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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표지
 <안철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표지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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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9일) 기준으로 대통령 선거일이 155일 남았다. 새누리당 후보는 박근혜(이하 모든 사람 존칭 생략)가 99% 거의 확정되었고, 야권은 문재인·손학규·김두관·정세균·조경태·김영환·박준영 등이 경쟁에 나섰다. 그리고 '안철수'가 있다.
안철수는 자신의 입으로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은 그의 이름을 올린다. 지지율은 양자대결에서는 40%대 중반, 다자대결에서는 20% 안팎이 나온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도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사람이 대부분임을 비하면 놀라운 수치다. 

언론은 안철수 강연 취재를 하면서 "나 오늘부로 대통령 출마합니다"라는 말 듣기만을 바라고, 그런 말이 나오지 않으면 괜히 딴죽을 건다. 정치권도 "빨리 출마를 결정"하라고 닦달한다. 급기야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캠프'의 홍사덕은 "나폴레옹은 권력을 위해 필요하면 노동자 계급이든 소농민이든 붙고, 어떤 때는 귀족계급과도 그러면서 20년을 집권했다"며 안철수를 나폴레옹에 비유하기에 이른다. 

유권자들도 안철수가 출마 의사를 자꾸 늦추자 '피로도'가 쌓여간다. 지난 1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18.3% 지지율을 기록했고, 안철수는 16.1%에 그쳤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안 원장이 정치참여 문제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 이어지며 유권자의 피로도가 쌓이고 관심도도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솔직히 나 역시 피로감이 든다.

하지만 안철수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대통령'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매일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지지율은 17일 조사에서 23.1%로 앞날인 16일 19.6%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안철수 현상을 분석한 책 한 권을 내놨다. <안철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김헌태·오연호 공저)이다. 90여 쪽밖에 안 되는 얇은 책이지만 안철수 '개인'에 대한 탐구나, 그저 안철수 현상만 다루지 않고 12월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안철수를 둘러싼 사회적 '화두'에 답하고 있다.

안철수, 민심이 원하는 '권력의지'가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5월 30일 저녁 부산대 경암체육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5월 30일 저녁 부산대 경암체육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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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동저자인 오연호(<오마이뉴스> 대표)는 안철수가 대통령직을 향한 권력의지가 있음을 밝힌다. 안철수는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오세훈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누구나 다 한다. 나같은 사람도 그렇다. 포털사이트에도 하루에 수만 명이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5세훈'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그러므로 이런 말을 한다고 안철수에게 권력의지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럼 무엇이 있다는 걸까? 오연호의 진단은 매우 색다르다. 우리는 그동안 '개인'에게서 권력의지를 찾았지만 오연호는 '민심'에서 권력의지가 온다고 진단한다.

권력의지는 민심에서 나온다. 자신이 아무리 대통령이 되고 싶어도 지지도가 바닥이면 권력의지는 있다가도 사라진다. (줄임) 민심이 '당신이 대통령감'이라고 인정해주면, 그전까지 없던 권력의지도 생길 수 있다. 그 지지도가 의미있게 지속되면 권력의지도 진화한다.(본문 가운데)

생각하면 안철수는 이런 말을 자주했다.

내 개인의 명성은 내가 잘해서가 아닌고 사회가 나에게 만들어준 것이다. 그 사회에 보답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

나는 결정권자가 아니다. 결정의 주체는 국민이다. 나 같은 사람을 국민이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상황 변화에 따라 나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본문 가운데)

즉 안철수에게는 민심이 원하는 '권력의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듣기에 따리서는 굉장히 무책임하게 보인다. 주권자 국민의 뜻을 높이 산 것은 맞지만 지도자는 자기 결정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민심만 아니라 스스로도 권력의지를 드러낸다.

그는 "누구의 봉이 돼서 이용만 당하는 것은 싫다"거나 "대접만 받고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자리"는 거부한다. 대한민국 최고 결정권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의지로 읽힌다.

안철수 "노무현 모든 것 버렸다"... 안철수도 준비됐나

안철수는 "모든 것을 다 버렸다"는 노무현 처럼 자신을 다 버릴 수 있을까?
 안철수는 "모든 것을 다 버렸다"는 노무현 처럼 자신을 다 버릴 수 있을까?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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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권자가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아직 안철수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안철수가 아직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과연 대통령 업무를 잘,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고 오연호는 말한다. 안철수와 사업 파트너로 함께 일했다는 한 중소기업인은 안철수의 약점을 이렇게 말한다.

안철수는 정치 경험이 너무 없다. 아직 그릇이 작다. 그는 어떤 정치적 큰 문제에 부딪혀 그것을 해결해본 적이 없다.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긴 김대중은 삶과 정치를 동일시하던 사람이다.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줄임) 내 한 몸 산산조각 나더라도 나를 던져서 하겠다는 그런 결단을 안철수는 아직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런 결기가 없다. 우리가 노무현에 대해 불안불안하면서도 좋아했던 이유는 그런 결기가 있어서가 아니었겠나?(분문 가운데)

안철수도 알았다. 그는 지인에게 "노무현은 모든 것을 버렸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었다.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도 못 당하더라. 기존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뭔가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다 이제 안철수에게는 남은 것은 "모든 것을 버린다"이다.

