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중앙고 천기범(왼쪽)

부산중앙고 천기범(왼쪽) ⓒ 한국중고농구연맹


"형, 천기범이라는 선수 알아요?"

11일 금요일, 한 후배에게 문자가 왔다.

"장신 가드고 득점, 리바운드 거의 두 자리 수 찍어준다는 것 알아. 고교랭킹 1, 2위를 다투는 가드라는 것도 알고 우띠롱이 버티는 제물포고등학교랑 경기에서도 날아다녔다던데."

먹고살기 바빠 도저히 고교 농구까지는 잘 모르고, 평범한 농구팬일 뿐이라는 핑계를 덧붙였다.

"5명이 뛰어서 농구대회 4강까지 올라갔데. 부산중앙고라는데 그럼 퇴장당하면 어떻게 돼요?"

"우선 4명이서 뛰어야지. 2명만 남아도 경기는 계속 돼"라고 답했다. 그리고 수도권 집중화가 학생 농구계에서 극심하다고 아는 대로 말해줬다.

부산중앙고가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대회 고등부 8강에서 광신정산고를 77-64로 꺾었다. 4강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천기범의 맹활약(32득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으로 부산중앙고와 천기범은 언론에 알려졌다. 많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부산중앙고는 선수단 6명을 꾸려 나왔다. 그나마 정진욱은 예선 두 번째인 제물포고와 경기서 부상을 당했다. 5명이 가용인원의 전부였다. 최근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부산중앙고가 오성식, 추승균, 강병현 등 훌륭한 선수를 배출했지만 다 옛 이야기가 됐다. 이번 대회에 고교 최고 가드 천기범과 슈터 배기혁이 있다지만 높이가 중요한 농구에서 부산중앙고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은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2년 전 중고등부 동계리그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이자 현재로선 마지막 학생 농구 취재 경험이었다. 마산동중이 인상 깊었다. 등번호 7번을 달고 있는 김기원. 헐레벌떡 경기장에 갔기 때문에 그 선수가 당시 고교 넘버원 가드인 김기윤의 동생이라는 것은 몰랐다. 김기원은 한눈에 보기에도 눈빛이 달랐고 경기 조율 능력이란 것을 갖고 있었다.

마산동중은 김도완 코치가 이끌고 있었다. 마산동중은 매년 수도권 고교팀들의 스카우트 대상으로 꼽힌다. 기초가 탄탄한 선수들을 많이 배출한다. 김도완 코치는 김기원의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형인 김기윤 얘기를 자연스럽게 했다. 수도권 학교들의 무분별한 선수 스카우트 얘기도 흘러나왔다. 김기윤은 경복고로 진학해 현재는 연세대학교에서 뛰고 있다.

수도권 고교 팀들의 무분별한 스카우트는 이따금 언론에 보도된다. 한 대회에서는 감독들 간 심한 언쟁이 오고 갔다고도 알려졌다. 당시 내가 취재할 때 한 고교농구 관계자는 무분별한 스카우트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 방법 좀 생겼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부산중앙고는 12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용산고와 결승전에서 63-89로 대패했다. 결승 경기서 부산중앙고는 홍순규와 허재윤이 5반칙 퇴장을 당했다. 4쿼터에서는 3명으로 경기에 임했다. 친구에게 답해준 내 짧은 상식이 현실화됐다.

천기범은 이번 대회 득점상(평균 27.5점), 어시스트상(평균 4.3개), 수비상(4.8스틸) 3관왕을 받았다. 상대팀이 천기범만 막겠다고 달려드는 상황에서 얻은 결과다. 부산중앙고 강양현 코치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상대하는 팀마다 천기범을 막으려고 2~3명씩 달려들어도 절대 막지 못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허재 감독(전주 KCC)의 둘째 아들 허훈(용산고 2년)이 결승전에서 35점을 퍼부으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부산중앙고 동문 100여 명이 결승전이 열린 원주로 가 원정 응원을 했다는 후문이다. 경기에 패한 후배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승전에서 퇴장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와 이들을 이끄는 강 코치의 마음은 어땠을까. 3명이서 최강전력 용산고 5명을 상대해야 하는 부산중앙고 선수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원정 응원단 동문들의 박수는 정말 뜨겁기만 했을까. 감동으로만 느끼기에는 뒷맛이 씁쓸하다.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천기범 부산중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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