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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시작을 전후해 금강산 관광 뱃길이, 뒤이어 육로가 열리고 개성도 오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자전거 타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자전거를 타고 금강산도 가고 개성도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는 라이더들의 꿈마저도 '당분간' 접게 만들었다.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처럼 각광 받았던 금강산 관광길이 고(故)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막힌 지 4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 여파로 현대아산과 그 협력업체들, 그리고 강원도 고성 주민들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남한 관광객들의 빈자리는 중국인들이 채우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남북한 입장 차이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지난 7월 25일 "신변안전에 대한 보장이 이뤄지면 (금강산 관광에 관한) 실무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7월 18일 국회에 출석한 류우익 통일부 장관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지난 7월 25일 "신변안전에 대한 보장이 이뤄지면 (금강산 관광에 관한) 실무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7월 18일 국회에 출석한 류우익 통일부 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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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상황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지난 7월 25일 "(관광객의) 신변안전이 핵심이고 나머지는 부수적인 것"이라며 "신변안전에 대한 보장이 이뤄지면 실무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상당히 유연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누리집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7월 31일 신변 안전 문제와 관련해 "현대그룹 회장의 평양 방문 기회에 최고 수준에서 담보해준 문제"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류 장관이 또다시 신변 안전 문제를 제기한 것은 "관광이 파탄된 책임을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넘겨씌우고 관광을 가로막고나선 저들의 대결적 행동에 조그마한 정당성이라도 부여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1차적인 이유는 신변 안전 보장에 대한 인식차이에 있다. 북한은 2009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신변 안전보장을 약속한 만큼, 관광 재개의 걸림돌은 제거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남한은 김 위원장이 현 회장에게 했던 약속을 남한 당국에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 관광 대가로 현금을 지불하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비롯한 군비 증강에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이 사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여기에는 북한을 강하게 옥죄면 북한의 불안정을 야기해 흡수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도 똬리를 틀고 있다.

실용적 자세로 관광 재개 합의해야

지난 2009년 2월 18일 찍은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자산삼거리. 언제쯤 이곳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을까.
 지난 2009년 2월 18일 찍은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자산삼거리. 언제쯤 이곳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을까.
ⓒ 김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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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남북한의 불신의 골이 여전히 깊은 상황에서 관광 재개의 실마리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남북 양측이 실용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그리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의 의지를 갖고 있다면, 대화의 전제조건을 내세우기보다는 만나서 협의한다는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신변 안전 보장을 당국간 회담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길이 막힌 지 4년이 지나면서 남북관계도 파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이에 분명해진 것이 있다. 아쉬운 쪽은 북한이라며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서 기다리면 북한이 변하거나 붕괴할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명백한 실패로 드러난 것이다. 북한 역시 위협적인 언행으로는 남한의 대북정책을 바꿀 수 없으며, 최대 과제인 경제 회생도 남북관계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상대방을 겨냥한 일방적인 강경책이 더 이상 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파탄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 그리고 공동 번영의 정신으로 되살릴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관광 재개를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는 까닭이다. 북한 역시 '이명박 정부와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올해는 고성통일전망대에서 멈추지만 내년엔 금강산까지!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를 출발해 강원도 춘천과 인제를 거쳐 고성까지 내달리는 자전거 평화행진이 펼쳐진다. '남북화해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나갈 예정이다(참가신청은 여기).

올해는 아쉽게도 고성통일전망대에서 페달을 멈출 수밖에 없지만, 내년에는 금강산까지 달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동해의 해돋이를 바라보며 금강산까지 내달리고, 돌아올 때에는 금강산과 설악산이 드리워줄 그늘에 땀을 식히며 남쪽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그 출발점은 바로 지금부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국민들의 열망을 모으는 데 있다.

자전거 평화행진 포스터
 자전거 평화행진 포스터
ⓒ 통일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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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정욱식의 뚜벅뚜벅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금강산 관광, #자전거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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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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