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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KBS, YTN, 국민일보, 연합뉴스. 역사상 유례없는 '언론사 공동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민일보와 MBC 노조는 이미 파업 100일을 넘겼다. 이들의 요구는 같다. '공정언론 사수'. 이를 위해 사장 퇴진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오마이뉴스>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언론인 지망생, 언론사 파업을 이끌고 있는 노조위원장, 수습을 갓 떼자마자 파업에 동참한 '막내' 언론인들의 '파업토크'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말]
파업 70일째인 KBS노조 김현석 위원장과 파업 106일째인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이 지난 14일 여의도공원에 차려진 '희망캠프'에서 대담을 갖기에 앞서 각자 노조의 대표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파업 70일째인 KBS노조 김현석 위원장과 파업 106일째인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이 지난 14일 여의도공원에 차려진 '희망캠프'에서 대담을 갖기에 앞서 각자 노조의 대표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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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 MBC는 "적군의 방송"이었다. 김현석 KBS 새노조위원장(46)은 "MBC와 공산당은 믿지 말라"던 선배들의 말을 전했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44)은 "맞아. 노조끼리도 그랬다. 'KBS 쟤네 파업 안 해, 못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시간 "적군"이었던 두 공영방송의 노조위원장은 요즘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정 위원장은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보니까 집사람보다 더 자주 본다"고 했다.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을 향해 지나가던 조합원들은 "둘이 왜 이렇게 맨날 붙어 다녀. '낙차'가 너무 크잖아"라고 놀렸다. 두 사람의 키 차이를 두고 한 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MBC 노조)는 지난 1월 30일, KBS 본부(KBS 새노조)는 3월 6일 '공정언론 사수'를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14일은 MBC 파업 106일, KBS 파업 70일째를 맞은 날이기도 했다. 현재 각 언론사의 최장 파업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두 노조는 지난 5월 7일부터 여의도 공원에 텐트 80동을 설치하고 '희망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14일에는 2주간 전면 파업에 돌입한 YTN 노조가 '입촌'했다. 두 위원장은 이날 입촌식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두 위원장은 '낙하산 사장'과 인연이 깊다. 2008년 이병순 사장 반대 투쟁에 앞장선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의 대변인이었던 김현석 위원장은 2009년 1월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는다(이후 징계 수위는 '정직 4개월'로 낮춰진다). 탐사보도팀에 복귀한 김 위원장은 김인규 사장 취임 2개월 만인 2010년 1월, 갑작스럽게 춘천으로 전보발령을 받아 '보복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4월 '해직언론인'이 되었다.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2년간, MBC 해직자는 모두 5명이었다. 정 위원장은 "2년 전 김재철 사장 입성할 때 이근행 위원장과 정대균 진주 MBC 노조위원장이 '낙하산 사장' 반대하다가 해고됐고, 이번에 저와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이 '낙하산 사장 나가라'고 하다가 잘렸다"고 말했다. KBS에서는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최경영 기자가 파업 이후 해임 처분을 받았다.

파업 장기화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붕괴' 상태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두 위원장은 에너지가 넘쳤다. 김현석 위원장은 "특보사장 체제하에서 제대로 된 방송을 못 해왔다는 분노가 워낙 컸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70일을 이끌어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영하 위원장은 "100일은 지도부의 영도력으로 올 수 있는 기간이 아니다, 조합원들의 분노로 온 것"이라며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 김재철 사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인터뷰는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다음은 두 사람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노조 김현석 위원장과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이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희망캠프'를 둘러보고 있다.
 KBS노조 김현석 위원장과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이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희망캠프'를 둘러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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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숟가락 놓는구나' 하던 시민들, 총선 이후 오해 불식" 

- MBC 파업 106일, KBS 파업 70일. 어떻게 평가하나.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이하 정) : "잘 싸웠다. 똑같이 다시 파업해도 더 이상 잘 싸울 수 없을 것 같다. 100일은 지도부의 영도력으로 올 수 있는 기간이 아니다. 조합원들의 분노로 온 거다. 고마워한다면 김재철 사장한테(웃음). 저쪽에서 이렇게 안 만들어줬으면 안 됐다."

김현석 KBS 노조위원장(이하 김) : "특보사장 체제하에서 제대로 된 방송을 못 해왔다는 분노가 워낙 컸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70일을 이끌어온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어도 'MBC도 버텼는데, 뭐' 이러면서 쫓아갔다. 마라톤도 제일 앞에 가는 사람이 힘들지 않나. 저희는 앞에 가는 사람 보면서 따라가면 되니까."

