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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대선경선 규칙을 사실상 확정했다. 김문수·정몽준·이재오 등 비박(非朴) 3인방이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내걸며 주장했던 완전 국민경선제는커녕 2007년 경선규칙 '그대로'다.

 

당 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김수한)는 지난 2일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선거인단 규모를 '유권자 수의 0.5%'에 해당하는 20만 1320명으로 결정하고 반영 비율 역시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앞서 현행 경선규칙을 수정·보완해 비박 3인방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명분을 주자는 의견이 당내에 제기됐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사실상 비박 3인방에게 '백기투항'을 권고한 셈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지난 2일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소집, 비박 3인방의 경선 참여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헤어졌다. 오히려 지도부 내 유일한 비박계인 심재철 최고위원이 제기한 '선거인단 중 일반국민 참여비율 확대' 중재안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아예 경선일정에 못을 박았다. 서 사무총장은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어제 경선관리위원회에서 총 유권자수의 0.5%로 구성키로 의결됐다"며 경선관리위원회의 의결 내용을 기정사실화했다.

 

당 지도부는 이르면 5일 최고위에서 이 같은 경선규칙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70일 넘게 끌어온 경선규칙 갈등이 결국 친박(親朴)의 완승으로 끝나는 셈이다. 이제 비박 3인방이 결단을 내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늦어도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는 오는 12일까지 경선 불참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흔들리는 김문수, 차차기 대선주자냐 말 바꾸기냐

 

현재 비박 3인방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김 지사는 경선 불참 입장 선회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 정몽준·이재오 의원과 달리 경선 참여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단 얘기도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대선경선 2위 주자들이 차기 대선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했던 점을 감안할 때 경선 참여가 필요하단 전략이다.

 

'박근혜 캠프'의 좌장인 홍사덕 전 의원이 지난 2일 기자들과 상견례에서 "여러분들이 만족할 만한 수의 후보가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김 지사의 참여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 지사가 오는 10일 대선주자 초청 관훈클럽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한 점도 '경선 참여'에 무게가 실린 행보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지사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의 대리인 측인 신지호 전 의원은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 지사께서 판단하실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도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참석에 대해 "관훈클럽 측에 우리 사정을 설명했는데 경선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와 달라고 해서 잡힌 일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캠프 내에선 여전히 경선 참여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김 지사를 돕고 있는 한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선지킴이' 등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포장해도 경선 불참 선언을 뒤집은 것에 대한 반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비박 3인방이 피를 나눈 동지는 아니지만 김 지사만 빠진다면 '배신자' 프레임에 묶이고 만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원도 "말을 자꾸 바꾸면 안 되지 않냐"고 꼬집었다.

 

산행 떠나는 정몽준·이재오, '경선 불참' 입장 정리 수순?

 

반면, 정몽준·이재오 의원의 경선 불참 입장은 비교적 확고하다.

 

이재오 의원 측 대리인인 권택기 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선 모든 것을 열어놓고 검토하는 수밖에 없다"며 "당이 그동안 하나라도 약속을 지킨 게 없다"고 성토했다. 또 "(이 의원은) 49박 50일 일정의 민생탐방이 4일자로 끝나면 며칠간 어디에 가서 생각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4일 도라산역으로 가서 접경지역을 둘러볼 예정이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원은 5일 지리산이나 태백산으로 가 생각을 다듬을 예정이다.

 

정몽준 의원 측도 마찬가지다. 정 의원도 이번 주말께 참모들과 산행하며 향후 진로를 모색할 예정이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을 떠나 있을 계획"이라며 "경선규칙에 대해 당내 논의조차 안 되는 상황인데 10년간 준비했던 본인 마음은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태그:#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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