사람들은 안철수가 머뭇거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머뭇거림은 '책임의식' 결여라고 주장한다. "모든 것을 버린 노무현"과 같은 희생정신이 없다고 타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1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 생각은 다르다.

안 교수는 "(안철수는) 무한한 책임의식이 있다. 일반인의 정서와 다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굉장히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한국 정치인 중에 그런 의식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고 평했다. 그리고 "안철수 드래프트 시작되면 박근혜는 진다"고 단언했다.

역사에 무한한 책임의식을 가진 안철수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는다. 안철수는 '표'는 얻을 수 있지만 '세력'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혼자'가 아니라 '세력'을 통해 국정을 운영한다. 안철수에게 세력은 결국 '민주진보진영'이 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스스로 고백했듯이 '새누리당'은 아니다.

안철수 세력은 민주진보진영, 곧 '99% 시민'

'안철수'가 구원자가 아니라 바로 '시민' 자신이다.
 '안철수'가 구원자가 아니라 바로 '시민' 자신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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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겉으로는 '1%가 아닌 99%를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아직도 20세기식 정치공학과 '나를 중심으로'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는 민주통합당과 민주진보진영은 아니다. 이런 민주통합당과 민주진보진영이 안철수와 정치공학적으로 단일화를 해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럼 길은 무엇인가? 공동저자인 김헌태(정치평론가 및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국제정치 전공 겸임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즉 민주통합당과 민주진보진영이 뼈를 깎는 각성과 99%를 위한 정치세력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민주통합당이 먼저 국민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민주진보진영의 이름으로 하기 싫으면 정치의 이름으로라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죄'를 깨닫고 사죄하는 것이 맞다. 또 마지막 변수로 남은 '안철수'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부끄럽지만 도와달라"라고 말해야 할 때다. 이 시점에는 그러한 모습이야말로 서민과 중산층의 친구임을 자처하는 50년 전통 민주 세력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본문 가운데) 

이런 각성을 하면 시민은 다시 민주통합당과 민주진보진영으로 눈을 돌릴 것이며, 거대한 파도를 일으킬 것이다. 그 파도가 목표로 삼아야 할 대상은 '1%'다. 프랑스 대통령 올랑드는 이런 말을 했다.

"나의 진짜 적은 이름도 없으며, 얼굴도 없고, 정당도 아니다. 그는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고 당선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배한다. 나의 적은 금융자본이다."

1% 탐욕을 견제할 유일한 힘은 '시민' 자신

안철수와 민주진영 만남은 '나를 중심으로 한 만남'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으로 한 만남'이 되어야 한다.
 안철수와 민주진영 만남은 '나를 중심으로 한 만남'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으로 한 만남'이 되어야 한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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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탐욕을 견제할 수 있는 힘과 자질 그리고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 힘의 원천은 '시민'자신이다. 민주헌정을 유린한 '5·16 군사반란'을 "구국의 혁명", "대한민국 초석"이라며 강변하는 세력이 1%다. 그들은 아직도 견고하다. 대한민국 지배세력으로 남아 자신들 배를 채우면서도 '애국'을 말한다. 속임수요, 거짓이다.

안철수와 민주진보진영이 만나 대한민국 60년을 지배한 1%의 견고한 아성을 무너뜨려야 한다. '김대중-노무현'은 공성전을 펼쳤지만 정복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안철수와 민주진보진영이 "나를 중심으로"가 아니라 오직 '국민'만을 위해 함께한다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안철수도 아닌, 민주진보진영도 아닌 '새로운 연합'을 지지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당연히 대선주자 간 약속이나, 권력 배분 얘기가 먼저 오가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즉, 정파 간 연합의 성격이 부각되기보다는 시민의 참여가 바탕이 된 '시민연합'이 되어야 한다고 김헌태는 강조한다.

2013년 "국가 수반'과 '시민 수반"이 등장해야

나아가 그는 야권대선주자들(안철수 포함)과 대중성과 정통성을 지닌 인사들이 민주지도자 회의를 구성해 국민들이 "너희들을 딱 한 번만 더 믿어보겠다"는 연합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김헌태는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대선에 승리했다고, 자리다툼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직 국민들이 승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철수와 민주진보진영 모두는 이 말을 새겨야 한다.

대선 승리를 정치인 자신들이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하며 자축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아직 승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은 엄숙한 날, 비장한 선언의 날이 되어야 한다. '정의가 이겼다'는 말은 그날 나올 말이 아니다. 정의는 '1%'의 항복을 받아내는 날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이 풀리는 날도 아니다. 한은 정치인들이 풀어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승리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특히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연합정부의 틀이 사라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 공식적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민정부가 한날한시 동시에 출범해야 한다. 즉 헌법상의 '국가 수반'과 시민들의 열망을 대표하는 '시민 수반'이라는 두 명의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본문 가운데)

덧붙이는 글 | <안철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오연호·김헌태 씀, 10만인클럽 펴냄, 2012년 7월, 96쪽, 9000원



안철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 안철수를 읽다

오연호.김헌태 지음, 10만인클럽(2012)


태그:#안철수, #민주진보진영, #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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