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을 닷새 앞둔 22일 밤 KBS 1TV는 '2012 런던올림픽 특집 '올림픽 사이언스-박태환, 양학선, 김연경'편(1부작)을 방송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운동 능력을 과학적으로 입체 분석한 프로그램. 4년 전 국민남동생에서 복근을 장착하고 '국민 남자'로 거듭난 박태환 선수의 훈련 과정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런던올림픽 200m,400m,1500m 자유형 부문에 출전하는 박태환 선수.

런던올림픽 200m,400m,1500m 자유형 부문에 출전하는 박태환 선수. ⓒ KBS


박태환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사상 최초로 수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서양인들이 독식하던 수영에서 한국인 선수에게 메달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때는 박태환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에서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을 딴 이후, 수영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하나 정도는 쉽게 따올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종목이 되어버렸다. 예전의 레슬링, 양궁처럼 말이다.

5명이 겨루는 초등학교 운동회 달리기 경주도 아무나 1등할 수 없는데 학교 대표, 시 대표도 아닌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는 것은 보통의 노력과 끈기로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본 박태환은 얼마나 고된 훈련이 있어야 세계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두 개(400m•200m), 세계신기록 경신을 목표로 4년 전보다 더 혹독한 훈련을 이겨냈다.

 훈련을 통해 4년 전보다 더 강해진 박태환 선수.

훈련을 통해 4년 전보다 더 강해진 박태환 선수. ⓒ KBS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굉장히 뜻 깊은 성적을 냈지만 이번에는 세계신기록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사실 요즘 훈련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세게 신기록이라는게…"

베이징올림픽 당시에도 그의 컨디션은 최고였고 몸 상태도 완벽에 가까웠다. 4년 동안 키가 훌쩍 자라거나 발 사이즈가 10mm, 20mm 크진 않았을 텐데 그는 어떻게 더 높은 목표를 잡을 수 있었을까. 돌핀킥과 잠영이 해결책이었다. 돌핀킥(Dolphin Kick)과 잠영(물 속에서 하는 헤엄)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반복하자 박태환은 4년 전보다 더 강한 선수가 돼 있었다.

돌고래의 수영법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돌핀킥은 지느러미를 좌우가 아닌 상하로 흔들기 때문에 물속에서 무려 시속 55km의 속도(돌고래의 경우)를 낼 수 있다. 호주 국립 스포츠연구소 책임연구원인 브루스 메이슨 씨는 "물에 뛰어들어 출발할 때 돌핀킥을 유지하면서 15m를 갈 수 있다면 일찍 올라와 수면 가까이 헤엄칠 때보다 상당히 더 빠른 속도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돌핀킥의 속도는 일반킥보다 1.4배 가량 빠르다고 한다.

2004 아테네올림픽 400m 자유형 부문 금메달리스트 이안 소프를 키워낸 마이클 볼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 박태환은 처음 볼 코치에게 왔을 때 (잠영 시) 돌핀킥을 한두 번 밖에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네 번으로 늘었다고 한다.

박태환은 강력한 돌핀킥을 위해 복근을 강화시키는 훈련에 집중했다. 또 지구력이 요구되는 지근보다는 순간적인 파워를 낼 수 있는 속근이 발달할 수 있도록 훈련 방법을 수정했다. 강도 높은 근력 강화 훈련으로 박태환의 돌핀킥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잠영 깊이는 물론 발차기 횟수도 늘어났다.

같은 거리를 달리는 경우, 수영 선수는 육상 선수보다 4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만큼 물의 저항을 뚫고 나가는 것은 공기를 가르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수영은 물의 저항과의 싸움이다. 저항을 덜 받기 위해서는 물 속에서의 수영하는 시간, 즉 잠영 거리를 늘려야 했다. 그동안 낮고 짧은 잠영 능력은 박태환의 단점이었다. 박태환의 잠영 훈련이 시작됐다.

"태환, 얕아. 너무 얕았어. 너무 오랫동안 수면 가까이에 있었어. 마이클 펠프스가 물 속에서 하는 것을 보면 수면에서 상당히 깊이 들어갔다가 아주 날카로운 각도로 다시 올라와." (마이클 볼 코치)

 박태환과 마이클 펠프스 신체조건 비교

박태환과 마이클 펠프스 신체조건 비교 ⓒ KBS


마이클 펠프스의 잠영 능력은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에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태환과 펠프스의 잠영 능력을 비교해보면, 한번 잠영시 박태환은 돌핀킥을 4번, 펠프스는 7번까지 사용한다. 펠프스가 물 속에서 박태환보다 오랫동안 돌핀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리뿐 아니라 몸 전체를 이용해 물살을 타며 유연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차이는 신체 조건이었다. 키와 양팔 길이가 박태환보다 10cm 더 긴 펠프스의 발길이는 무려 350mm로 박태환보다 60mm 더 길다. 박태환은 신체 조건의 열세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타트를 똑같이 뛰더라도 키가 15cm가 더 작다면 (수면 위로) 나오는 게 15cm 더 늦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것을 더 보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키를 늘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스타트를 더 멀리 뛰거나 돌핀킥을 훈련해서 15cm를 더 커버할 수 있는, 그런 테크닉 쪽으로 기술을 더 연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태환의 폐활량 변화

박태환의 폐활량 변화 ⓒ KBS


잠영과 돌핀킥과 함께 일반인의 두 배가 넘는 폐활량 또한 박태환의 장점이다. 기록 분석에 따르면 박태환의 경기 결과와 폐활량에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예선 탈락한 2009 로마 세계선수권 당시 박태환의 폐활량은 6700cc, 100m•200m•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출전 때는 6820cc였다.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둔 현재 박태환의 폐활량은 7200cc다.

"자유형 400m 시상대의 제일 높은 곳에서 정말 기쁘게 웃고 싶은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 그림도 그리고 있고요. 가끔 자기 전에 멍하니 누워서 많이 상상하게 되는 데 꼭 그럴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2008 베이징올림픽 400m 자유형에서 가장 먼저 들어온 박태환이 세레머리를 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400m 자유형에서 가장 먼저 들어온 박태환이 세레머리를 하고 있다. ⓒ KBS


한국시간 기준 28일 오후 6시 47분, 박태환의 400m 자유형 예선 경기가 시작된다. 터치 패드를 찍고 물 속에서 나와 격한 환호성을 지르는 박태환의 세레머니를 구경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박태환 런던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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