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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교회 전병욱 전 담임목사의 활동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2010년 여신도 성추행 의혹으로 삼일교회를 떠난 전병욱 목사가 최근 목회를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서울 홍익대학교 부근에 교회를 개척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시작된 것. 지난 5월 전병욱 목사는 '홍대새교회'라는 명칭의 홈페이지와 공식 트위터 개정을 개설하며 이런한 사실을 알렸다.

이에 교회2.0목회자운동이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6월 18일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홍대새교회 창립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전병욱 목사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교회 개척 중단과 자숙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윤실은 편지에서 "전 목사의 공개적인 회개와 피해 성도에 대한 사과를 기대했으나 실제로 들려온 소식은 엄청난 액수의 전별금과 갑작스러운 교회 개척이었다"고 지적한 뒤, "이는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고 우리 한국교회를 망신 주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회 이끌 차세대 지도자의 충격적 범죄

왜 다시 전병욱 목사가 논란이 되는 것일까?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삼일교회는 한때 성도 2만여 명 중 70~80%가 청년층이었다. 한국 교회 신자 수가 감소하고 있고, 청년층의 이탈이 급속한 가운데 삼일교회에 청년층이 몰리는 것은 특이한 현상으로 여겨졌다.

이 교회를 이렇게 발전시켜 온 사람은 전병욱 목사였다. 그는 삼일교회가 설립된 지 40년 후인 지난 1993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세번째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그리고 성도 수 80여 명에서 정체돼 있던 교회를 18년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그런데 2010년 봄, 한국교회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인정받던 전병욱 목사에 대한 믿기 힘든 소식이 들렸다. 전 목사가 교회 신자인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기독교 전문매체인 <뉴스엔조이>를 통해 보도되었고 급기야 이 내용을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에서 취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문을 들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엇갈렸다. 가벼운 실수가 부풀려졌다, 그럴 리 없다는 반응과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후자의 반응은 전 목사를 잘 아는 목사들이나 기독교 언론사 기자들에게서 나왔다.

이후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과 관련 교계와 사회에 미칠 파장과 피해자 보호 등을 이유로 중진 목회자들이 중재에 나섰다는 보도가 교계 신문들을 통해 이어져 나왔다. 나는 가해자가 죄를 시인하지도 않고, 피해자에게 사죄를 하지도 않았는데 회복, 용서, 목회 복귀 등이 언급되는 게 낯설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벼운 성추행이나 단순한 실수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뉴스엔조이>보도나 언론사 취재를 통해 확인된 녹취록 등에 따르면 전 목사의 성 범죄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전 목사의 성범죄는 가벼운 성추행이나 단순한 실수가 아니며 피해자도 1명이 아니라는 것. 증언된 것만 여러 건에 이르는 지속적 성범죄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교계와 삼일교회 당회는 피해자 보호 등을 이유로 자세한 사실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는 것으로 비춰졌다.

삼일교회 당회는 사실 확인을 이유로 전 목사를 해임하지 않았고 안식년을 보냈다. 그리고 외부 권고를 받아 3개월 설교 중지 및 6개월 수찬정지(성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그러다가 2010년 12월 21일 당회는 갑작스럽게 삼일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피해 자매를 직접 만나 관련 내용을 확인하였다"면서 전병욱 목사의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당회가 올린 글에는 "전병욱 목사가 2010년 11월 1일 교회 게시판을 통해 피해자매와 성도님께 '작년 가을 무렵 교회와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한 사실이 있어, 이를 회개하는 마음으로 당회에 지난 7월 사임서를 제출하였습니다'고 공개적으로 사죄하고 사과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목사의 사임서는 제출되지 않았었고, 당시 당회는 전병욱 목사가 2년간 수도권 개척금지를 약속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전병욱 목사측은 약속한 적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건은 그렇게 잊혀져 가는 듯했다.

삼일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2012년 2월 24일 올라온 '공동 요청문 - 전임 목사 사임건에 대한 진실과 회개를 요청합니다'
 삼일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2012년 2월 24일 올라온 '공동 요청문 - 전임 목사 사임건에 대한 진실과 회개를 요청합니다'
ⓒ 삼일교회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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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2년 2월 24일 삼일교회 홈페이지에 삼일교회 리더급 성도 67명이 당회를 통해 전병욱 목사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며 기명 서명한 '공동요청문- 전임 목사 사임건에 대한 진실과 회개를 요청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요청문에서 전 목사 사건의 실체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여러 의혹이 떠돌아다니고 있으며 그 때문에 교회가 안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 목사에게 지급된 13억이 어떤 근거로 지급됐는지에 대한 내역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4월 9월, 당회는 제직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전병욱 목사 사건이 피해자를 호출해 옷을 벗은 후 ○○○○를(편집자주 : 구체적인 성행위) 하게 한 것을 피해자매를 만나 증언을 통해 들었고, 이 외에도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자매가 성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접수되었다"고 설명했다.

