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나는 작은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얼마 전부터 말벌로 보이는 벌이 가끔 보이곤 했다. 2006년 가을에 남편이 길을 가다가 말벌에 쏘여 죽음 직전까지 갔던 적이 있다.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어쩔 수 없이, 조마조마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주변 어디에 집을 짓고 사는지, 우리 집 어디에 집을 짓고 사는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8일 아침, '어떤 일이 있어도 말벌집을 찾아 끝장을 내리라' 마음먹었다. 요즘 들어 '올해 들어 이미 4명이나 말벌에 쏘여 죽었다'(7월 28일 현재)는 소식과 함께 '다른 해보다 빨리, 예년보다 훨씬 많은 말벌집들이 발견되니 말벌집이 보이면 119에 신고하라'는 뉴스가 자주 보도되는 데다가 요즘 부쩍 말벌이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작정하고 마당에서 한 시간 남짓 서성였다. 얼마나 됐을까. 남편과 내가 며칠 전 말벌집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한 의심을 품었던 곳에서 말벌 세 마리가 동시에 나오는 것이 보였다. 혹시 몰라 멀찍이 떨어져 조금 전 말벌들이 나온 곳에 집중적으로 물을 쏘아대자 5~6마리의 말벌들이 나타나 왕왕 댔다. 말벌집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작전 개시 앞둔 소방대원들

119에 전화를 했다. 말벌집 제거 요청이 많이 접수돼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늘 안 올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119 소방대원으로부터 '차로 10분쯤 떨어진 곳에서 출발한다'는 전화가 왔다.

집에 도착한 119 소방대원은 내가 말벌집이 있는 곳이라 지목한 부근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살폈다. 소방대원 뒤에서 고개를 숙여 살펴보니 언뜻 축구공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말벌집이 보였다. 말벌집은 생각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아무런 의심 없이 오가던 곳에 매달려 있었다. 조금만 신경 써서 살폈더라면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었을 곳에.

방충망 너머로 딸과 함께 소방대원들의 말벌집 제거 작업을 지켜봤다. 말벌집을 확인한 소방대원은 가방에서 해충 방제복을 꺼내 입었다. 그러자 함께 온 또 다른 대원이 방제복을 입은 대원의 앞뒤를 오가며 옷을 여며줬다. 그런 후 자신도 머리와 얼굴을 보호할 수 있는 기구를 쓴 후 한 손에는 뿌리는 살충제(이하 살충제)를, 한 손에는 휴대용 가스불(이하 가스불)을 들고 말벌집 제거를 직접 할 대원 뒤에 섰다.

 한 대원이 해충방제복을 입자 다른 대원이 방제복을 꼭꼭 여며주었다. 그러나 자신은 정작 방제복을 입지 않고 반소매 차림으로 말벌 집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대원이 해충방제복을 입자 다른 대원이 방제복을 꼭꼭 여며주었다. 그러나 자신은 정작 방제복을 입지 않고 반소매 차림으로 말벌 집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아저씨는 왜 옷을 입지 않아요? 그러다가 벌에 쏘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다른 벌과 달라서 한방만 쏘여도 죽을 수 있다는데... 애들 아빠가 몇 년 전에 말벌에 쏘여 죽다 살아났거든요."
"..."

물음에 그 대원은 나를 힐끗 볼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순간 수많은 말벌이 두 대원 주변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아마도 방제복을 입고 말벌집을 제거하는 대원이 말벌집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그러자 가스불과 살충제를 든 반소매차림의 대원이 어지럽게 날고 있는 벌을 향해 가스 불을 내뿜고 틈틈이 살충제를 뿌렸다. 그 광경에 방제복을 입지 않은 대원이 벌에 쏘이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방제복을 입은 대원이 말벌 집 앞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되풀이하고 잠시 잠잠해졌던 말벌이 다시 몇 마리 보이면 가스 불을 들고 있던 대원이 가스를 내뿜어 말벌을 태워 죽이는 작업이 되풀이됐다.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달리 벌집 제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쉽게 제거할 수 없도록 집을 지었다고 한다.

