에 이르기까지 큰 규모로 조성된 숲이다'고 되어 있다.

진안문화원의 이 말이 맞지 싶다. 숲 안에는 도랑이 있다. 오래전에 시멘트로 정비한 듯하고 때문에 오래전의 유적에서 느낄 수 있는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또 물이 흐른 흔적조차 없을 정도로 바짝 말라버려 '정말 이게 도랑인가?' 싶기도 했지만.

여하간 마을의 안녕을 바라며 심어진 나무들은 울창하게 자라 마을을 가리게 된다. 얼마나 울창했던지, 일제강점기 때 일본 경찰들이 진안 일대를 뒤지고 다녔는데, 하초마을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정도였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하초마을 숲을 '새내숲'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이때 생겨난 말이란다.

'못생긴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당시(일제강점기) 굵고 탐스럽게 자라난 나무들은 노인의 말처럼 숯을 만들 목적으로 무참하게 베어지는 수난을 겪고 만다. 그러자 마을에 불이 연이어 나는 등 좋지 않은 일들만 자꾸 터진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심고, 못생겼기 때문에 살아남은 나무들을 정성스럽게 가꿈으로써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빨치산으로부터도 마을 사람들이 안전했다고 한다. 노인의 말을 듣고 있던 또 다른 노인이 옆에서 말을 거든다. "빨치산 때문에 이 마을로 왔다가 아예 눌러앉아 사는 사람들도 있어, 빨치산이 아주 안 건드렸다는 것은 아니고, 말하자면 다른 마을이 당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다는 거야"라고.

이러니 마을 사람들에게 숲이 고맙고 신령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오래전의 마을사람들은 해마다 이처럼 고맙고 은혜로운 숲에 지성으로 제사를 지내곤 했다고 한다. 지금의 마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해마다 정월 초사흗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참여하는 정성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숲에는 수많은 세월동안 마을 사람들이 때론 재물을 정성스레 바치며 가족 누군가의 건강과 안녕을 빌고 빌었을, 그리하여 마을사람들의 간절한 염원과 애원이 깃들었을 돌탑과 선돌이 있다. 마을에 복을 준다는 자연석으로 된 거북바위도 있다. 숲에 대한 명성만으로 찾아가 나무와 숲의 분위기에만 미치다보면 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을 정도로 돌탑과 선돌은 아무런 표식 없이 나무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다는 것을 알고 가시도록!

아마도 노인은 하초마을 숲이 무척 자랑스러운가 보다. 눈을 반짝이시며 숲과 마을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세 번이나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라고 상까지 탔다, 서울에서 많은 대학생들이 숲을 보러 온다, 신문사에서도 오고 방송국에서도 오고 대학교수와 박사도 온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사방에 산이 둘러있기 때문일까. 마을 숲의 음덕일까. 아님 느티나무가 300년 동안 자라며 크고 작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을 만큼 온화한 마을이기 때문일까. 하초마을이 친정 부모님이 살아계신 마을처럼 푸근하고 편안하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30여 분 전에 만난 마을사람들이 고향마을 어르신들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어르신들께 막걸리 몇 병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동네 점방(구멍가게)이 어디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늙은이들만 살아 타산이 맞지 않아 가게가 없어졌다"며 진안읍내에 나가야만 있단다. 아쉽게도 말이다. 노인의 말에 객쩍어져 마을에 대해 좀 더 물으니 22~23가구에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 하나가 유일하다며 허탈한 듯 웃으시는 바람에 그만 더 멋쩍어 지고 말았다.

그런 노인에게 인사를 한 후 땡볕을 걸어 숲으로 다시 가 숲과 나무들을 맘껏 만났다. 숲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마음에 드는 나무가 있으면 팔을 벌려 안아도 보고, 입을 크게 벌려 나무들이 내뿜는 공기를 배가 볼록하도록 마셔도 보고,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고 앉았다 날아가는 잠자리를 따라가 보기도 하면서.

단풍철에 다시 만나고 싶은 숲과 마을 사람들

하초마을 숲은 무척 넓다. 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원하다. 그럼에도 모기 한마리 없는 것이 신기했다. -2012.8.4
 하초마을 숲은 무척 넓다. 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원하다. 그럼에도 모기 한마리 없는 것이 신기했다. -20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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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초마을 숲 목침 5개가 놓여 있던 정자-2012.8.4
 하초마을 숲 목침 5개가 놓여 있던 정자-2012.8.4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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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의 마을 숲은 넓은 들판에 섬처럼 떠서 하초마을을 완전하게 가려주던 예전과 좀 많이 다르다. 십 수 년 전 숲 입구에 인근의 용담댐(노인에 의하면 직선거리 200미터쯤에 있다고) 건설 때문에 생겨난 이주민(수몰민) 여섯 가구가 집을 짓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숲 입구 오른쪽(마을로 들어오는 방향 기준)에 양계장이 있어서 그곳을 지나는 순간 닭똥 냄새가 심했다.

