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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2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함께 '집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반세기 전 간디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23일 오전 8시]

'도시에서 무슨 마을이야?', '먹고 살기도 바쁜데 공동체는 무슨….'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자, 일각에서 나온 비아냥 섞인 반응이다. 지난 3월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조례를 공포한 서울시는 지난 5월 '주민주도'의 35개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도 '마을공동체'가 가능할까. <오마이뉴스>는 2012년 8월의 '서울 마을 지도'를 그려보았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사단법인 마을(대표 유창복)'이 현재 진행 중인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례를 입수해 주민주도·민관협력 중심으로 정리했다. 그 결과 총 92개의 '마을공동체'를 추렸다. (사)마을은 9월 중으로 개관 예정인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의 위탁 운영을 맡은 곳이다.

'마을지도' 그려보니... 92개 씨앗 모습 '천차만별'

이번 지도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콘크리트 섬이라 불리던 서울에서도 마을공동체의 씨앗이 곳곳에서 싹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92개 씨앗의 양태는 천차만별이었다. 마포구 성미산 마을, 강북구 삼각산재미난마을처럼 '공동육아 공동체'로 시작해 현재는 대안학교, 마을카페, 밴드, 극단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종합공동체'가 있는가 하면, 성북구 장수마을, 은평구 산새마을처럼 낙후된 '달동네'를 '주거재생사업'을 통해 살려내는 사례도 있다.

아파트에서도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임대아파트 단지에서는 임차인 대표자 회의를 중심으로 문화학교, 마을도서관 등을 준비 중이고, 송파구 파크리오 아파트에서는 주부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져 벼룩시장, 음악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금천구의 남문시장, 종로구의 통인시장, 강북구의 수유마을시장은 대형마트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잘나가는' 대표적인 재래시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인 문전성시(門前成市) 프로젝트가 진행된 이들 시장은 문화예술공간이자,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이곳 시장 상인들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기타, 노래, 무용 등 동아리 활동을 하며 유대를 단단히 하고 있다. 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거점이 된 것이다.

영등포구 달시장, 금천구 무지개 벼룩시장, 구로구 오류골 어울림 벼룩시장, 강동구 자마장 나눔장터 등 '마을장터'에서는 중고 물품을 가져와 내다 판 수익으로 지역의 저소득층을 위해 기부하는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을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도 눈에 띈다. 동작구 성대골 마을이 대표적이다. 2010년 10월 개관한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을 시작으로, 지난 4월에는 방과후 대안학교인 성대골마을학교가 문을 열었다. 에너지 자립마을을 꿈꾸며 '성대골절전소' 운동도 벌이고 있다. 2000년 대조초등학교 어머니회와 지역 주민들이 어린이 도서관 설치를 제출하면서 시작된 은평구 마을n도서관은 다문화 가정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지난해 8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공간인 '작공'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의 빈 공간을 활용해 함께 텃밭을 가꾸고 이웃의 정을 나누는 '마을텃밭'도 빼놓을 수 없다. 아파트와 자치회관 옥상은 이제 마을텃밭으로 변신하고 있다.

은평·성북·강북·노원은 '촘촘'...강남·서초·중구는 '띄엄'

이제 지역별로  살펴보자. 서울의 북쪽인 은평, 성북, 강북, 노원구는 마을공동체씨앗이 튼튼해 보인다. 먼저 북서쪽 끝인 은평구는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지역으로 서민들과 저소득층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신사동 산새마을(두꺼비하우징), 갈현동 갈곡마을과 골목상상마을, 역촌동 역마을공동체, 대조동과 갈현동의 마을n도서관 등 마을이라는 단어가 붙은 자치구내 센터와 조직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은평구는 지난 6월 마을만들기 지원조례를 제정해 마을공동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수마을'로 유명한 성북구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가장 활발한 자치구 가운데 하나다. 2010년 김영배 성북구청장 취임 이후, '마을만들기'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마을만들기 지원조례가 통과되는가 하면, 12월에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센터장 남철관)가 문을 열었다. 지난달 19일에는 주민공모를 통해 27곳의 마을만들기 지원 대상 사업을 선정했다.

강북구 삼각산재미난마을은 1998년 공동육아 협동조합에서 시작해 마을목수공작단, 재미난밴드, 백세밴드, 작은도서관 '함께놀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인수동에는 교회공동체인 '아름다운 마을', 번3동에는 '해모로 아파트 공동체'가 있다.

도봉구는 구청과 주민들이 협력해 '함께Green마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방학2동과 창4동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또한 방학천을 중심으로 수변형 마을만들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다세대 저층주택 중심의 '방아골 마을'에서는 '골목문화제'를 여는가 하면, 방학동 도깨비 시장에 버려진 목재를 이용해 재활용품을 만드는 '도깨비방'을 운영하고 있다.

