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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책방 고구마
 헌책방 고구마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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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고구마가 절판된 잡지 <뿌리깊은 나무>와 <마당>을 모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오는 6월 24일까지 열린다.

<뿌리깊은 나무>는 1976년 3월에 창간, 1980년 8월까지 간행되었던 잡지로 아마도 기억하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나도 몇 권쯤은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국내 월간잡기 중에서는 처음으로 한글만 사용을 했으며, 가로쓰기를 해서 관심을 끌었던 <뿌리깊은 나무>는 1980년, 신군부에 의해서 특별한 이유없이 강제 폐간됐다.

헌책방에서 열리는 오래 묵은 잡지 전시회가 흥미를 끌었다. 그래서 전시회를 구경하러 길을 나섰다. 헌책방 고구마의 주소는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월문리 223번지. 금호동에서 28년간 자리를 잡았던 헌책방 고구마는 지난 해 7월 화성시로 이전했다.

 헌책 서가들
 헌책 서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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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헌책방 고구마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1호선 전철을 타고 수원역에서 내려 조암으로 가는 경진여객 버스를 타는 것이다. 화성시 우리꽃식물원 앞에서 내려 월문온천 가는 방향으로 1km 남짓 걸어가야 한다. 헌책방 고구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인 셈이다. 

노란 코스모스와 엉겅퀴가 피어 있는 2차선 도로를 따라 10여 분을 걸으니 헌책방 고구마 건물이 보인다. 네모반듯하게 새로 지은 건물이다. 헌책방 고구마는 화성시로 이전하면서 헌책방 외에도 카페와 음악감상실, LP전시실 등의 공간을 마련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다. 헌책을 구경하거나 사는 것 외에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 창간호
 <뿌리깊은 나무>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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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깊은 나무> 마지막 호와 전시된 잡지들
 <뿌리깊은 나무> 마지막 호와 전시된 잡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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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와 <마당>은 헌책방 고구마 입구 바로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유리 안에 갇혀 박제가 되어버린 오래 묵은 잡지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누렇게 색이 바랜 종이에 무늬처럼 박힌 글씨들. 전시된 잡지는 50권 남짓이었지만, 의미는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잡지를 손에 쥐고 읽지 못한다는 점. 책이라는 게 멀리서 '관상'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므로. 손에 쥐고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읽어야 제 맛이 확실히 느껴질 텐데, 아쉽고 안타까웠다.

헌책방 고구마에 왔다면, 그것도 멀리서 일부러 찾아왔다면, 전시된 잡지만 눈으로 보고 돌아가기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온 김에 헌책방 고구마를 둘러 봐야지. 1층과 2층 헌책방 서가에는 다양한 헌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고, 미처 정리되지 못한 책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금호동에서 이곳 화성시로 이전할 때 옮겨온 책은 전부 50만 권. 아직도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게 이범순 대표의 설명이다.

서가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책들을 살펴보려니 새 건물인데도 책에서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옅은 곰팡내와 비슷한 헌책 특유의 냄새가 방향제처럼 떠돌며 코를 자극한다. 음악감상실도 기웃거리고, LP 전시실도 들어갔다. 이범순 대표가 모은 LP는 5만여 장이 넘는다고 했다. 서가에 빼곡하게 꽂혀 있은 LP들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LP전시실의 LP들
 LP전시실의 LP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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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한쪽에 자리잡은 카페에도 한쪽 벽에 옛날 잡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황색 저널리즘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선데이 서울'이 눈길을 끈다. 역시 책표지에 자극적인 제목들이 박힌 채 호기심을 자극한다. '학생중앙'은 고등학교 시절에 즐겨보던 잡지였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정기구독하던 잡지가 도착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겉표지가 상당히 세련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촌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잡지들
 옛날 잡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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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잡지 외에도 초등학교 교과서와 책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끝에 LP도 함께 놓여 있다. 표지에 심수봉, 이은하, 송창식 등 세월과 함께 전성기가 지나도 한참 지난 가수들의 젊은 시절 사진이 빛바랜 채 박혀 있다.

젊은 세대들이야 이런 것들을 봐도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겠지만,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헌책방 고구마 이범순 대표는 "이번 전시회를 시작으로 추억의 LP, 추억의 만화, 추억의 교과서 등의 주제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시를 계속 열어 추억을 나눌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말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헌책방 고구마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가벼운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헌책방 고구마, 문화복함공간으로 거듭날 것"
[인터뷰] 이범순 헌책방 고구마 대표
 이범순 헌책방 고구마 대표
 이범순 헌책방 고구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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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고구마에 도착해서 건물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고구마를 찾아오신 분이시군요."

취재차 찾아왔다고 신분을 밝히니, 반색을 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오마이뉴스>나 <한겨레> 같은 진보언론에서 고구마를 취재한 적이 없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 대표는 기자를 헌책방 고구마 건물 안의 아담한 카페로 안내해 감미로운 향이 감도는 원두커피 한 잔을 내놓았다. 카페는 고구마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범순 대표가 헌책방 고구마를 금호동에서 시작한 것은 지난 1984년. 지난 해 7월에 금호동의 매장의 문을 닫고 경기도 화성시의 지금 장소로 이전했다. 헌책방을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50만 권이나 되는 책, 수집했던 LP들을 옮기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이 대표는 소장하고 있는 LP가 5만여 장이 된다고 밝혔다.

이사한 지 11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책들은 전부 정리되지 못했다. 현재 10만 권 이상이 150평 규모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차츰차츰 정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전시회는 처음 하시는 건지? 전시회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전시회를 열기는 처음이다. 헌책방은 책들이 빽빽하게 쌓여 전시를 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준비하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소개도 하고,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애지중지 모아온 잡지들이 헌책방 고구마를 홍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 헌책방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시를 좋아해서 청계천에 있는 헌책방에 드나들었다. 70년대만 해도 책이 귀했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받으면 달력이나 비료부대로 쌀 정도로 책을 귀하게 여기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헌책방에 드나들다가 헌책의 매력에 이끌려 헌책방을 금호동에서 시작했다."

- 서울에서 경기도의 변두리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순전히 '똥배짱'에 무모한 도전이었다. 헌책방이지만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헌책방 외에도 카페, 추억의 음악감상실, 세미나실 등을 만들었다. 화성시에는 동생이 살아서 자주 오가면서 눈여겨봐왔던 곳이라 이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 이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50만 권의 책을 옮기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리고 서울에서 화성으로 오면서 직원 10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둬 숙련된 사람이 없어서 정리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곳에서 새로 직원을 뽑아서 정리를 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

- 이사하면서 손해는 보지 않았나?
"매출이 줄었지만, 다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근의 평택, 오산, 안산, 수원을 비롯해 대구, 청주, 부산에서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특히 화성 지역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문화에 대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어떤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시나?
"책 명이 긴 책이다. 3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책은 수십 년이 지나고 계속해서 읽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명이 길다. 안 좋은 책은 제 아무리 표지를 현란하게 만들어도 시장에서 금방 검증이 된다. 대작이 아닌 시류에 편승하는 책들이 쏟아지는 게 안타깝다."

- 앞으로 계획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추억의 LP, 추억의 만화, 추억의 교과서 등 추억을 향유할 수 있는 전시를 꾸준히 열 계획이다. 헌책방 고구마를 문화의 불모지인 화성에서 문화의 복합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자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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