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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어린학교 아이들이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사랑어린학교 아이들이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 사랑어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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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어린 학교 아이들과 함께 산티아고에 다녀온 기행문집을 만들고 있는데 예승이가 이런 글을 적어 놓았습니다. '보고서를 쓰고 싶지 않다. 차라리 그냥 걷는 게 편하다.' 걷는 것보다 글쓰기를 더 힘겨워 하는 예승이는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도중에 '우리는 매일 걷는다'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다고 합니다.

우리는 매일 걷는다.
쉴 때도 걷고
잘 때도 걷는다.
우리는 매일 걷는다.(예승)

걷고 또 걸었던 사랑어린 학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시 가보고 싶은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말했지만, 800킬로미터 순례길...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길이었겠습니까? 소성이는 걷다가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 잠깐씩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했고, 다른 아이들 역시 걷는 과정에서 힘든 고비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글 속에서 아이들은 걷고 또 걸었습니다.

 힘들어하는 정민이와 소성이. 소성이는 중간에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힘들어하는 정민이와 소성이. 소성이는 중간에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 사랑어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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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집 투성이인 정민이의 발.
 물집 투성이인 정민이의 발.
ⓒ 사랑어린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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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페라단에서 비야프랑카까지 갈 때 다리를 삐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한국말 잘하시는 외국분이 나한테 다리가 아프냐며 진통제 하고 파스를 주셨다. 그분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진통제 1개를 먹었다. 그리고 광이형이랑 같이 천천히 걸어가던 도중에 만난 외국 분이 발목 보호대를 주셨다. 그 분에게 핸드폰을 빌려 일부님(김민해 교장)에게 전화를 했다. 일부님은 올 수 있는 곳까지 와보고 못 걷겠다 싶으면 택시를 타고 오라고 하셨다.

광이형이랑 나는 슈퍼에서 쉬다가 진통제 힘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다리는 아팠지만 광이형이랑 노래를 부르면서 갔다. 5~8km 정도 걷다가 꽤 크게 보이는 마을에서 택시를 잡으려하다가 길에서 몇 번 만났던 한국 할아버지랑 다시 만났다. 택시를 타고 간다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지나가는 차를 잡아주셨다. 그때 난생 처음해보는 히치였다.

광이형이랑 나랑 외국인 차를 타고 가는데 외국인분께서 친절하시게 지역과 마을을 설명해 주셨다. 우리는 비야프랑카에 도착해서 그 친절한 외국인분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뒤 일부님이 계시는 알베르게에 가는 도중 윤수형, 미르형, 정민이, 예승이를 만났다.

일부님이 계시는 알베르게에 가서 현수형, 승보형, 보민이를 기다렸다. 근데 승보형은 10km를 더 간다고 했다. 현수형과 보민이는 여기에서 잔다고하고 승보형은 혼자 가더니 다시 오면서 하는 말이 '너무 더워서 그냥 여기서 자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현수형, 승보형, 광이형, 보민이는 먼저 출발 하고 나는 일부님과 버스와 택시를 이용해 30km정도 되는 산을 넘고 나서 10km 정도를 걸었다."(소성)

"몇 명의 사람들은 발에 물집이 잡히기도 했다. 나 같은 경우는 발바닥 껍질이 완전히 벗겨져 꽤 많은 고생을 했다. 발가락 하나하나에 물집이 잡혀 한 쪽 발에 평균 5개의 물집이 생겼다. 지금 봐도 내 발은 까칠까칠 물집 흉터 천지다.