정 : "KBS와 MBC가 서로 기대면서 왔다. KBS는 MBC를 보고, MBC는 KBS를 보고. 어느 언론사나 문제의식은 똑같다. '보도가 망가졌다', '시사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못했다'. 굳이 누가 이야기 안 했는데도 자연스럽게 연대가 됐다. 본질적인 연대다. 연합뉴스가 파업하는 것 보고 깜짝 놀랐다. 똑같구나, 상황이. 참 악랄하게 지독하게 (언론을) 장악했구나."

- 파업 시작할 때만 해도 시민들 반응이 냉담했다. 지금은 어떤가.
김 : "100일, 70일 넘으니까 진정성 이해해주는 것 같다. 국민들 시선도 좋아졌다." 

정 : "총선 이후 오해가 확실히 불식된 것 같다. 총선 전에는 설명이 안 되는 거다. '총선 결과 힘입으려고 저러는구나', '제대로 숟가락 놓는구나'. 그런데 저희들 싸우는 모습 보면서 많이 바뀐 것 같다. '저렇게 싸우는데, 지지해줘야지'."

-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파업 이탈자들도 나오고 있는데. 
정 : "파업이 길어지다 보니까 피로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총선 전에는 (김재철 사장) 법인카드 문제도 있었고(기자주 :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지난 2년간 업무 외 용도로 법인카드 7억 원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국면 국면이 다이내믹했다. 뭔가를 생각할 틈이 없었다. 구성원들은 총선이라는 지형에서도 은근히 기대하는 게 있었고. 그래서 그(총선) 이후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느라 좀 애를 먹었다. 한 3주는 걸린 것 같다.

총선 끝났을 때가 MBC 파업 두 달 넘은 시점이라 육체적으로 피곤했는데 한 방이 더 온 거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반전됐다. '공정 방송을 떠나서 김재철 사장은 무자격 사장이다. 자질·함량 미달이다. 사장이 바뀌지 않고 어떻게 비리 보도를 하겠나. 다른 공기관들의 비리문제, 배임문제 어떻게 방송할 건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기자주 :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무용가 J씨에게 7년에 걸쳐 20억 원 넘게 특혜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아나운서 조합원 이탈이 화제가 되긴 했는데, 이번 파업은 한두 명이 이끌어가는 싸움이 아니다. 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태서 만든 싸움이다. 떨어져 나간 사람은 조합원 개인이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

김 : "총선 이후에 불리한 지형이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 있었는데 최경영 기자 해임 이후 팀장 22명이 보직사퇴하고 내려오고(파업 합류), 지역팀장 6명이 내려오고, 오늘은 또 김철민 앵커 내려오고. 힘들 때마다 파업 동참하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분위기 좋다."

MBC노조 파업 첫날인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노조파업출정식에서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들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한다며 허리숙여 대국민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 MBC새노조 파업 첫날 대국민사과 MBC노조 파업 첫날인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노조파업출정식에서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들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한다며 허리숙여 대국민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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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노조(2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3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개념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새 노조 조합원들이 공영방송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 KBS노조 파업 첫날 "공영방송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KBS 새노조(2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3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개념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새 노조 조합원들이 공영방송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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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의 비정상적인 예능감" - "독특한 거 인정! 너무 세" 

- KBS 내부에서 최경영 기자 해고가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다. 파업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기자주 : 최경영 KBS 기자는 집회 현장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인규 사장에게 욕설했다는 이유로 '성실·품위 유지' 규정 위반으로 해임됐다).
김 : "방송사라는 게 얼굴 보면서 사는 집단이니까 그런 게 강하다. 특히 KBS는 지금까지 해직자가 없었다. 제가 파면당했다가 정직당했고. 게다가 해직사유가 워낙 어이가 없으니까. 사측이 최경영 기자 해임하고 원래 11명을 징계 회부한다고 했다. 그런데 최 기자 해임하고 나서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쉽지 않겠구나' 판단한 것 같다. 모든 징계가 스톱이다."

- MBC에서는 대규모 징계가 강행됐는데.
정 : "이번 파업 이후 27명 정직에 저를 포함해 3명이 해고됐다. 지난 2년간 징계자가 100명이 넘는다. 파업 중에 누가 이렇게 과감하게, 마치 인질을 포획하고 있다가 처단하듯이 매주 징계를 때리나. 상상초월이다. (김재철 사장은) 아주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독특한 사장이다."

