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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몇 시 이후 아이들이 인터넷을 사용 못 하게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건 부모 일이지 규제가 돼선 안 된다."

 

이른바 '디지털 시대'를 바라보는 'IT(정보기술) 구루(정신적 스승)'들과 정부의 시각차는 분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디지털 격차와 기술과 인간의 부조화 등 '그늘'을 강조한 반면 강연 차 한국을 찾은 IT 분야 세계 석학들은 정부의 인터넷 규제 움직임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세계 양극화가 디지털 격차 탓? '햇볕 정부' 필요

 

이 대통령은 22일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 영상 메시지에 "디지털 혁명이 우리 삶을 크게 바꿔왔고 지난해 아랍 재스민 혁명처럼 인류 미래를 밝히는 빛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 극복이 중요한 과제인데 디지털 격차는 양극화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오바마 정부 정책 참모로 '열린 정부'를 표방한 '정부2.0'을 주도해온 팀 오라일리 오라일리미디어그룹 CEO는 "기술 격차는 항상 존재해 왔고 시간이 흐르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오라일리는 23일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가 유선을 뛰어넘어 무선으로 가듯이 특정 기술에선 뒤처져도 더 앞서나갈 수 있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잃는 것도 있지만 얻는 것도 있고 항상 변화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구루'로 불리는 돈 탭스콧 목시 인사이트 회장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 문제는 월스트리트와 은행 때문에 악화됐고 대학을 졸업하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약속이 안 지켜져 잠재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세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면서 "'아큐파이 월스트리트'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어서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닌 포괄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탭스콧은 "햇볕이 최고의 살균제"라면서 "기업과 정부의 청렴성과 솔직함, 타인과 환경에 대한 이해, 책임감, 투명성과 개방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인터넷은 최고의 공공성 도구... 누구도 통제해선 안돼"

 

<구글노믹스> 저자인 제프 자비스 뉴욕시립대 저널리즘 경영대학원 교수는 오히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인터넷 규제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자비스 교수는 "정부 규제 움직임 때문에 인터넷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인터넷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지만 금속활자 이후 최고의 공공성 도구인 인터넷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비스 교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만나 얘기 나누는데 정부가 통제하는 걸 바라겠나"면서 "인터넷은 미디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는 소통의 장이기 때문에 누구도 인터넷을 통제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터넷 표현의 자유 제한 우려에 대해 "중국만 봐도 인터넷 표현의 자유 침해가 심각하다"면서 "(중국은)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자기 신원 밝혀야 한다는 법칙이 생겨나고 있고, 한국도 그런 움직임 일어났다"며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문제를 거론했다. 또 심야시간 청소년 온라인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와 관련해서도 "몇 시 이후 아이들 인터넷 사용 못하게 하는 움직임도 있는데, 그건 부모의 일이지 규제가 돼서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와이어드> 매거진을 만든 IT 칼럼니스트 케빈 켈리 역시 "한국에서 기술이 삶을 방해한다면 기술을 더 줄이는 게 아니라 더 나은 기술로 대체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다른 기술 선택하게 될 뿐 기술의 양에서 후퇴할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제프 자비스, #팀 오라일리, #디지털 격차,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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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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