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5일 오후 1시]

 김연아 선수

김연아 선수 ⓒ 곽진성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도전을 선택한 김연아(22.대한민국)의 행보가 흥미롭다. 미셀 콴, 카타리나 비트와는 다른 김연아만의 '마이웨이'(My Way)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금 김연아는 세계선수권 5회 우승자 미셸 콴, 동계올림픽 2연패 카타리나 비트도 이루지 못한 특별한 목표달성을 향해 전진 중이다.

피겨퀸 김연아의 '마이웨이'... 콴·비트의 길과 다르다

김연아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 도전을 선언한 후, 몇몇 언론에서 김연아를 콴, 비트와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다. 콴과 비트가 김연아 이전 세대의 피겨챔피언들 이라는 점에서 이런 비교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2일,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밝힌 지향점은 이전 챔피언들의 목표와 확연히 달랐다.

"(중략) 만일 최고의 목표에 대한 부담으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하고 이것이 인생에서의 큰 아쉬움으로 남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제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선수가 아닌,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로 새 출발하겠습니다."(2012. 7. 2. 김연아 선수 기자회견 중)

 김연아 선수

김연아 선수 ⓒ 곽진성


그동안 콴, 비트를 비롯한 수 많은 피겨 스케이터들이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뛰었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피겨 종목에서, 금메달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3차례 올림픽 도전을 했던 미셸 콴(32. 미국)은 무관의 여왕으로 남았다. 유력한 우승후보였지만, 2차례 동계올림픽에서 은, 동메달(1998, 2002년)을 그쳤다. 이어진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는 서혜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끝마쳐야 했다.

카타리나 비트(46. 독일)는 동계올림픽 피겨 2연패(1984,1988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이후 무리한 목표가 발목을 잡았다. 올림픽 3연패를 위해 20대 후반의 나이로 또 한번의 동계 올림픽 출전을 감행했지만, 결국 저조한 성적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아쉬운 끝맺음이었다.

 김연아 선수

김연아 선수 ⓒ 곽진성

 

김연아의 '마이웨이'는 이들과 달랐다. 그녀는 금메달 획득이나, 올림픽 2연패 달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대신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연아는 카타리나 비트와의 경쟁심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카타리나 비트와의 경쟁심) 그런 건 별로 영향이 없습니다. 카타리나 비트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당시의 피겨는 지금과 다릅니다. 그런 이유보다 자신만의 생각에서 결정했습니다. 영향은 없었습니다."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선수생활 종착역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부상과, 부진으로 갑작스레 선수생활의 종지부를 찍어야 했던 이전의 피겨 전설들과 달리, 김연아는 유종의 미를 거둘 무대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김연아의 도전 원동력! 여전히 압도적 실력

 김연아 선수. 이너바우어

김연아 선수. 이너바우어 ⓒ 곽진성


피겨여왕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의 압도적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까? 7월 2일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올림픽 챔피언이 아닌, 국가대표 김연아로 봐달라'는 부탁을 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저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후배 선수들과 똑같은 국가대표 김연아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롭게 경쟁 무대에 나설 김연아에게, 자신이 올림픽 때 남긴 피겨 여자싱글 세계신기록 228.06점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김연아는 오랜 장고 끝에 도전의 길을 택했다. 이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2년 5개월여 만의 결정이다.

김연아는 2011년 10월 '시즌 휴식'을 선언한 이후에도 하루 4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자신의 몸상태를 체크했다. 결국 그녀가 고민 끝에, 경쟁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은, 자신의 기량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연아는 기자회견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피겨 유망주 3인방(툭타미셰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폴리나 셸레펜)의 급부상에'에 대해 묻는 질문에, "러시아 선수들은 후배(국가대표)들의 라이벌이다"라는 당찬 발언을 했다. 자신의 비교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러시아 선수들은 후배들의 라이벌입니다. (러시아 피겨 유망주 3인방이) 어린 후배들의 라이벌이라 눈여겨 보기는 했습니다. 이미 저는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결과를 위해 출전하는 것이 아닌,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국제대회 참가해서 성적을 받아놓고, 월드 챔피언십에 나갈 자격이 되면, 올림픽 티켓 2장 이상 따는 것 목표로 할 것입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준비 체제로 들어간 김연아가, 앞으로 자신의 능력을 얼마만큼 극대화시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훈련중인 김연아 선수

훈련중인 김연아 선수 ⓒ 곽진성

김연아의 훈련이 단절되거나, 끊기지 않고, 계속 진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2010 동계올림픽 피겨 챔피언' 김연아의 기량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볼 수 있다. 훈련 중, 큰 부상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2014년 2월)까지 약 1년 반이란 시간이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세밀히 준비한다면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포디움을 놓치지 않았던 김연아의 클래스를 지킬 것이라 믿는다.

