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의 사랑방인 수정방

중국 최대 규모 사막인 타클라마칸 사막 횡단을 시작하고 3일을 달려 도착한 휴게소에서 따듯한 밥과 오매불망 그리워했던 시원한 얼음물로 컨디션을 회복하고 서둘러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

지나가는 길에 만난 아름다운 일몰. 계획했던 시간보다 휴식시간이 길었던 터라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결국, 해가 진 이후에 다시 출발 된 오늘의 여정. 목표했던 거리의 반도 못 온 터라 이날은 야간 라이딩을 하기로하고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한 뒤 조명 하나 없는 어둠의 길을 달린다.

어둠이 내린 사막에서는 야영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로 한쪽에서 비박을 했다.
 어둠이 내린 사막에서는 야영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로 한쪽에서 비박을 했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자전거 핸들바에 달아놓은 라이트가 없다면 바로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사막의 밤. 우여곡절 끝에 오늘 목표했던 구간에서 40km를 더 달려 새벽 3시가 되고 나서야 일정을 마무리했다.

야영하기에는 주변 환경은 물론 빛이 없어 힘든 상황. 결국 비박을 하기로 하고 도로 옆쪽에서 잠을 자는데, 열기로 가득한 모래 위와는 달리 일교차가 심해 이른 아침까지 추위와 싸워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일어났다.

넓지는 않지만... 함께 있기에 행복한 공간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키는 사랑방 수정방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키는 사랑방 수정방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어찌 됐든간에 일정을 조금 앞당 긴터라 조금은 여유가 있어 여유로운 사막의 아침을 시작한다. 출발 후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마지막 수정방(水井房). 수정방은 타클라마칸 사막 확대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와 중국 석유에서 사막 4~5km 지점으로 우물을 파고 시설을 관리 직원을 파견하기 위해 만든 건물인데, 타클라마칸 사막을 시작한 지점에서 이곳까지 총 108개(중국 자료에 의하면 110개라고 한다)가 준비돼 있다.

조금 아이러니한 것은 수정방은 정확하게 4~5km마다 있는데, 거의 모든 수정방이 언덕에 위에 있어 평지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오르막길을 예고하는 보기 싫은 건물이기도 했다.

107번 수정방. 건물 내부.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침대.
 107번 수정방. 건물 내부.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침대.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사진 속의 수정방은 사막 초입에서 방문한 107번 수정방. 이후 되도록 수정방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한 탓에 다른 수정방 내부는 살펴보지 못했지만, 마지막에 들린 001번 수정방을 지키는 이의 말에 따르면 수정방 내부는 기계가 들어가 있는 방과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매년 계약직으로 사람을 뽑아 보내기에 내부가 모두 다르다고 한다.

한 달 일정 금액의 보수(약 15만 원~20만 원)를 받고 도로 청소와 정해진 시간에 기계를 켜 도로 주변에 심어 놓은 나무에 물을 주며 생활하고 있다.

107번 수정방. 공간이 넓지 않아 화장실은 외부에서 해결하고 주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107번 수정방. 공간이 넓지 않아 화장실은 외부에서 해결하고 주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넓지 않은 공간이기에 화장실을 개조해 주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107번 수정방. 이곳에 사는 노부부에게 물어보니 급한 일은 어디서도 해결할 수 있지만 먹는 것은 모래바람을 피해야 하기에 화장실 변기를 막고 주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토막이야기] 타클라마칸 사막에는 유전 및 가스가 나오고 있어 불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5000위안(元) 이상의 벌금 또는 구속까지 될 수 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사막에서 캠프파이어를 한 우리 일행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혹 이 구간에서 불을 사용해야 하는 여행자가 있다면 불 사용이 허가된 수정방에 양해를 구하고 사용하도록 하자.