방충망 너머로 말벌 제거 작업을 지켜보면서 반소매 차림의 대원이 잠시 한가한 틈을 타 잠깐 잠깐 물어봤다.

"벌집 제거 후, 아침저녁으로 살충제 뿌려주세요"

- 말벌집을 제거한 후에도 한동안 벌들이 다니는 것 같던데요.
"오늘은 가급 마당에서 활동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벌들이 민감해져 있거든요. 그리고 한동안은 벌들이 집을 찾아 자주 날아다닐 겁니다. 길게는 2주까지 가기도 하는데, 당분간 에프킬라를 아침·저녁에 자주 뿌려주세요. 그런데 가급 멀리 떨어져 뿌리셔야 할 거예요. 위험하거든요. 말벌들은 살충제를 뿌려도 도망가지 않고 되레 공격하거든요."

- 2주가 지나서도 말벌이 보이면 집 주변에 말벌집이 있나 자세히 살펴봐야겠어요.
"말벌들은 저마다 영역이 있습니다. 아마 이 주변에는 말벌집이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말벌이 보이면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은데, 말벌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떨어져야 합니다. 말벌이 주변에 보이면 말법집이 있나 살펴봐서 있으면 119에 신고해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알아서 제거하려다 쏘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몸에 좋다며 벌침을 쏘이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정말 벌침이 몸에 좋나요?
"그렇다고들 하던데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쏘이는 벌침은 꿀벌이에요. 그리고 말벌이 아니더라도 다른 벌에 쏘였던 사람은 벌침 맞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가급적 맞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아저씨는 왜 옷(방제복)을 입지 않아요?
"그게요… 잘 쏘이지 않아요. 뒤에서 빨리빨리 보조해 줘야 일이 쉽게 끝나잖아요. 저 옷을 입으면 좀 불편하고요…. 그것도 그거지만 해충 방제복이 충분하지 않아요. 그래서 두세 사람이 출동해도 한 사람만 방제복을 입고 일할 수밖에 없죠."

말벌이 사람을 째려봐? 에이 설마...

 한 소방대원은 해충방제복을 입었지만 나머지 소방대원은 말벌집 제거 작업 처음부터 작업이 끝날 때까지 방제복을 입지 않아 말벌에 쏘일 위험에 처해 있었다. 예산부족으로 한벌씩만 지급했기 때문이란다. 결국 4방이나 쏘이고 말았다.
 한 소방대원은 해충방제복을 입었지만 나머지 소방대원은 말벌집 제거 작업 처음부터 작업이 끝날 때까지 방제복을 입지 않아 말벌에 쏘일 위험에 처해 있었다. 예산부족으로 한벌씩만 지급했기 때문이란다. 결국 4방이나 쏘이고 말았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벌이 화났다! 조심해!"

그 대원과 잠깐 이야기 나누는 사이 말벌집 앞에 있던 대원이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말벌이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가스 불과 살충제를 들고 뒤에서 말벌집 앞 대원의 움직임을 살피며 내게 대답을 해주던 대원이 가스불과 살충제를 정신없이 뿌리며 어지럽게 날고 있는 벌들을 퇴치했다.

그 대원은 "두 방이나 쏘였다"며 내게 "물파스 같은 것 있으면 달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두 방이 아닌 네 방이나 쏘였단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 벌에 쏘인 대원은 처마 밑에서 쓰라려 하며 건네받은 물파스를 계속 바르고 발랐다. 그리고 얼마 후 방제복을 입은 대원이 말벌집을 떼어내면서 40여 분에 걸쳐 벌어진 말벌집 제거 작업이 끝났다.

"세상에! 말벌이 사람을 째려 봐요!"

떼어낸 말법 집을 포대 자루에 담아 입구를 둘둘 말아 돌로 눌러놨던 소방대원이 이처럼 말하며 포대 자루 여기저기를 툭툭 쳤다. 말벌집과 함께 잡힌 말벌들이 자루 틈사이로 침을 내놓고 있어 자칫 쏘일 위험이 있는 것 같았다. 특수 장갑을 끼고서도 쉽게 노끈조차 묶지 못하고 막대기로 포대 여기저기를 툭툭 친 후에야 조심조심 묶는 것을 보면.

