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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 6월 큰 가뭄은 제게도 큰 걱정거리를 안겨준 바 있습니다. 바로 제가 가꾸고 있는 다섯 평 남짓의 텃밭이 가뭄에 타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타면 10분 거리에 있다고는 하지만 주말이나 되어야 한 번 정도밖에 가지 못하기에 타들어가는 텃밭의 채소들에게 물을 뿌려줘야만 한다는 심적 압박감은 상당했답니다.

텃밭은 요 며칠간 내린 장맛비로 푸르름을 한껏 자랑하는 각종 채소들의 즐거운 합창소리가 요란한 듯  했습니다.
 텃밭은 요 며칠간 내린 장맛비로 푸르름을 한껏 자랑하는 각종 채소들의 즐거운 합창소리가 요란한 듯 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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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렇게 타들어가는 텃밭의 채소들 덕에 비가 내리지 않는 하늘을 원망하는 농부의 마음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주었습니다.

더욱이 어렵사리 물을 떠다 뿌려주노라면 시름시름 앓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곧바로 생생함으로 되살아나는 모습은 갈증에 목말라하는 그네들에게 물을 꼭 떠다가 뿌려줘야만 한다는 부담을 안겨줬답니다.

대형마트에는 참외가 몇개월전부터 수확되어 도시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갔지만 노지에 심은 참외는 이제서야 앙징맞은 열매를 맺고 있더군요.
 대형마트에는 참외가 몇개월전부터 수확되어 도시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갔지만 노지에 심은 참외는 이제서야 앙징맞은 열매를 맺고 있더군요.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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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와 마찬가지로 노지에 심어 놓은 수박도 그 열매를 맺고 계절의 맛을 담아가고 있었습니다.
 참외와 마찬가지로 노지에 심어 놓은 수박도 그 열매를 맺고 계절의 맛을 담아가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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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물을 뿌려주는 것은 결코 녹녹치 않았답니다. 도심 주말농장 곳곳에 시에서 설치해 놓은 물통이 놓여 있고 여기에서 물을 받아다가 뿌려줘야 하지만, 큰 가뭄 탓에 지하수가 충분하지 못한 관계로 위쪽에 놓인 물통에는 물이 채워지지 않아 100여 미터 이상 떨어진 아래쪽에 놓인 물통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또 물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관계로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물을 받아다가 뿌려 줘야만 하기에 마음은 흡족하게 뿌려주고 싶지만 그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답니다.

다섯 평 남짓의 작은 텃밭이지만 4리터 남짓 들어가는 물통으로 여섯 개 이상을 담아 날라야 그나마 가꾸고 있는 채소들이 어느 정도 타들어가는 것을 막아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과 7월 들어 계속해서 내린 장맛비로 이 같은 걱정은 없어졌다 생각했는데 지난 토요일(14일) 텃밭을 찾아 살펴보노라니 이제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도심 텃밭 한 켠에 피어난 코스모스는 벌써 계절을 앞서 간 듯 합니다.
 도심 텃밭 한 켠에 피어난 코스모스는 벌써 계절을 앞서 간 듯 합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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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도심 농부의 텃밭에 피어난 작은 꽃입니다. 채소류의 일종인 것 같은데 그 종류는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도심 농부의 텃밭에 피어난 작은 꽃입니다. 채소류의 일종인 것 같은데 그 종류는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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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욕심 탓에 도심 텃밭은 호박밭으로...

2000여 가구가 제 각각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는 이곳 안산 초지동 도심 주말농장은 큰 가뭄을 겪은 뒤 황폐해진 텃밭도 눈에 띄지만 자연의 시련을 이겨낸 텃밭들의 각종 채소들은 그 싱싱함이 한껏 물이 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무성해진 잡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에 저희 가족도 지난 4월 상추를 비롯해 방울토마토 고추 토란 등 대여섯 종류의 채소류를 심었고 또 텃밭 가장자리에는 호박을 몇 주 심었답니다. 호박잎 쌈을 좋아하기에 잎을 뜯어 먹을 요량으로 그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욕심이 조금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조그만 텃밭에 너무 많은 호박 모종을 심은 탓인지 이제 다섯 평 텃밭의 다른 식물들은 시름시름 죽어가는 것 같고 온통 호박잎과 그 줄기만 무성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호박줄기와 그 잎 때문에 토란은 시름시름 앓고 있었답니다.
 호박줄기와 그 잎 때문에 토란은 시름시름 앓고 있었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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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잎을 따내면 호박이 열리지 않는다는 조언에 따라 몇 차례 솎아낼 기회를 놓치고 또 그렇게 2주일여를 놔뒀더니 이제는 잎을 따다가 먹기에는 적절치 않을 만큼 크게 자라나 버렸습니다. 또 그렇게해서 뻗어 나간 호박 줄기들은 조그만 텃밭을 온통 뒤 덮은 채 다른 작물들을 휘감은 채 무성해지고 있어 이놈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새로운 고민이 생겨난 것입니다.