마포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마을공동체인 성미산 마을 이외에도 성산동 무지개 육아사랑방, 가제트공방마을, 신수동 신수철리, 염리동 염리창조마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당인리발전소 앞 카페 커뮤니티인 '어느 날 골목'은 2년째 아트페스티벌 '오월 어느 날'을 열고 있다.

노원구는 다채롭다. 공동육아협동조합 '통통 어린이집', '옹달샘 친구들 방과 후'와 북카페 '마을'을 운영하는 '노원골사람들'을 비롯해 상계동에만 '노원 나눔의 집', '함께걸음의료생협', '마들주민회'등의 공동체가 있다. 공릉동 꿈마을, 중계동 간지마을. 백사마을 등 노원구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의 한 가운데인 종로구, 용산구, 성동구에도 마을공동체가 눈에 띈다. 먼저 종로구. 사직, 청운, 효자, 부암, 평창동 일대를 아우르는 서촌마을공동체 '품애'에서는 마을 학교 준비활동인 방방 프로젝트, 마을 골목에 텃밭과 의자를 만드는 나무재생 프로젝트, 착한잔치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가희동, 계동, 삼청동 일대에는 북촌한옥마을이 있다.

용산구에는 주거협동조합인 '해방촌 빈집', 원효로일대를 중심으로 조합원 500여 명을 보유한 용산 생활협동조합, 이태원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된 '이태원주민일기'가 있다. 성동구는 금호동 '보물단지'와 '논골마을', 마장동 축산물 시장의 '고기 익는 마을', 행당동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성수동 '수제화타운' 등 동 단위의 마을공동체가 있다.

지도에서 눈을 서쪽 아래로 돌리면 금천, 영등포, 구로구가 보인다. 금천구에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주머니 텃밭과 상자 텃밭을 일구고 독거노인 생신 파티를 여는 시흥동 '암탉이 우는 마을'이 있다. 영등포구 문래동예술창작촌은 대학로, 홍대 등에서 활동하던 젊은 예술가들이 정착한 곳으로, 이들 예술가들은 지역 주민과 도시농부학교를 열고 '마을 텃밭'을 가꾸고 있다. 구로구는 구로동커뮤니티와 수궁동커뮤니티를 주축으로 한 '북카페 담쟁이넝쿨'과 '오류골 어울림 벼룩시장'이 마을공동체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

강동, 송파, 강서구는 아파트 단위로 마을이 조직돼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송파구 '파크리오 맘'을 비롯해, 강동구 암사동 현대홈타운 아파트에서는 색종이접기, 퀼트, 요가 등의 동아리 모임과 물품기부, 지역봉사활동을 통해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의 푸르지오아파트는 구의 공동주택커뮤니티활성화 시범단지로 선정돼 재능기부, 대학생 멘토링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청별 사업 진행상황은 아직 '걸음마'

25개 자치구를 조사하면서 유일하게 마을공동체 사례가 '없다'고 답한 곳이 있었다. 바로 강남구였다.

강남구청 마을공동체 TF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강남구는 후발주자라 어떤 식으로 돌파해야 할지 연구 중"이라며 "모범사례가 있다면 소개할 텐데 솔직히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강남의 특수성이라고 해야 할까? (마을공동체가) 강남하고는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와 중구는 업무지구가 많아 마을 씨앗이 미약하다. 서초구는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교실, '창작마을'을 통해 마을 씨앗을 키우는 중이다. 중구는 장충동에서 동네 명물을 활용, 족발 모형의 쿠키(엔젤피그)를 만들고 있다. '장충동하면 족발'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쿠키 제작에 참여, 마을 씨앗을 뿌리고 있다.

각 구청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 진행상황은 몇몇 자치구를 제외하고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올해 서울시 예산에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고, 7월 중순에야 시에서 25개 자치구에 특별교부금 8억 6000만 원을 지원한 상태다. 자치구 중에는 마을공동체 조직이 없는 곳도 있다. 이곳에서는 자치사업팀 혹은 주민지원팀에서 한 두 명의 직원이 업무를 맡아 마을공동체 사업을 총괄하기도 한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담당관 관계자는 "지금의 우수사례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거나 동 단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 자치구들은 마을일꾼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청 직원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지역 마을활동가들과의 모임을 갖는 등 마을공동체 사업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다. 마을공동체 모범 사례를 방문하기도 한다.

은평구청 마을공동체 관계자는 "마을만들기가 행정의 개념으로 시작된 것이 처음이다 보니 주민과 직원들에게 마을을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현재로서는 활동가와 마을만들기 커뮤니티를 발굴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태그:#마을공동체, #서울시, #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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