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운동선수들의 금지약물 사용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운동선수들의 금지약물 사용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WADA


한국야구위원회(KBO) 반도핑위원회가 금지약물을 사용한 선수를 찾아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포수 김상훈(35)이다. KBO는 4일 김상훈에게 야구 규약 'KBO 도핑금지 규정 및 세계반도핑기구(WADA) 제재 규정'에 따라 엄중 경고 처분을 내렸다.

지난 3월 중 실시한 KBO 도핑 검사에서 김상훈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금지약물은 프레드니솔론(Predinsolone)이다. 프레드니솔론은 WADA 규정상 도핑 물질로 남용될 소지가 적은 특정 약물로 분류한다. 의약품에 함유되기 쉬운 성분이기도 하다.

프레드니솔론은 염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김상훈은 족저근막염(발뒤꿈치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 약물을 썼다고 해명했다. KBO가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리지 않은 건 김상훈의 해명이 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KBO 도핑 검사에서 한 차례 적발되면 10경기, 두 차례 적발되면 3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는다. 세 차례 적발되면 영구 제명까지도 가능하다. 사정이 있는 김상훈은 예외가 됐다.

KBO가 김상훈의 금지약물 적발 사실을 모두 발표한 건 도핑 검사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다. KBO는 2006년 선수들에게 도핑 검사를 주제로 강연해 금지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줬다. 2007년 9월 7일은 프로스포츠 최초로 반도핑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재 KBO 도핑 검사는 정규시즌 3회, 포스트시즌 시리즈 별로 각 1회씩 시행한다. 국제 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는 추가로 진행한다.

KBO 도핑 검사 피해가는 선수 나올 수 있어... 가벼운 처벌도 문제

KBO 반도핑위원회는 김상훈을 포함해 지금까지 네 차례 선수들의 금지약물 사용을 적발했다. 2008년 오른손 투수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삼성 라이온즈), 2009년 리카르도 로드리게스(KIA) 등 두 외국인 선수에게 금지약물이 검출됐다. 퇴출이 확정된 선수여서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39회 야구월드컵을 앞두고 대표로 뽑힌 두산 베어스 포수 김재환(24)은 달랐다. 김재환은 지난해 9월 KBO 도핑 검사에서 S1 동화작용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인 '1-테스토스테론의 대사체(Metabolite of 1-Testosterone)'가 발견돼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무기한 훈련 중지라는 벌을 내리기도 했다. 무심코 받아든 약이 문제였다.

운동선수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금지약물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프로스포츠 도핑 검사가 엄격해지는 추세지만 점점 늘어나는 금지약물을 잡아내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아직 금지약물의 청정 지대라 할 수 없다. KBO 도핑 검사는 표적, 추첨 검사를 통해 구단마다 1군 선수 5명씩을 선정해 총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모두 검사하는 게 아니어서 피해가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2군 선수들은 해당이 되지도 않는다.

KIA와 두산에서 뛰었던 오른손 투수 다니엘 리오스(40)가 대표적인 예다. 리오스는 2007년 두산에서 22승5패 평균자책점 2.07의 믿기 힘든 성적으로 시즌 MVP에 뽑혔다. 김성근 당시 SK 와이번스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은 금지약물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듬해 리오스는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입단해 시즌 중 일본프로야구기구(NPB)가 실시한 도핑 검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리오스는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인 하이드록시스타노조롤(hydroxystanozorol)이 검출돼 1년간 출전 정지 처벌을 받았다. 특정 선수를 뽑아 도핑 검사를 하면 걸릴 수도, 운 좋게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것도 문제다. 정규시즌 133경기를 치르는 가운데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는 큰 타격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금지약물 사용이 드러나면 최소한 50경기에 뛸 수 없다. 일본도 경고, 10경기 이내 출전 정지, 영구 실격 등의 처분이 있지만 주로 1년간 출전 정지 처분을 내린다.

KBO가 예산이 부족해 전 선수를 대상으로 도핑 검사를 하기 어렵다면 좀 더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핑 검사를 지금보다 자주 실시하고, 검사 대상자를 늘리면서 2군 선수까지 포함해야 한다. 10경기 출전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도 강화해야 경각심을 줄 수 있다.

프로야구는 이미 병역 비리와 경기 조작 사건으로 큰 위기를 맞았던 적이 있다. 금지약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프로스포츠는 공정한 경쟁이 생명이다. 금지약물은 제대로 된 경쟁을 막는 적이다. KBO는 금지약물을 막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예방보다 좋은 해결책은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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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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