김 : "독특한 거 인정! <나꼼수>에서 KBS, MBC 어디 사장이 더 나쁘냐, (대결을 해서) 우리가 우승하기는 했는데 당할 수가 없다. 우리 싸움이 제일 힘든 게 김재철 때문에 제일 힘들다(웃음). 김재철 사장만 없었으면 김인규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이고, 그동안 보도 막은 것들 근거로 충분히 '김인규 나가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는데... 김재철 사장이 너무 세다."

정 : "이 양반이 비정상적인 예능감을 갖고 있다. 어디 나가서 공개적으로 발언을 하면 항상 화제가 된다. 정상범주를 벗어난다. 노사협의회 할 때 노조가 그런 이야기 했다. '즉흥성 너무 센 거 아니냐'. 그러니까 김재철 사장이 그러더라. '사장의 감성경영을 그렇게 평가하지 마라'(웃음)."

김 : "하하하. 감성경영(웃음). 김재철 사장 너무 세."

지난 5월 4일 오후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사 공동파업 시민문화제 '여의도의 눈물'에서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로 분장한 KBS 37기 노조원들이 KBS에서 해직된 최경영 기자(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 간사)와 MBC에서 해직된 이용마 기자(노조 홍보국장)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5월 4일 오후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사 공동파업 시민문화제 '여의도의 눈물'에서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로 분장한 KBS 37기 노조원들이 KBS에서 해직된 최경영 기자(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 간사)와 MBC에서 해직된 이용마 기자(노조 홍보국장)를 소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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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무용가 J씨 특혜 지원 의혹을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J씨 건으로 파업 국면이 전환될 것이라고 보나.
정 : "이게 처음에는 법인카드 건이 터졌다. 그런데 취재를 하다 보니 무용가 J씨가 나왔고, 무용가 접근하다 보니 뮤지컬 <이육사>가 나왔고, 이후 여러 가지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 지금 다른 취재가 또 돌아가고 있다. 어디까지 나올지 저도 궁금하다."

김 : "<리셋 KBS 뉴스9>는 내부는 (취재) 안 한다. '이달의 기자상' 받는 외부 취재만 한다(웃음)."

정 : "저희도 원래 외부 취재해야 하는데 이런 잡범을... 기자들이 소 잡는 칼로 당근 썰고 있다(웃음)."

- KBS 노조는 민주당 '도청의혹'을 받고 있는 장아무개 기자의 '심경고백'을 특보에 실었다. 총선 전에 입을 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야 공개한 이유가 있나(기자주 : 장 기자는 노조와 만나 "나는 도청도, 건네주지도 않았는데 다 내가 한 것처럼 알려져 억울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 "장 기자는 자기가 전달을 안 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그동안의 취재 끝에 (한선교 의원 측에 녹취록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두 명으로 좁혀졌는데 그 이상 입을 안 연다. 사실 총선 전에는 야당이 이기면 쉽게 입을 열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청문회 하거나 진상조사를 하면 어차피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자백할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총선 결과가 나오니까 더 움츠러드는 것 같다. 그래서 화두를 던지는 차원에서 이번에 (심경 고백을) 깐 거다."

정 : "저는 작년에 도청 건이 터졌을 때 김인규 사장이 끝날 줄 알았다. 뭔가 (증거가) 안 나와도 상식적으로 질 수밖에 없는 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넘어가더라."

김 : "(도청에) 관여된 사람이 있다면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기본 입장이다. KBS와 후배기자의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 무슨 가치를 지키기 위해 선배들이 침묵하는 건지... 누군가 나서서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이제 입사 4년 차, 완전 막내다. 그런데 선배들은 입 닫고, 후배 혼자 독박을 쓰게 만들었다. 이건 비겁한 행위다. 어쨌든 해결해야 한다. 도청문제는..."

- KBS 기존노조도 파업에 들어갔다. 공조 없나. 
김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저희랑은 생각이 다르다(기자주 : KBS 기존노조는 '사장 퇴진'이 아닌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며 지난 4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쪽에서는 파업도 제대로 안 하고 있고."