멀쩡하게 잘 자라고 있던 고추 몇 주가 말라 죽어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방울토마토, 깻잎, 토란 등 거의 대부분의 작물이 호박의 등쌀에 제대로 자라고 있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말농장 입구의 묘종상에 물어보니 이달 말경 배추를 심으면 된다고 하니 다른 작물을 새로 심는 것은 적당치 않은 것 같아 고민을 하다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해서 임시로 토란잎을 가린 호박 줄기를 걷어내고 햇볕을 쬐게 만들어주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날은 줄기를 걷어내면서 상당한 양의 호박잎을 뜯어 올 수 있었습니다.

호박잎은 여름 한철 입맛 잃기 쉬운 계절에 입맛을 살리는 데 더 없이 좋은 친숙한 먹거리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저 또한 호박잎쌈을 즐겨 먹는데 주로 양념간장에 찍어서 먹었는데 지난 6월부터 두어 차례 뜯어온 호박잎에 전어젓갈을 쌈장으로 먹어보니 그 맛이 일품입니다.

또 이렇게 제 입맛을 돋우고 있는 전어젓갈에도 사연이 있답니다. 바로 이 전어젓갈은 지난 늦가을 제가 직접 잡아와 천일염에 버무려 담가놓고 숙성이 어느 정도 된 것 같아 이렇게 조금씩 덜어내 먹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호박잎에 전어젓갈... 내가 기른 호박잎에 내가 잡아온 전어

지난해 11월 인천 영흥도에서 선망조업을 하는 배를 따라가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탄 수경 1, 2호는 전어를 전문적으로 잡는 배였는데 인천 경기권에서 선망허가권을 가진 유일한 배였습니다. 이날 수경 1, 2호가 두어 시간의 조업으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전어의 어획량이 5톤을 훌쩍 넘을 만큼 만선을 이룬 적이 있습니다.

전어떼를 발견하고는 선망 그물을 바다에 뿌리는 중입니다. 선망은 길이 250미터 높이 20미터 남짓의 그물로 어군을 감싼 후 먼저 밑 부분을 조이고 그 다음 원형으로 감싼 그물을 감아 고기를 잡는 조업 방식입니다. 멀리 보이는 곳이 영흥화력발전소 입니다.
 전어떼를 발견하고는 선망 그물을 바다에 뿌리는 중입니다. 선망은 길이 250미터 높이 20미터 남짓의 그물로 어군을 감싼 후 먼저 밑 부분을 조이고 그 다음 원형으로 감싼 그물을 감아 고기를 잡는 조업 방식입니다. 멀리 보이는 곳이 영흥화력발전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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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그물을 조이는 중입니다.
 본격적으로 그물을 조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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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단 한 번의 그물질이었지만 퍼 올리고 또 퍼 올리다가 나중에는 더 이상 배에 실을 수 없어 그물에 갇혀 있던 500kg 이상의 살아 있는 전어는 그물을 풀어주고 다시 놓아주는 상황에까지 이른 바 있습니다.

십여미터로 좁혀진 그물안에는 전어가 가득합니다.
 십여미터로 좁혀진 그물안에는 전어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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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진 그물안에서 전어를 퍼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조여진 그물안에서 전어를 퍼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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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삶의 체험현장(?)'을 함께한 공로로 20여kg 남짓의 전어를 얻어 왔고 저는 그 전어의 대부분을 국산천일염으로 1:1 비율로 버무려 젓갈로 담가 놓은 바 있습니다. 또 이렇게 담가 놓은 전어를 100일이 지나고부터는 그 일부분을 헐어내 지인들 몇 분에게 나눠주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이날 5톤 넘게 잡은 전어는 뱃전에 까지 실어야만 했고 그래도 담아올리지 못한 전어는 풀어줘야만 했답니다.
 이날 5톤 넘게 잡은 전어는 뱃전에 까지 실어야만 했고 그래도 담아올리지 못한 전어는 풀어줘야만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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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를 통째로 먹으려고 하니 어느 정도 삭은 것 같기는 한데 뼈가 억세어 믹서로 간 후 여기에 고춧가루에 참기름, 청양고추 등을 송송 썰어 버무려 밑반찬으로 즐겨 먹는 중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날 저희 집 식탁에는 호박잎을 쪄서 올리고 저는 이 호박잎에 전어젓갈을 조금 찍어 양념간장 대신에 얹어서 먹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지난 토요일 텃밭에서 수확해온 각종 농작물입니다. 가장 많은양을 차지한 것은 당연히 호박잎이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텃밭에서 수확해온 각종 농작물입니다. 가장 많은양을 차지한 것은 당연히 호박잎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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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식탁에 오른 호박잎과 전어젓갈 그리고 고추 가지 등등 이날 텃밭에서 따온 각종 채소로 반찬이 이루어졌답니다.
 저희집 식탁에 오른 호박잎과 전어젓갈 그리고 고추 가지 등등 이날 텃밭에서 따온 각종 채소로 반찬이 이루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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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함께 살아가는 농부의 정성과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어부가 흘린 땀의 대가(?)를 지난 토요일 저녁 식탁 위에 올려 놓았으니 왕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은 우리집만의 '만찬'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호박잎, #전어, #도심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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