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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는 곳은 많아도 갈 곳이 없는 것이 '귀농 희망자'의 고민이다. 지자체마다 여러 가지 '유인책'을 내세우며 손짓을 하는데 막상 마음을 정하려고 하면 꼭 한 두 가지씩 걸린다. 위치가 좋으면 땅이 비싸고 좋은 빈집이 있으면 너무 마을에 붙어있어 탈이다. 지방정부의 지원은 괜찮은데 지원 항목이 썩 구미에 당기지 않는다. 싼 땅이 있어 가 봤더니 길이 없는 맹지고, 아는 선배가 있는 곳은 땅과 집이 너무 떨어져 있다. 대개 이런 식이다.

아무리 복잡한 변수가 있어도 손에 쥔 돈만 많으면 선택지는 열려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들은 돈이 모자라서 겪는 시련도 있지만, 그보다는 과다한 욕심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좌절과 분노로 삶이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다.

농촌에 가서 뭘 할 것인가 정해야

아이도 키우고, 농사도 짓고, 돈벌이도 하고 싶은가. 건강도 회복하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들의 우선순위를 차례차례 번호로 매겨보자.
 아이도 키우고, 농사도 짓고, 돈벌이도 하고 싶은가. 건강도 회복하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들의 우선순위를 차례차례 번호로 매겨보자.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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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지 선택의 첫째는 농촌에 농사지으러 가는 것인지, 애들 교육 때문에 가는 것인지, 펜션 하나 지어서 산촌을 찾는 도시인 휴식처 제공하며 유유자적하러 가는 것인지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 뭐든 기준이 중요하다. 건강 때문에 가는가, 노후를 편안히 보낼 전원생활이 목적인가... 주요한 측면과 부수적인 측면을 잘 가늠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도 키우고, 농사도 짓고, 돈벌이도 하고 싶은가. 건강도 회복하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들의 우선순위를 차례차례 번호로 매겨보자.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는 법이고 있더라도 함정이 있기 마련이니 그렇다.

땅값은 싸고, 사철 흐르는 물이 있으며 뒷산이 제법 큼지막하게 있는 곳을 찾으면 결코 안 된다. 그런 곳을 남들 오라고 남겨 둘 사람들은 없기 때문이다. 있다면 하늘이 내려 주시는 축복이라 생각해서 양보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이 역시 하늘이 내려 주시는 은총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그것이야말로 시골살이할 사람이 갖춰야 하는 중요한 마음가짐이라 본다. 

자녀 교육 때문에 시골을 택하는 것이라면 다시 한 번 더 목표를 구체화하자. 냇가에서 가재도 잡으면서 기존 체제의 제도권 교육의 실리도 챙기려고 한다면 면 소재지나 읍 단위의 귀농지를 찾아보길 권한다.

인위적인 작용을 최소화한 자연농업을 하러 가는 시골이라면 버려진 땅, 잡초는 물론 잡목이 우거진 산골이 좋다. 지자체의 어떤 지원에도 눈길을 돌리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애들 교육도 자연 학교, 생활 학교를 염두에 두고 집 살림에서 배우고 익히게 하면 어울린다.

연습살이를 해 보면 어떨까

귀농운동본부 누리집(http://www.refarm.org/)에 가면 지역 귀농학교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귀농운동본부 누리집(http://www.refarm.org/)에 가면 지역 귀농학교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 귀농운동본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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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나는 아이들을 집에서 키우면서 <견습 학교>라는 단편을 써서 대안교육잡지인 <민들레>에 발표한 적이 있다. 집에서 하던 '보따리 학교'니 '스스로 세상학교'니 하는 것을 빗대 '견습 학교'라 칭한 것이다. 이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 땅에 '견습 농부' 과정이 없다는 점이었다.

요즘은 농촌 연습살이를 할 수 있는 데가 많다. 17년 전, 내가 귀농할 당시는 '귀농'이라는 말조차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자체마다 '귀농인의 집'이 있다. 한 채당 4천만 원씩 지원해 최근 2~3년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군 단위 농촌지역마다 있는 '귀농인의 집'은 입주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월 10만 원가량의 사용료를 내고 농지까지 알선해 6개월 정도 살 수 있다. 귀농 학교도 견습 농부 과정이고, 이 역시 여러 군데서 진행하고 있다. 내가 대표로 일하고 있는 전국귀농운동본부는 15년 동안 생태와 자립을 위한 귀농을 안내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시골을 익히고 점 찍어 둔 지역에 인연을 쌓을 수 있다. 외지에서 자가용을 몰고 와 등산객인 것 마냥 내숭을 떨면서 땅값, 집값을 염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방식으로 타진하기보다 귀농인의 집을 활용하든가, 아니면 시골마을 도우미나 마을사무장 같은 일을 하면서 마음이나 몸이 농촌으로 이전해 가는 순조로운 중간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세상 일은 돈으로도, 의욕만으로도 안 된다. 몸이 익숙해지고 밥숟가락을 같이 놔 봐야 사람 사이가 제대로 맺어지는 법이다.

친구집도 좋고 친척집도 좋다. 나는 봉화에서 머슴살이(?)를 2년 정도를 보내고 강화로 귀농한 분을 아는데, 아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새경을 받지 않더라도 먹여주고 재워 준다고 하면 머슴살이를 적극 권하고 싶다. 선진 농업인 인턴제라든가 장기 귀농학교 등이 있어 1년 정도 월급까지 받으며 배울 수 있는 농사학교도 있다.

빈집을 고쳐 사는 것이 최고

<전원생활> 누리집 첫 화면. 귀농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읽어 볼 수 있다.
 <전원생활> 누리집 첫 화면. 귀농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읽어 볼 수 있다.
ⓒ <전원생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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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구석진 땅이나 빈집 한 채를 만나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연습살이를 잘하면 주민들이 서로 "이 땅 사라" "내 집 사라"고 하는 법이고, 바가지를 쓸 염려도 없다. 되레 고맙다는 말까지 듣게 된다. 억지로 낚아채듯 외지 사람이 논밭 사고, 빈집을 사들이면 두고두고 동네 사람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이 참에 집에 대해 말하자면, 집은 빈집을 하나 사서 고쳐 살기를 권한다. 건축자잿값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름값이 오르니까 석유합성화합물이 대부분인 건축자잿값이 폭등했다. 터를 닦고, 수맥을 보고, 방향을 잡고, 전기도 끄는 등의 모든 수고를 면할 수 있다. 심지어 지하수를 파는 것까지도.

설령 집을 새로 짓더라도 거실에 커다란 통유리를 붙이는 짓은 하지 말기 바란다. 툇마루가 되더라도 마루를 만들고 소박하고 아담한 3간 짜리로 안채를 짓고, 아래채와 창고를 따로 두는 것이 좋다. <시골집 고쳐살기>라는 책을 보면 그 이유가 상세히 나와 있다. 자연소재로 집을 짓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다.

거실에 전면 통유리를 달지 말라고 한 것은 유리가 단열성이 낮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형 집은 두고두고 후회될 수밖에 없다. 단열을 최대한 강화하는 집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미 <전원생활>에 소개된 김성원 선생이나 이재열 선생의 저서를 살펴보고 귀농 관련 누리집에 가서 자료를 찾아보면 대략 큰 틀에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탈핵 에너지 견문단 소속으로 열흘 정도 독일 함부르크, 베를린 등지에 다녀왔다. 그곳에는 촛불 하나만 켜 놓아도 한 겨울에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원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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