몇 년 전부터 그나마 불을 사용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107번 수정방 주방 모습.
 몇 년 전부터 그나마 불을 사용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107번 수정방 주방 모습.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주방이라고 해봤자 도마와 그릇 그리고 조미료가 전부. 다행히 몇 년 전부터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늦은 밤에도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며 수정방 생활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음식재료는 지나가는 차량 기사에게 부탁하는데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기에 이제는 가족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키는 사람들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이방인에게 따듯한 물을 대접한 107번 수정방 부부.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이방인에게 따듯한 물을 대접한 107번 수정방 부부.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부족하지만 이방인에게 끊인 물을 대접하는 107번 수정방 노부부. 어떠한 사연으로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정방 사람들 대부분은 부부와 함께 지내며 바쁜 현대 삶이 아닌 느린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혼부부 사랑방 20번 수정방. 현재는 어머님과 함께 셋이 살고 있다.
 신혼부부 사랑방 20번 수정방. 현재는 어머님과 함께 셋이 살고 있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20번 수정방에서 만난 한 가정. 대부분 수정방은 노부부가 살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중국 정부와 중국 석유에서는 신혼부부 혹은 젊은 부부를 뽑아 이곳으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 가정을 시작하는 이들은 사막을 통해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사막을 지키는 수정방 사람들. 그들은 다소 외로워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가장 행복한 가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막 여정이 끝났음을 알리는 마지막 수정방

001 수정방. 역방향으로 온 필자(배낭돌이)에게는 사막에서 만나는 마지막 수정방이다.
 001 수정방. 역방향으로 온 필자(배낭돌이)에게는 사막에서 만나는 마지막 수정방이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4일을 달려 도착한 첫 수정방이자 반대 방향에서 온 우리에게는 마지막인 001번 수정방. 4~5km마다 만났지만, 막상 마지막 수정방이라고 생각하니 타클라마칸 여정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섞여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사막 모래도 담을 겸 자전거를 세우고 내부를 살핀다.

강아지와 함께 추억을 담은 동료.
 강아지와 함께 추억을 담은 동료.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이방인의 방문에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들고 달려오는 강아지. 수정방에는 동물을 키울 수 없다. 하지만, 마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001번 수정방에 사는 이의 친척이 강아지와 함께 음식재료를 가지고 놀러왔다고.

생명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막을 지나왔기에 더욱 반가운 녀석. 함께 온 동료가 강아지를 안고 사진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하는데 사진을 찍고 나니 동료 얼굴이 사막에서 생활하는 옛사람 모습 같아 웃음주머니가 터져버렸다.

001 수정방에서 강아지와 함께 추억을 담은 동료.
 001 수정방에서 강아지와 함께 추억을 담은 동료.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옆에서 함께 웃던 동료도 기록을 남기고 싶다며 강아지를 들고 찍은 인증사진. 수염이며 사막의 뜨거운 열기와 태양에 탄 피부로 현지인 못지않은 외모에 나는 물론이요 동료 모두 크고 시원한 웃음 노래를 불러본다.

사막을 배경으로 멋진 추억을 담은 대학생 막내 경민이.
 사막을 배경으로 멋진 추억을 담은 대학생 막내 경민이.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역시 가장 어린 막내 동료는 재미있는 사진보다는 멋진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는 경민이. 후배 녀석과 001번 마지막 수정방 뒷길을 이용 사막으로 들어가 잊을 수 없는 사막에서의 추억을 기록한다.

[토막이야기] 사막 구간 출발 전까지만 해도 배 근육이 뚜렷하지 않았던 후배 녀석이 4일간의 사막 라이딩으로 선명한 배 근육이 완성되었다.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았다는 후배 녀석.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가도 이때의 기억과 배 근육을 잊지 않고 즐거운 하루하루를 지내길 기원한다.

사막 여정의 끝을 알리는 표지석. 562km 지점을 시작으로 4일 만에 도착했다.
 사막 여정의 끝을 알리는 표지석. 562km 지점을 시작으로 4일 만에 도착했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마지막 수정방을 떠나 5km를 달려 도착한 사막 구간의 마지막 지점. 562km 지점에서 출발하여 이곳으로 오면서 0km 지점은 멀고 먼 길로만 생각했는데 벌써 사막 횡단의 끝을 알리는 표석을 만나게 됐다.

어떻게 보면 긴 거리. 하지만 0km에서 돌아본 562km는 너무 짧은 구간이었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평생 내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꿈만 같았던 타클라마칸 사막. 염원했던 목적지이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고개를 뒤로 돌아보며 작별 인사를 건넨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막, #타클라마칸, #여행, #자전거여행, #실크로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