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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방에 가면서 장미꽃을 보고 좋아하는 손자 아이
 놀이방에 가면서 장미꽃을 보고 좋아하는 손자 아이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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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가 쓰는 "육아일기" 할아버지가 손자 아이를 데리고 놀이방에 다니는 "육아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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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아이 이름이 윤도영이다. 아들 며느리가 맞벌이 부부가 되어 아이 '어미, 아비'가 손자 아이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조금이라도 힘을 덜어 주려고 4살 된 손자 아이를 할아버지, 할머니 사는 아파트 단지 놀이방에 입학을 시켰다. 그리고 매일 아침이면 손자 아이를 아비 출근 시간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데리고 온다.

그러다 보니 어떤 날은 아직 달콤한 꿈나라 여행을 하는 아이를 아비가 앉고 들어 오는가 하면 또 어느 날은 해맑은 웃음을 화사하게 웃으며 할아버지 품에 안기는 날도 있다. 이렇게 시작된 손자 아이와 할아버지의 새로운 생활은 한동안 할아버지도 손자 아이도 생소한 환경이 되어 적응이 쉽지 않았다.

평소 아이의 어미 아비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방문을 했을 때도 낯가림하는 녀석이 되어 언제 변변히 귀여운 손자녀석 안아 보기도 쉽지 않았는데 갑자기 환경이 바뀌는 바람에 손자 아이가 할아버지 보살핌을 받게 되다 보니 아이가 어떤 때는 이유없이 칭얼대며 생떼를 부려 놀이방 등원 시간이 다 되도록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럴 땐 어린 것이 어미 아비 떨어져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그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알지 못해 다 들어주지 못하는 할아버지 맘이 너무 안타깝고 애석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할아버지가 온종일 손자 아이와 놀아줄 형편도 못된다.

왜냐면 할아버지도 손자 녀석 놀이방에 등원시켜 주고 10시까진 사업장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할아버지 사정도 모르는 손자 녀석은 어느 날은 아예 놀이방 가기 싫다고 생떼를 쓰며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그럴 때면 이 녀석을 어떻게 달래야 하나 별의별 유혹으로 아이를 달래 보지만 그래도 아이는 막무가내로 울음을 그치질 않는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 약한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듯 가슴이 아파 아이를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출근한 아들 며느리를 원망하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으면 지천명 나이가 넘은 사람이 늦깎이 공부를 한다고 고등학교 진학을 해 새벽들이 학교에 간 아내까지 싸잡아 욕을 한 일도 여러 번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할아버지의 답답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발버둥질 치며 제 어미를 부르며 서럽게 울었다. 그것을 보니 혹시 아이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겁이나 열을 재보니 다행히 열은 없는데 아이는 막무가내로 제 어미만 찾으며 울고 있으니 철부지 어린것을 매를 들 수도 없어 할아버지는 손자녀석을 쳐다보며 땀만 뻘뻘 흘린 적도 여러 번 있다.

궁금한 것도 눈물도 많은 손자 녀석... "할아버지 이건 뭐예요?"

장미꽃과 함께 포즈를
 장미꽃과 함께 포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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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면 어느 사이 할아버지 출근 시간도 급해져 마지막 카드로 집안 전체 전깃불을 하나하나 끄면서 도영이 너 계속 울면서 할아버지 속상하게 하면 너 혼자 집에 남겨 두고 할아버지 출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니 그때야 막무가내로 소리소리 지르며 울던 어린 것이 "할 할 할아버지" 하면서 흑흑 거리며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할아버지의 품에 안긴 다.

이렇게 어린 손자 아이와 한바탕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아직도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껴 우는 아이를 간신히 달래 안은 할아버지 가슴은 어린것이 혹시 놀래지나 않았을까? 상처받지 않았을까? 별의별 생각을 하며 놀이방으로 향하는 마음이 너무 가슴 아프고 짠하고 아리다.

어떤 날은 어린 것이 아침에 어미 아비 떨어지는 것이 싫어 심통을 부리며 떼를 쓰고 우느라 아침도 못 먹인 것이 맘에 걸려 그 천진한 얼굴 들여다보며 내가 출근을 조금 늦게 하더라도 아이 밥은 먹여 놀이방에 등원시켜야겠다 생각하며 '도영아! 밥 먹을까?' 하고 물으면 아이는 머리를 끄덕거리며 아직도 울음이 남은 여운으로 흑흑 거리며 할아버지가 먹여주는 밥을 잘도 받아먹는다.