당회는 전병욱 목사에게 주어진 전별금 내역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주택구입비 10억 원, 퇴직금 1억 1천만 원, 개척금지에 따른 생계비 1억 3천만 원, 치유비 1억 원으로 총 13억 4500만 원이 지급하기로 했고, 전세보증금을 상계해 10억 6500만원이 지급됐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이 돈 지급이 교회 규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회는 "전병욱 목사가 향후 몇년간 목회직 수행이 어려우므로 생활비를 지원해달라고 하고 당회에 요구했으므로, 퇴임 후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척과 관한 소문이 나오는 것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교회, 전임목사,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도 전임목사 관련된 자들의 어떠한 접촉도 삼가해주시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 목사의 개척을 돕던 삼일교회 수석부목사인 H목사를 권고사임 처리했다.

새로운 교회 개척에 나선 전 목사

홈페이지 갈무리
 홈페이지 갈무리
ⓒ 홍대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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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치리권을 가진 교단 노회의 어떠한 조사나 처리 과정도 거치지 않고 유야무야 교회를 사임한 전병욱 목사는 시내 모처에서 교회개척을 위한 예배를 시작했다. 그리고 '홍대새교회'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오는 8월 15일 공식 설립예배를 드리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벌써 수백 명이 모이고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이 교회는 삼일교회에서 불과 5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전 목사는 담당변호사를 대변인격으로 두고 자신은 2년간 수도권 개척 금지를 약속한 적도 없고, 교회에 전별금을 요구한 적도 없으며 치료비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13억 가량은 교회가 일방적으로 준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0년 처음 성추행 관련 이야기 나왔을 당시에도 법적 소송으로 엄포를 놓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H 목사에 대해 블로그에서 비판적 글을 쓴 한 목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기독교계는 전병욱 목사 개척 소식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담임목사를 정하고 안정을 바라고 있는 삼일교회가 그렇다. 그러나 내가 더 당황스러운 이유는, 그 어디에서도 사실이 무엇인지 실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회에서 사건의 실체를 밝혔고, <뉴스앤조이> 등 몇몇 신문에 보도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체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두달 전 삼일교회를 오랫동안 다닌 부부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들은 전 목사의 교회 개척소식을 듣고는, 벌써 개척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전 목사 사건을 '여 성도에게 안마를 받은 정도'로 알고 있었다. 안마를 받은 것이 높은 윤리를 요구받는 목회자로서 부적절해 전병욱 목사가 다소 억울한 면이 있지만 수용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나는 그분들과 대화하면서 상당수의 기독인들이 전병욱 목사 사건의 실체를 이렇게 알고 있겠구나 싶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과 내가 개설한 카페에 누리꾼들이 올리는 글을 보면, 안마 정도의 성추행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인터넷상에는 신천지 등 이단이 침투해 사건이 꼬인 것이라는 등 피해자가 들으면 두 번 상처를 줄 말들이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전 목사는 오히려 별 거 아닌 일로 그 큰 교회를 사임한 인물이 되어가고 있다.

전병욱 목사 사건,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돼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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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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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학교 교사가 성추행을 했다면 회개, 사죄, 보상 정도가 아니라 교단에서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대부분의 해외 교단에서 목회자가 성적 문제를 일으키면 당연히 회개, 사죄, 보상, 법적 처벌 등을 받고 모든 과정을 성실히 밟았더라도 목사직으로 복귀하지 못하게 된다. 목사직이 더 큰 도덕과 윤리를 요구받는 것은 상식이다.

나는 전병욱 목사 사건이 한국 교회에서 그가 차지했던 위상만큼 더 분명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흐지부지 지나간다는 것은 결국 한국교회의 영적·도덕적 현실이 암담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진오 기자는 인천 더함공동체교회 목사이자 교회2.0목회자운동 실행위원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에 개설한 '전병욱 목사! 진실을 공개합니다'(http://cafe.naver.com/antijeon)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태그:#전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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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세나무교회 목사.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 공동대표. 저서로는 [재편-홀로 빛나는 대형교회에서 더불어 아름다운 건강한작은교회로](비아토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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