발 상태 말고도 몸 상태가 안 좋은 사람도 있었다. 보민이 같은 경우는 화장실을 자주 못 갔다. 이유는 음식이 바뀌어서 그런 것 같다. 또 그 외에 사람들도 다리가 아프다는 사람, 또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 순례 길을 잘 갔다."(정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는 사랑어린학교 아이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는 사랑어린학교 아이들
ⓒ 사랑어린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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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무덤에 큰 십자가가 꽂혀 있는데 그 곳에서 순례자가 자기의 소원이나 소망하는 것, 지우고 싶거나, 버리고 싶은 기억들을 종이나, 돌에 적어서 두고 가는 철 십자가 앞에 선 사랑어린학교 아이들.
 돌무덤에 큰 십자가가 꽂혀 있는데 그 곳에서 순례자가 자기의 소원이나 소망하는 것, 지우고 싶거나, 버리고 싶은 기억들을 종이나, 돌에 적어서 두고 가는 철 십자가 앞에 선 사랑어린학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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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28일째. 아이들은 산타 카탈리나에서 만하린까지 가는 도중 산티아고 순례길 명소인 철 십자가를 만났다고 합니다. 정민이의 설명대로 말하자면 '철 십자가는 돌무덤에 큰 십자가가 꽂혀 있는데 그 곳에서 순례자가 자기의 소원이나 소망하는 것, 지우고 싶거나, 버리고 싶은 기억들을 종이나, 돌에 적어서 두고 가는' 곳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우린 무엇을 두고 왔냐면... 보민이는 엽서를 두고 왔다. 윤수 오빠는 양말 2개와(1개는 신고 있었던 거라네요) 손수건 3장, 자기 명함 5개를 두고 왔다. 예승이는 장명루 2개와 손수건,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돌을 두고 왔다. 승보 오빠와 현수 오빠는 한국에서 가져온 돌을 놓고, 소성이는 리코더를, 미르 오빠는 주사위를 두고 왔다. 광이 오빠는 한국 돈 10원을 뿌리고, 자기 명함을 두고 왔고, 나는 내가 직접 염색한 손수건을 십자가에 묶고 왔다. 두더지도 보니, 하얀색 손수건을 두고 온 것 같다.

나는 철십자가에 손수건을 묶으면서 생각했다. 이 손수건은 내가 4학년 때 직접 염색한 거다. 이 손수건으로 코도 풀고, 눈물도 닦고, 갖고 놀고, 곰돌이 인형 이불로도 쓰고 그랬다. 그런데 막상 이 손수건을 두고 오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옛 친구를 떠나보내는 그런 느낌이랄까? 여기에 물건을 두고 가는 사람들도 다 나랑 같은 기분이겠지? 언젠가 다시 여기를 찾고 싶다. 그땐 지금보다 물건이 더 많겠지? 내가 두고 온 손수건을 다시 한 번 보러 가고 싶다."(정민)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문명의 이기를 등지고 살아가는 산위에 있는 순례자들의 숙소인 알베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문명의 이기를 등지고 살아가는 산위에 있는 순례자들의 숙소인 알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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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수많은 알베르게(순례자들을 위한 숙소)를 만났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시설 좋은 알베르게가 아닌 산 아래에서 물을 길러다 먹어야 할 정도로 허름한 알베르게였다고 합니다. 윤수는 자신이 표현한 '이 시대의 탐욕이라는 망토를 걸치지 않은' 그곳에서 시 한편을 썼다고 합니다.

"도시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값나가는 질 좋은 물건을 선호하거나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걷다가 도중에 만난 만하린이라는 마을 사람들은 달랐다. 산위에 사는 그들은 이 시대의 탐욕이라는 망토를 걸치지 않고 조용히 저 산위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최대한 햇살로 지낸다. 물도 직접 산 아래에서 길러온다. 신기했다! 왜 이들은 스스로 문명의 편리함을 버리고 이곳에 들어와 힘들게 살까? 가만히 보면 그들의 표정에서 무언가가 보인다. 바로 미소와 뭔가를 떨쳐내고 얻은 편안함이다. 그들은 이런 생활이 더 즐겁고 더 풍족하고 더 편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모든 게 다 있는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우리의 손길 닿지 않은 저 산위에 사는 사람들은
깨끗하고 맑고 순수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살아간다.
그들처럼 나는 내가 사는 세상에서 빠져 나오고 싶다.
소들의 아름다운 눈이 내 갈길 밝혀주고
안개가 감싸주는 그곳으로"(윤수)