실정이 이렇고 보니 하초마을 숲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이들 때문에 숲의 경관이 훼손되고 옛 기능을 잃었다며 없애자고 곁눈질 하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양계장도 수몰민들의 집도 하초마을 숲이 아름다운 숲 상을 받기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들과 상관없이 하초마을 숲은 숲이 지닌 가치만으로 하초마을 사람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 제대로 보존해 후손들 누구라도 숲에 깃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숲으로 선정된 것이다.

수몰민들이 깃든 숲 입구 땅이 마을 공동 소유라는 말도 들린다. 그렇다면 하초마을 사람들이 고향은 이미 물속으로 사라지고 없지만, 조금이라도 고향 가까이 머물고 싶은 수몰민들을 안아줬다는 이야기다. 오래전부터 하초마을 숲과 나무들이, 하초마을의 늙은 느티나무가 하초마을과 마을사람들을 세상의 풍파로부터 지켜주고 안아준 것처럼.

'아마도 마을 사람들이 이처럼 후덕한 아량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랜 세월 나무와 숲과 동고동락하며 살아왔기 때문 아닐까? 숲이 지금도 끊임없이 마을 사람들을 이기심으로부터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자신(숲)을 위한답시고 갈 곳 없는 이웃들을 야박하게 쫒아냈다면 숲은 일제강점기 때처럼 화를 내지 않았을까?'

마을 숲 정자에 있는 목침을 베고 1시간이 다 되도록 낮잠을 즐기고 있는 운전수(?) 옆에 누워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꿀맛처럼 달디 단 낮잠에서 깨어나니 어느덧 4시. 멀리 보이는 돌탑을 향해 단풍철에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하초마을 숲을 나섰다.

하초마을 숲길에 세워진 표지석. 하나는 아름다운 숲상, 하나는 진안문화원의 숲설명.-2012.8.4
 하초마을 숲길에 세워진 표지석. 하나는 아름다운 숲상, 하나는 진안문화원의 숲설명.-2012.8.4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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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초마을 숲 한 부분. 숲 여기저기 자동차 등과 비료 등이 쌓여 있어서 아쉽다.-2012.8.4
 하초마을 숲 한 부분. 숲 여기저기 자동차 등과 비료 등이 쌓여 있어서 아쉽다.-20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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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여: 길을 떠나기 전 하초마을에 대해 대략적인 검색을 했다. 고향(김제)과 가까운 마을 숲이라 우선 만나고 싶은 곳으로 선택했을 뿐인데, 하초마을과 숲만으로 (<마을 숲과 참살이>(계명대학교출판부))란 책이 나오고, 여러 사람들이 논문을 쓸 정도로 가치가 높은 마을 숲이었다. 때문인지 몇 년 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뻔(?) 했다. 그런데 '문화재로 지정되면 재산권을 제한 받는다'는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고 한다.

하초마을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것을 반대한 마을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됐다. 그런데 하초마을 숲을 만나고 온 후 하초마을 숲이 주민들의 반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못했음이 아쉽기만 하다. 아쉽고 안타깝게도 숲은 여기저기 세워둔 자동차와 경운기와 농자재, 파란 비닐 포대로 덮어둔 것들(아마도 비료)로 어지러웠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더라면 이처럼 숲에 자동차나 경운기를 세운다든지 쓰고 남은 비료가 바람에 날리게 아무렇게나 놓는 일은 최소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꽤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있던데, 명찰이 없어 앞에 있는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없는 것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든 한번 가보라 말해주고 싶은 진안 하초마을 숲이다. 하초마을 숲에 가려면 전주에서 진안행 버스를 타고(약 40분소요) 진안시외버스터미널(Tel:063-433-2508)에서 내려 정천행 버스를 타고 하초마을에서 내리면 된다(약 10분소요) 읍내와 가깝고 많이 알려졌기 때문인지 읍내에는 하초마을을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비게이션에는 마을회관 주소 '전북 진안군 정천면 월평리 95-1'을 입력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태그:#하초마을 숲, #진안 하초마을, #생명의 숲, #보호수, #정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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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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