다만, 오랜기간 경쟁 대회에 나서지 않던 김연아가 경쟁 대회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첫 대회가 부담이 적은 국내 대회인 것은, 김연아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이어질 대회에 김연아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는 일도,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김연아의 귀환'은 하향 평준화된 세계 피겨 여자 싱글에 또 한번의 파란을 가져다줄 것이다. 눈에 띄는 라이벌이 없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김연아의 소치 동계올림픽 경쟁자들을 라이벌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최근 회자되는 러시아 유망주(툭타미셰바외), 일본의 신예 선수들(무라카미카나코외), 유럽 피겨 가장(카롤리나코스트너외)의 최고기록은 김연아의 세계 신기록(228.06점)보다 20점~50점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김연아와 기본적인 '클래스'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김연아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목표인 '자신이 만족할 만한 연기'를 펼쳤을 때, 제대로 경쟁을 점수 경쟁을 펼칠 라이벌은 현재 시점으로 없다. 결국 김연아의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성패는, 다른 누군가와의 경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냐에 달렸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연아, 후배들과 함께 뛴다

 왼쪽부터 피겨 유망주 김해진, 박연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김연아,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동메달 곽민정 선수

왼쪽부터 피겨 유망주 김해진, 박연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김연아,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동메달 곽민정 선수 ⓒ 곽진성


7월 2일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몇 가지 의미 있는 답변을 해줬다. 태릉에서 (당분간)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국가대표 맏언니인 김연아가 국내에 남아 훈련을 하는 것은, 국가대표 후배들에게 큰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곽민정(20. 이화여대)에게 자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 피겨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곽민정은 지난해, 부상과 체중 변화로 부진했다. 피겨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8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곽민정은 올시즌, 훈련을 통해 난관을 극복했다. 은퇴의 유혹도 뿌리쳤다. 곽민정은 올 시즌, 신혜숙 코치 지도아래 열심히 훈련에 임해, 그간 어려움을 겪었던 체중 문제를 상당 부분 극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시즌 김연아의 복귀와 함께, 곽민정의 부활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올 시즌, 곽민정에게 있어 '동계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의 위상을 되찾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제 기량을 되찾는다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13위를 뛰어 넘는 호성적을 기대할 만하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복귀는 김연아를 롤 모델로 삼은 한국 피겨 남녀 유망주(김진서, 조경아, 이호정, 박연준)들에게도 큰 동기부여를 해줄 것이다.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이 먼 미래의 꿈이 아니라, 김연아와 함께하는 현실의 꿈이 됐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2013년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제 기량만 펼친다면, 대한민국은 최소 2~3(10위권 : 2장, 우승·준우승 3장)장의 동계올림픽 티켓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아와 함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피겨 유망주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더없이 큰 경험을 할 것이다.

함께 가는 김연아, 2018 평창 후배들의 꿈 자양분 될 것

 동계 올림픽 꿈을 키우는 김연아 선수와 피겨 유망주들, 왼쪽부터 이동원, 김민석, 이호정, 조경아, 김해진, 박연준, 김연아, 곽민정 선수

동계 올림픽 꿈을 키우는 김연아 선수와 피겨 유망주들, 왼쪽부터 이동원, 김민석, 이호정, 조경아, 김해진, 박연준, 김연아, 곽민정 선수 ⓒ 곽진성


피겨는 개인 종목이다. 그러 이유로 같은 국적의 선수끼리도, 국제대회에서 외면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팀의 현재 모습은 이런 풍토와는 사뭇 다르다. 서로를 다독이는 분위기 속에, 우정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 종목에 2개의 스포츠매니지먼트사(올댓스케이트, IB스포츠)가 연관된 구조 속에서도, 김연아, 김민석, 곽민정을 필두로 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끈끈한 정으로 뭉쳐있다.

김연아는 2일, 기자회견에서 태릉을 (당분간) 훈련장소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당연히 해외 훈련을 갈 것이라는 미디어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사실, 국내에서의 훈련은 여건상(코치 선임, 훈련장 상태, 프로그램 보안 등) 김연아 개인에게 마이너스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피겨 국가대표팀 전체에 플러스가 되는 행동을 택했다.

국내 훈련 결정의 배경에는 '국가대표팀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이 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김연아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책임감을 갖고 있다.

김연아는 국내대회를 거쳐,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팀의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출전 티켓을 늘려 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대회 참가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4~5년 동안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하다 태릉에서 후배들과 훈련을 했습니다. 어릴 때 봤다가, 다 크고 난 뒤, 훈련 중 부상도 있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후배들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중략) 후배들의 올림픽 도울 수 있을까란 생각을 가졌습니다. 밴쿠버 때 곽민정 선수랑 함께 나간 것처럼, 후배 선수와 같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추억.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연아의 '마이웨이'는 다른 피겨스케이터들이 가지 못한 길이다.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국가대표 후배들과의 동행이다. 그녀는 지금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한 명'이 되어 후배들과 함께 나가고 있다.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만족하는 연기'를 꿈꾸는 김연아, 그녀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역이 될 국가대표 후배들과 함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무대에 설 준비를 마쳤다.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 주인공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피겨 퀸 김연아의 '마이웨이'가 고맙고, 소중한 이유다.

김연아 소치 동계 올림픽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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