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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문재인, 김두관, 박준영, 정세균, 손학규 후보. 사진은 지난 7월 2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 합동연설회'.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문재인, 김두관, 박준영, 정세균, 손학규 후보. 사진은 지난 7월 2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 합동연설회'.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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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하다 못해 지리멸렬하게 느껴진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찌질하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듯싶다. 요 며칠 전에 끝난 민주통합당(민주당) 예비경선 이야기다. 민주당은 지난 7월 30일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박준영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흥행이다. 경선 목적에는 대선 후보 선출 외에도, 국민에게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전하고 역전 드라마 등 볼거리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선에 대해 국민의 관심은 매우 낮았다. 심지어 박근혜 의원의 독주로 보나마나 한 새누리당의 경선과 비슷한 수준이라니.

이에 대해 혹자들은 안철수 원장, 혹은 올림픽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야권 후보 중 안철수 교수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이상 민주당 경선은 '2부 리그'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여러 언론의 시선이 올림픽에 가 있기에 상황이 더 안 좋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경선, 찌질해서 못 봐주겠다

그러나 이는 비겁한 분석에 불과하다. 민주당 경선 내용 자체가 국민의 요구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별화를 위해 기껏 '참여정부 실패' '대북특검' '노무현 대통령 서거의 책임' '참여정부에서의 역할' '총선 패배의 책임' 등을 크게 외치는 대선후보들. 그러니 국민들이 <안철수의 생각> 찾아 읽고 올림픽을 볼 수밖에.

예컨대 가장 주요한 이슈가 된 '참여정부의 실패'를 보자. 과연 대선후보 중 참여정부에서 자유로운 이가 얼마나 될까. 후보들은 친노-비노 프레임으로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지만 국민이 볼 때, 모두 오십보백보일 뿐이다. 누가 승리하든 기호 2번을 달고 대선에 나가는 이상, 참여정부 자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은 이미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참여정부를 심판한 지 오래다. 그래서 MB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한나라당을 압도적인 과반수로 만들었다. 게다가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배신감은 그의 서거 이후 수그러들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무슨 참여정부 심판인가?

오히려 MB 정부에 대한 심판마저 4.11 총선을 통해 수행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철지난 참여정부 심판론을 들먹이니, 많은 국민이 그들의 논쟁을 한심하게 바라볼 수밖에.

또한 민주당 경선이 지리멸렬한 까닭은 경선 자체의 구태의연함에 있다. 경선이 흥행하기 위해서는 대선 후보들끼리 국민이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은 싸움이 필요한 주제에는 서로 두루뭉술 넘어가고, 쓸데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비했다.

국민은 경선을 통해 대선 주자들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원한다. 과거와 현재 정권의 심판론이나 네거티브 공세가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그에 걸맞는 의식과 실천과제들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사실 대중정당에게 경선은 민의를 파악하고 관심을 집중시키는 하나의 과정이자 흐름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뽑힌 2002년 민주당의 국민경선이다. 지리멸렬했던 민주당 분위기를 일신하고, 당내 이인제 대세론은 물론이요, 당연히 대통령이 될 줄 알았던 이회창 대세론마저 꺾었던 바로 그 전설적인 경선.

국민들에게 필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

 2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김영환, 김정길, 문재인, 김두관, 박준영, 정세균, 손학규, 조경태 후보가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김영환, 김정길, 문재인, 김두관, 박준영, 정세균, 손학규, 조경태 후보가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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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노무현 열풍은 결코 노사모 때문만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노무현이란 인간이 지녔던 건강한 역사관과 비전이 경선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며, 그가 꾸었던 꿈에 많은 이가 감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선은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한 소명의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자리다.

현재 본경선을 앞둔 민주당 후보들이 할 일은 간단명료하다. 우선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를 국민들과 공유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평화만으로는 다른 후보들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좀 더 자세한 각론을 만들어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 거시적으로는 비슷한 정책이어도, 후보마다 떠받치는 정치세력과 배경이 다르니 세부 정책에서는 차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은가.

후보들의 과거 논쟁? 이젠 자중하길 바란다. 후보들의 과거는 이미 국민 알고 있으니,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끝으로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노무현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싣는다. 국민이 경선에서 보고 싶은 건, 이처럼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 갈 우리의 미래다. 하나마나한 경선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경선이 좀 더 생산적이어야 흥행도 되고 안철수, 박근혜와 견줄 만한 주자가 생기지 않겠는가.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꾸어 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했던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죽임을 당했고 그 자손들 까지 멸문지화를 당했고 패가망신 했고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했던 사람들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옆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 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습니다.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 놈아, 모난 놈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친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의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 놈아 계란으로 바위 친다. 그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들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한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 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당당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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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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