해충 방제복을 입고 말벌집을 제거한 대원은 옷 위에 덧입은 방제복을 벗은 후 마당의 수도를 틀어 땀으로 범벅이 된 머리에 물을 뿌렸다. 현관 방충망으로 그들을 지켜보며 안쓰럽단 생각이 들었다.

- 지난해보다 말벌집이 많다고 뉴스에 나오던데 정말 그렇게 많아요?
"올해는 정말 많네요. 이 집이 오늘 OO번째 집이에요."

- OO번째요? 덜 더울 것 같아 그때 전화 한 건데 좀 더 일찍 할 걸 그랬어요. 땡볕에 너무 고생하셨네요. 그런데 이렇게 벌집 제거하다가 불 난 곳이 있으면 출동해요?
"네. 당연하죠. 불이 더 위험하고 불 끄는 게 더 급하잖아요."

- 응급구조가 발생하면 그곳으로도 가고요?
"네. 그럼요."

- 정말 많은 일을 하시네요. 이런 작업을 하는 분들이 따로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작업 환경도 열악하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는데...
"… 그럼 우리도 좋지만… 글쎄요."

"사실... 출동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요"

 살충제를 맞고 떨어진 말벌들. 5시간 가량이 지났을 때까지 일부 말벌은 활발하게 기어다니기도 했다. 들리는 말에 그냥 두면 살아나 날아가기도 한단다.
 살충제를 맞고 떨어진 말벌들. 5시간 가량이 지났을 때까지 일부 말벌은 활발하게 기어다니기도 했다. 들리는 말에 그냥 두면 살아나 날아가기도 한단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말벌 집 일부다. 얼마전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말벌들은 4~5방까지 집을 지어 애벌레들을 키워 낸다. 우리 집 말벌은 2방까지 지은 상태였다. 그래도 제거하기 힘들게 지어 비교적 오래 걸렸다.
 말벌 집 일부다. 얼마전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말벌들은 4~5방까지 집을 지어 애벌레들을 키워 낸다. 우리 집 말벌은 2방까지 지은 상태였다. 그래도 제거하기 힘들게 지어 비교적 오래 걸렸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살충제 3통을 다 쓸 정도로 말벌들이 많이 날아 다녔다. 그럼에도 대원 한사람은 방제복을 입지 않고 작업을 했다.쏘일까 위험해 보였다. 결국 4방이나 쏘이고 말았다.
 살충제 3통을 다 쓸 정도로 말벌들이 많이 날아 다녔다. 그럼에도 대원 한사람은 방제복을 입지 않고 작업을 했다.쏘일까 위험해 보였다. 결국 4방이나 쏘이고 말았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해충 방제복이 부족하다는 대원의 말이 자꾸 뇌리를 스친다. 대원들은 자신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우리의 안전을 위해 말벌집 제거를 했다. 그들과 눈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다.

작업하는 동안 끊임없이 시끄럽던 무전기는 대원들이 수건으로 땀을 닦는 그 잠깐 동안에도 멈추지 않았다. 두 대원은 다른 말벌집을 제거하러 떠났다. 3시간 후쯤 두려움을 참고 나가보니 살충제를 맞은 말벌들 중 일부가 꿈틀거리거나 기어가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파리채로 서너 번 내리쳐도 말벌들은 꿈틀거렸다. 그로부터 2시간 후에도 일부 말벌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다음날이었던 지난 30일까지 말벌들이 간혹 둥지가 있던 곳을 날고 있는 것을 보면 독하긴 참 독한 말벌과 함께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말벌들을 보면서 자꾸 생각나는 것은, 당연히 갖춰야 하는 기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자신의 안전을 불안해하며 말벌집 제거를 했던 그 소방대원들이다.

우리나라가 정말 그렇게 가난한 나라인가? 소방대원들에게 해충 방제복도 다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31일 소방방재청에 전화를 걸어봤다. 소방방재청 구조과의 한 관계자는 "방제복 같은 피복류는 소방방재청에서 직접 구매해 보급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에서 예산을 책정해 집행(구입 및 보급)한다"며 "지자체별로 예산에 따라 (해충 방제복 지급에) 차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