그렇게 미운 정 고운 정 들어 익숙해지다 보니 아이는 어느 사이 해맑은 모습으로 '할아버지'를 찾고 알고 싶은 것은 왜 그렇게 많은지 시도 때도 없이 질문도 잘하고 재롱을 피우며 할아버지 품에 안긴다. 그 천진스런 어린아이 모습을 보며 가슴속에 생겼던 응어리가 마치 얼음장 녹듯 녹아내린다.

눈에 보이는 것은 벌레 한 마리도 모두 궁금하다. 손자 아이의 관찰력이 두드러진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은 벌레 한 마리도 모두 궁금하다. 손자 아이의 관찰력이 두드러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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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아침 시간을 이렇게 손자 아이와 하고많은 날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아이를 놀이방에 등원시켜주고 출근해야 하는 할아버지 마음도 시간도 조급해진다. 그런데 아이는 그런 할아버지 입장 아는지 모르는지 세월아 네월아 마냥 마냥 걸어서 놀이방까지 간다는 아이를 급한 마음에 등에 업고 뛰듯 달려가면 이 녀석은 등에서 한사코 발버둥질을 하며 걸어서 간다고 떼를 쓴다.

그런 날은 할아버지도 화가나 '도영아! 왜 할아버지가 널 등에 업는 것이 싫어서 그러냐?'라고 물으니 이 아이 답변이 기막히다. '엄마가 업으면 다리가 휘어진다'라고 했다며 한사코 걸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런 손자 아이 이야길 들으며 그 말에 일리는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할아버진 손자 아일 없고 뛴다.

뛰면서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우리 도영이 예뻐서 업어주는 것이라 말을 하며 할아버지가 업으면 절대로 너 다리 휘어지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 순진한 아이는 등에서 머리를 끄덕이며 순응을 한다. 이렇게 시작된 아침 시간 손자 아이와의 놀이방 등원 전쟁도 어언 3개월여 지났다. 그러다 보니 이젠 아이 아범이 데리고 와 아빠 간다 하고 손을 흔들어도 손자 녀석도 아빠 빠이빠이 하며 손을 흔들어 줄 정도로 익숙해졌다.

할아버지 이꽃 이름은 뭐야요? 보는대로 물어보는 손자 아이
 할아버지 이꽃 이름은 뭐야요? 보는대로 물어보는 손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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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작별을 하고 손자 아이는 잠시 텔레비전 아침 어린이 방송을 보다 아침을 먹고 등원하기 위해 아파트 현관문 나서면 손자 아인 이제 으레 할아버지 등에 업혀 아파트 단지 내에 수많은 조경수 나무 이름, 꽃 이름, 심지어 잡초 이름까지 꼼꼼히 물어본다.

손자 아이에게 일일이 이름을 가르쳐 주고 이튿날 등원 길에 어제 가르쳐준 나무이름, 꽃 이름을 물어보면 아이는 놀랄 정도로 척척박사처럼 알아맞힌다. 그런 아이더러 어떻게 하나 보려고 '도영아 오늘은 할아버지 힘드니 걸어가자!'라고 하면 이 녀석 하는 말 '할아버지가 도영이 업는 것 좋아하셔서' 자기도 이젠 '할아버지 등에 업혀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자기 의사를 또렷하게 말을 한다.

이런 손자 녀석 앞에 할아버지가 구세대라서 그런진 몰라도 도영이 어미가 아이더러 '업어주면 다리 휘어진다'라고 했다는 말은 '옛날 우리의 어머님들이 아이가 울거나 보채면 할 일은 태산 같고 그렇다고 일 안 하고 아이 돌볼 입장 못 되어 어쩔 수 없이 종일 아이를 업고 일을 하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나 있었던 이야기라 생각을 한다.

1950년 6.25 피난 시절 그때 내 나이 7살이고 동생은 4살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내가 올해 환갑, 동생 나이가 58세인데도 동생과 나는 가끔 피난시절 이야기를 하며 그 옛날을 회상하곤 한다. 그런 경험에 비춰보면 손자 아이도 4살이니 이 다음 아주 '먼 훗날 할아버지 등에 업혀 놀이방'등원길 오가며 할아버지와 많고 많은 이야기 했던 그때 그 시절 추억을 그리며 할아버지를 그리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손자 아일 등에 업고 놀이방으로 향한다.

놀이방 안 가는날 자전거를 타면서...
 놀이방 안 가는날 자전거를 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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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손자 , #도영이, #놀이방, #할아버지 , #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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