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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건설되는 원주-강릉 복선철도공사로 인한 '환경훼손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지난 7월 25일 국토해양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발주 지연 등으로 인한 예산낭비, 환경훼손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충분한 환경 저감 방안이 있음에도 철도시설관리공단은 공사 기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만 되풀이 하고 있다. 원주-강릉 복선철도의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원주-강릉 복선철도은 백두대간 보호구역인 대관령을 지난다. 우리나라의 가장 우수한 생태축인 백두대간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최소한의 환경저감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선 경사갱을 뚫는 방법부터 잘못됐다.

경사갱이란 본 터널과 터널 외부 구간과 연결해 사람이나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터널을 말한다. 화약을 사용해 발파하고 뚫는 작업을 해 양방향 굴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입구 주변의 접근도로 개설 등이 필요해 대규모 산림 훼손이 불가피하다.

잃어버린 6개월

철도공사의 초기 설계도. 사갱#3 이라고 된 2.9km 구간이 백두대간 보호구역 대관령을 관통한다.
 철도공사의 초기 설계도. 사갱#3 이라고 된 2.9km 구간이 백두대간 보호구역 대관령을 관통한다.
ⓒ 백두대간보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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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시설공단은 초기 계획에서 10공구와 11공구 사이에는 세 개의 경사갱을 뚫기로 계획했다(사갱 #3 지점이 대관령 터널 관통부분). 하지만 발주시점에서 '원주-강릉 복선전철을 관광상품화 하기 위해서는 조망권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이에 따라 다시 선형 및 종단 재검토가 이뤄졌다.

또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새 이사장이 부임하면서 진부-강릉간 단선 검토를 시행해 6개월간 발주를 지연했다. 하지만 정작 대관령터널 구간은 조망권 개선을 이유로 시행한 선형 및 종단 검토 결과 종점부의 특성과 고속선 철도 안전상의 이유로 바뀐 게 없었다. 그리고 경제성을 이유로 검토했던 단선 철도 또한 당초의 정책적 판단대로 복선 철도로 유지됐다. 한마디로 6개월을 허비한 셈이다.

300억 원 예산 또 쏟아부어

수정된 계획도에서는 사갱#4 부분이 대관령 관통구간이다. 2.9km에서 1.79km로 길이가 줄었다.
 수정된 계획도에서는 사갱#4 부분이 대관령 관통구간이다. 2.9km에서 1.79km로 길이가 줄었다.
ⓒ 백두대간보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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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시설공단은 6개월간 발주 지연 때문에 공사기간이 부족하다며 사업 계획을 수정했다. 부족한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철도관리공단은 3개였던 경사갱을 하나 더 늘려 4개로 수정했다. 경사갱 하나 뚫는 비용은 최소 200~300억 원 사이로 추산된다. 수정된 계획에서는 그림에서 보이는 사갱 #4가 대관령 관통 구간이다. 당초 경사갱 길이도 2.9km 에서 1.79km 로 줄어들었다.

경사갱 길이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백두대간 보호구역 바깥에 설치될 계획이던 경사갱이 이제는 백두대간 보호구역 안쪽으로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만일 철도시설공단이 6개월을 허비하지 않고, 양방향으로 굴착했더라면 최대 300억 가량의 예산 절감을 할 수 있고, 최대 2.4km 굴착도 가능하다는 추산도 할 수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6개월간 의미없는 검토를 해 예산은 예산대로, 환경은 환경대로 낭비하고 훼손했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공사 기간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되고 있다.

환경부는 강건너 불구경

백두대간 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부는 이런 상황에도 조건부 승인으로 허가를 내줬다. 백두대간 훼손 우려에 대한 환경부의 답변은 이렇다.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의 9공구 대관령 구간(평창-강릉)의 경사갱#4는 공사 중에는 작업구로 사용하고, 운영 시는 환경 및 대피통로로 활용되는 점을 감안 부득이 백두대간 완충구역에 위치하되 동·식물 등 생태계 영향을 우려해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완벽한 복원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난 2012년 4월 2일 협의됐음을 알려드립니다."(국토환경평가과)

설사 경사갱 설치가 법률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것은 그동안 백두대간을 보호하려했던 정부 정책과 모순되는 행동이다. 그리고, 백두대간의 보호 상징성 및 의지가 상당히 후퇴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공사과정에서 소음, 비산 먼지 등으로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피해를 받을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원주-강릉 복선 철도 구간 중 백두대간 대관령을 지나는 구간. 철도시설관리공단의 수정된 계획이다.
 원주-강릉 복선 철도 구간 중 백두대간 대관령을 지나는 구간. 철도시설관리공단의 수정된 계획이다.
ⓒ 백두대간보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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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훼손 줄이면서 공사 얼마든지 가능한데...

관련 전문가들은 "환경훼손을 덜 하면서도 공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기 계획대로 경사갱을 백두대간 바깥으로 빼는 방법이 있고, 터널 내부에서 경사갱 굴착이 가능하도록 해 진입로를 건설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철도시설공단에서 대안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문스럽다.

공사기간도 4개월은 여유 있어

현재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계획서를 보면 9공구의 공사기간은 49개월로 예정돼 있고, 10공구의 공사기간은 45개월로 예정돼 있다. 약 4개월간 여유를 두고 충분한 검토를 한 뒤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결코 늦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원주-강릉 복선전철은 평창 올림픽을 위해서 지어지는 만큼 환경 훼손을 덜 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져야 그 의미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직 공사가 착공되기 전인 지금만이 수백 억원의 혈세와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책임있는 자세로 예산낭비와 환경파괴를 막아야 할 것이다.


태그:#백두대간, #보호구역, #대관령, #원주,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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