어깨동무를 한 KBS노조 김현석 위원장과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이 파업 투쟁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어깨동무를 한 KBS노조 김현석 위원장과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이 파업 투쟁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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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은 생존 위한 투쟁... 뉴스·프로그램 바꿔 인정받을 것"

- 파업 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제1당인 새누리당은 계속해서 침묵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김 : "MBC나 KBS는 공적 기관이다. 영국에서는 공영방송인 BBC에서 위기나 문제가 생기면 영국 의회가 위원회를 만든다. 그리고 보고서 낸다. 대표적인 게 '다채널 시대에 공영방송 어떻게 되어야 하나'라는 보고서인데 지금까지도 언론학에서 교과서처럼 되어 있다. 이처럼 의회가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공영방송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어떻게 제 역할을 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에게 요구하는 건 그거다. 지난 4년간 새누리당이 해놓은 것을 보면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 없다.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을 마음대로 임명하는 곳, 프랑스하고 우리밖에 없다. 프랑스도 포기했다. 사르코지가 잘못했다고 하고 법개정 다 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공영방송은 중국 CCTV 수준이었다. 지금 새누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있다. 또다시 국민의 선택을 요구하는 정당이라면 '낙하산 사장'에 대한 입장, 밝혀야 한다. '너희들 언론 정책이 뭐냐. 이명박 대통령이 해 놓은 게 맞다는 거냐.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이건 당당한 요구다."

-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언론사 파업을 "불법·정치파업"으로 규정했는데. 
김 : "제가 춘천으로 쫓겨날 때 <쌈>에서 '해직자' 프로그램 만들다 쫓겨났다. 이명박 정권에서 해직시켰던 문화계, 언론계 인사. 정부가 단 한 건도 부당해고 소송에서 이긴 게 없다. 정연주 사장도 그렇고. 이건 국가기구의 폭력이다. 불법이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불법 주장하는데 자신들이 한 불법은 왜 이야기 안 하나."

정 : "새누리당은 그렇게 이야기할 거다. '내가 했냐. MB가 한 거다'. 만약 그런 거라면 정확히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도 총선 전에 클리어하게 이야기했어야 한다. 저희가 주장한 것이 총선·대선, 이런 불공정 환경에서 방송 못 한다. 우리 맞아 죽는다. 어떻게 보면 이게 생존 투쟁이다. 우리가 파업을 안 했다면 아마 지금 국민의 원성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을 거다.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냥 가만히 있어? 그러면 어쩌자는 거야'. 그 임계점이 작년 12월 한미 FTA 보도 때 터진 거다. 나가라고. 이제 MBC 필요 없다고. 이건 우리가 살기 위해서 나선 길이다. 우리가 제자리를 안 찾으면 정권에 의해 장악된 건 둘째 치고 대한민국 땅에서 언론으로 발붙일 데가 없다.

이번에 이한구 원내대표가 양쪽에 숟가락 하나씩 줬다. 사측에는 "불법·정치파업" 한 번, 노조에는 "공정방송 위한 환경 필요하다" 한 번. 아주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 줄타기 시간, 얼마 안 남았다. 당대표 뽑히면 (언론 정책)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더구나 박근혜 위원장은 대선주자다." 

KBS의 김인규 사장(왼쪽)과 MBC의 김재철 사장
 KBS의 김인규 사장(왼쪽)과 MBC의 김재철 사장
ⓒ 권우성·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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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규·김재철 사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곧바로 방송의 공정성이 담보되는 건 아니다. '공정언론 사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정 : "사장을 잘 뽑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제도로는 잘 뽑을 수가 없다. 그래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평범한 시기에 법 개정하면 모르겠는데, 100일 넘게 파업한 사업장이 있고 이 정권의 지독한 언론장악을 국민들이 봤기 때문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어느 정도 모양새는 갖출 거다. 이런 환경은 다시 안 올 거다. 최악의 상황이다."

김 : "뉴스와 프로그램 바꿔내는 것으로부터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김인규가 있건, 나가건. 김인규보다 더 나쁜 사장이 오더라도 뉴스와 프로그램이 달라져야 한다. 그걸 통해 국민들이 KBS를 인정해줄 거다. 뉴스와 프로그램들을 바꿔내는 게 최종 목표다. 그것을 위해서 김인규 퇴진을 주장하는 거고.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게 진정한 인정이다."

정 :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 말처럼 프로그램이 바뀌는 게 가장 중요하다. 딱 이 정권 시작하기 전 상태로 방송할 수 있으면, 그런 정도 제작자유, 그런 정도 보도가 보장되면 좋겠다."


태그:#방송사 파업, #MBC, #KBS, #정영하, #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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