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유 <두 개의 문> 감독이 5일 광주극장을 찾아 '관객과의 대화'의 자리를 가졌다. 왼쪽부터 박래군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 홍 감독, 이날 사회를 맡은 장복동 전남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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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도, 이명박도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4일 소동이 있었다. <두 개의 문>을 보러 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영화를 보지도 못하고 극장에서 쫓겨났다. 이에 홍지유 <두 개의 문> 감독이 5일 "우리는 그들(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들을 권리가 있다"며 입을 열었다.

홍 감독은 "일부 언론이 (현 위원장이 영화를 볼) 권리를 침해한 안타까운 사건처럼 묘사한 측면이 있더라"며 "(현 위원장이) 관람 전, 당시 자신의 태도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가 왜 필요한지는 국민들이 잘 판단해 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의 일 때문에 일각에서 <두 개의 문>을 '볼 수 없었다', '보지 않겠다' 같은 치졸한 발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두 개의 문>의 공동 연출자 홍지유 감독과 배급위원회 기획위원장인 박래군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5일 광주시 동구에 위치한 광주극장을 찾아 관객들을 만났다. 4일까지 누적관객 2만 124명을 기록하며 개봉 13일 만에 2만 관객을 돌파한 <두 개의 문>은 광주에선 유일하게 광주극장에서만 상영 중이다.

"얼떨떨... 하루하루 채워지는 관객 수에 놀라고 있다"

800여석 규모의 객석이 가득 찼다. 예술영화전용관, 단관극장 따위의 수식어가 붙는 광주극장에선 보기 힘든 사례다. '관객과의 대화'란 특수성에 전국적인 <두 개의 문> 흥행 이변이 보태진 결과다. 사실 전날(4일) 오후 3시에 상영했을 땐 객석의 1/3도 안 채워졌었다. 또 광주극장 측이 2010년 <경계도시 2>, 올 초 <어머니>를 상영하면서 똑같이 홍형숙, 태준식 감독을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관객 수가 평소보다는 많았지만 광주극장 공간 중 한쪽에 자리 잡으면 되는 정도였다. 그게 상식이었고, 이번이 비상식이다.

이 같은 흥행 이변에 홍 감독은 "얼떨떨하다"는 표현으로 소회를 전했다. 그는 "하루하루 채워지는 관객 수에 놀라고 있다"며 "특히 서울 외의 지역엔 상영하는 극장이 매우 적은데, 국민들 스스로 모금을 해 영화를 상영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또 "올해 2월쯤 했던 회의에서 박래군 위원장이 '10만은 봐야지'라고 하자 내가 '1만도 어렵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웃기도 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사회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관객 1만 명을 넘긴 사례는 거의 없다"며 "당시 10만 명이라 말했지만 3만이라도 넘기자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내부 시사회 후 '이거 극장에 걸자'고 하니 홍 감독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이더라"며 "하지만 영화가 매우 잘 만들어졌고, 충분히 관객의 공감과 울림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장복동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왜 '두 개의 문'이란 제목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홍 감독은 "영화에 경찰특공대원이 옥상 아래층 두 개의 문 중 망루로 올라가는 문이 어떤 문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이 장면과 더불어) 재판 과정을 지켜보니 철거민은 물론 경찰의 안전조차도 보장 안 된 허술한 진압 작전이었다는 것을 느꼈고 이를 전하고 싶은 생각에 '두 개의 문'이란 제목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언론 계속 떠들 일 생겨 이슈화에 도움"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박래군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관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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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소동 이전에 <두 개의 문>은 이미 한 차례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이른바 '별점 테러' 사건이다. 지난달 21일 개봉 직후 9점대를 유지하던 포털 사이트 별 평점이 27일부터 급격히 떨어져 현재(6일 오전 3시) 별 2개를 갓 넘기고 있는 상황(4.35)이다. 이에 홍 감독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지만 한편으론 몹시 신경이 쓰인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최근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별점을 매기는 인원이 하루에 300명 정도라면 <두 개의 문>은 600명 정도가 매긴다"며 "(현병철 소동을 포함해) 언론에서 계속 떠들어 댈 수 있는 일들이 생겨 <두 개의 문>과 용산참사가 이슈화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네이버 별점 참여 인원은 6일 오전 3시 현재, 6월 28일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3306명, 6월 21일 개봉한 <두 개의 문>이 3668명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두 개의 문>이 누적관객 2만 명을 돌파한 4일,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렇듯 '쿨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홍 감독은 "철거민을 비난하고, 심지어 '잘 죽었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어내는 것을 보면 혹시 유가족이나 철거민들이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악성 댓글을 다는 이들을 향해 "그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으면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이라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라 비판했다.

한편, 홍 감독은 "영화에서 유가족에 관한 내용이 너무 적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갈등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극장 밖으로 나가며 감정을 모두 해소해 버리는 게 아니라 영화를 통해 관객을 답답함의 극단으로 몰아붙이려 했다"며 "관객이 영화를 본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게끔 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전했다.

두 개의 문 홍지유 광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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