산티아고 길을 걷다보면 많은 동물을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길거리에서 만난 개에게 "어디가 산티아고 가는 길입니까?"라고 물었다는, 장난 끼 많고 입심 좋고 깊이 있는 시를 쓰고 있는 윤수가 동물 얘기 또한 잘 풀어 놓고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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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소, 양, 말 등 동물들을 자주 만났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소, 양, 말 등 동물들을 자주 만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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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개, 소, 양 등 동물들과 많이 만났다. 여긴 사람들이 그렇듯이 동물들마저도 느긋했다. 개들은 덩치가 큰데 마을 입구와 마을 끝에 꼭 1마리씩은 풀어져 다녔다. 그 개들은 느긋하게 우리를 지켜보며 우리가 가는 쪽으로 고개 돌리며 뒤통수가 뚫어져라 쳐다본다. 우리가 어서 자기들의 마을을 떠나가길 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산이나 풀밭을 가다보면 소떼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그냥 오는 게 아니라 걸음을 아주 도도하게 엉덩이를 왼쪽 오른쪽 씰룩씰룩 흔들며 걸어왔다. 꼭 나 좀 봐주라는 거나 나 이런 소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양은 고산지대에서 만났다. 한 발짝 다가가면 열 발짝쯤 물러나고 800km를 걷는 동안 양 곁에도 가지 못했다.(내 얼굴이 그렇게 무섭나?) 근데 자세히 보면 동물들한테서 왠지 내 모습이나 내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예민하고, 조심스럽고, 느긋하고. 누굴까?"(윤수)

동물들뿐만 아니라 길을 걸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합니다. 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가 고마운 분이었다고 합니다. 나 또한 아이들이 찍어온 사진과 글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의 기분 좋은 만남은 길 떠나는 기쁨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현수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스페인 사람들을 만났을 때 김민해 교장과 보민이는 끊임없이 한국말로 했는데도 말이 더 잘 통했을 때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랑어린학교 순례팀은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동안 수많은 외국인들과 만났다고 합니다.
 사랑어린학교 순례팀은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동안 수많은 외국인들과 만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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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길을 걸을 때 혼자 걸을 때가 많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외국인이 이렇게 말한다. '너희 선생님 어디 있니?' 외국에서는 우리 나이 대에 아이들을 이렇게 혼자 내버려두게 되면 심한 경우 아동학대로 부모님과 보호자가 고발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외국에서 지내다 보니 스페인어가 많이 늘었다. 맨 처음에는 인사말 '부에노스 디아스'(좋은 날입니다) 정도 밖에 못했는데 나중에는 여러 방면을 통해 '돈데에스타'(여기가 어디입니까?)라는 등등의 말을 할 수 있었다. 걷기 시작한 지 10여 일쯤 지나서는 물건 같은 것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스페인어 실력이 늘었다.

하지만 일부러 안 쓰는 건지 아니면 못하는 건지, 두더지 선생님(학교에서 부르는 김민해 교장의 별명)과 보민이는 계속 한국어로 말했다. 그게 스페인어보다 더 잘 통할 때도 있다. 두더지 선생님 말로는 모든 사람이 생각도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웃음소리는 다 똑같다고 하신다. 아마도 그게 맞는 것 같다."(현수)  

외국인을 만나 우리말만 계속해서 구사했다는 보민이는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곤 했나 봅니다. 거기다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헤어질 때 종종 눈물을 보였다네요. 그래서 내가 아이들에게 한마디 했지요. 너희들이 말하는 '탐욕스런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보민의 '눈물'같은 것이다. 그런 소중한 눈물이 세상을 정화시켜 줄 수 있다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헤어질 때마다 눈물을 보였다는 보민이.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헤어질 때마다 눈물을 보였다는 보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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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많은 보민이는 자신의 글에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에는 눈물이 있다며 다음과 같은 시를 한편 적어 놓았습니다.

"까미노 길 위의 사람들
서로 몰라도 같은 점이 있다
마주치면 항상 미소 짓는다

까미노 길 위의 사람들
서로 안 통해도 같은 점이 있다
마주치면 항상 인사한다.

까미노 길 위의 사람들
다 달라도 다 똑같다"(보민)

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 만물을 나와 한 몸으로 보고 있는 보민이의 아름다운 시, 누가 열네 살 어린 소녀가 쓴 시라고 믿겠습니까? 예승이나 윤수의 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랑어린학교 아이들은 적어도 산티아고를 걷고 있던 시간만큼은 모두가 시인이 돼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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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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