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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스 비글견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장면
 에쿠스 비글견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장면
ⓒ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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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에쿠스 승용차가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 IC에서 한남대교 방향으로 개의 목을 트렁크에 매단 채 질주하여, 개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악마 에쿠스 사건'이라 불리며 인터넷상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유명해졌으나, 담당서인 서초경찰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사건은 현재 검찰에 송치 예정이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는 미진한 수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배의철 변호사와 박주연 변호사 등 10여 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생명권 네트워크 변호인단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에쿠스 사건'에 대한 법적 검토 의견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변호인단은 네트워크 구성과 기자회견의 목적을 "에쿠스 사건의 정당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법적 의견을 제시하여 인권을 넘은 생명권에 대한 존중의식을 높인다"고 밝혔다.

이 경우는 피해를 본 객체가 스스로 그 침해 사실을 주장하고 변호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특히 동물 학대는 가정 내 학대와 마찬가지로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변호인단은 정황증거 혹은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 미필적 고의 등 규명을 통해 더 치밀하게 본질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수사, 어떤 점이 미진했나?

경찰은 혐의자는 처벌규정인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규정된 범죄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 송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의 의견은 적용법조가 달라질 때 구성요건이 달라짐으로써, 고의의 내용 역시 다른 판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제 8조 제 1항 제 1호의 고의판단과 동법 제8조 제 2항 제1호의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도구 약물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의 고의, 그리고 제8조 제2항 제4호의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상해를 입히는 행위'의 고의의 내용은 동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고의의 내용이 다르다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다른 관점의 법적 해석도 가능하다.

물론 이 조항에서 상해를 입히는 경우는 학대에 해당하나 이를 통해 죽게 되는 경우는 학대가 아닌 것이 되어 버리는 법 조항의 모순점이 있으나, 보충적으로 형법 법규간의 의미연관이 존재하는 죄의 보충관계 (어떤 형벌법규가 다른 형벌법규의 적용이 없을 때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것)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동물보호법 죽음에 대한 과실범 또는 결과적 가중범이 없고, 동물보호법의 목적이 동물의 생명보호에 있다는 점을 볼 때, 상해죄의 성립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시 한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사건사진.
 당시 한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사건사진.
ⓒ 보배드림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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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글을 산 채로 트렁크에 넣을 경우, 그 행위 자체가 동물에게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심을 줄 것이다. 또한, 시속 100km가 넘는 고속도로를 주행한다면 출발이나 제동, 차선변경, 고속 주행 등이 예정될 수밖에 없으며, 살아있는 동물이 틈새를 통해 밖으로 나올 수 있고, 이는 죽을 수 있는 상황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동법 제8조 제2항 제 1호에서 '도구를 사용하며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학대행위로 금지하고 있고, 실지로 대법원 2003년 1월 24일 선고 2002도5783판결 등 다수의 대법원 판결에서 자동차는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학대에 대한 고의는 성립 가능하다. 이에 따라 변호인단은 경찰이 여러 참고인의 진술을 통해 사고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정황증거를 보강하고, 비글을 선물한 지인의 진술, 주행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 고속도로 CCTV 등의 증거, 피의자가 기른다는 동물의 상태, 피의자가 평소 동물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한 제3자의 진술 동네주변 사람들에 대한 탐문, 이전에 동물을 어떻게 운송해왔는지에 대한 보강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경찰은 피의자의 진술만 의존해 수사의 결론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트렁크에 넣고, 고속도로로 진입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가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피의자는 "비글견의 발에 대변이 묻어 냄새가 났으며, 차량 시트가 더러워질 것 같아 트렁크에 넣었고, 트렁크에 묶고 돗자리를 깔아주었으며 라면 박스를 트렁크에 닫히지 않도록 끼워주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 피의자에게 비글견을 선물한 주인은 "비글견을 데리고 올 당시 차량 뒷좌석에 개를 싣고 왔는데, 개가 워낙 활동적이라 운전에 집중하기기 쉽지 않았다"고 한 언론기사와의 인터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즉 피의자는 비글견의 발을 닦고 돗자리를 뒷좌석에 깐 후 비글견을 태울 수 있었으며, 매우 활동적인 성향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당시 술을 먹어 대리를 불러 운전을 시켰기 때문에 운전에 집중하지 못할까 봐 트렁크에 태웠다는 것이 정당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둘째, 피의자가 수사과정에서 자책하였으며, 비글견이 죽자 산에 묻고 십자가를 세워주었다고 했는데, 이는 사후에 한 행위에 불과하며 이 행위만으로 피의자의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범죄를 저지르고 이후 자책하는 사람들은 있다. 그러나 자책했다고 해서 그 범죄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셋째, 경찰은 피의자가 13마리의 동물을 키운다는 점으로 학대경향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동물사랑실천협회에 따르면 피의자가 동물을 키우는 곳은 이른바 뜬장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른바 뜬장은 철근재질로 되어 있고 아래로 배설물이 그대로 떨어지도록 제작되어 동물이 몸을 지탱할 때 극도의 고통을 유발하게 된다.

과연 13마리 동물을 키우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만으로 학대성향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인가. 경찰은 평상시 피의자가 동물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동네 사람들과 지인의 진술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변호인단은 검찰에 에쿠스 사건 재수사촉구 요청을 준비 중이다.

동물 학대, 관행적으로 무혐의처분? 법률개정 시급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02년 1명 / 2003년 4명 / 2004년 5명 / 2005년 11명 / 2006년 17명 /2007년 28명 / 2008년 50명 / 2009년 69명 / 2010년 78명 / 2011년 113명)

이는 동물 학대행위자가 증가한다는 의미라기보다 '동물 학대가 범죄다'라고 하는 사회적 인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동물 학대사건은 무혐의 처리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다. 증가하는 동물 학대사건이 모두 무혐의 처리된다면 이는 법이 현실에 맞게 적용되었다고 볼 수 없다.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변호인단은 현실에 맞는 법률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동물보호법상 학대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현재 실질적으로 처벌 가능한 동물학대는 거의 물리적 폭력을 가한 경우에만 한정되어 있다. 많은 동물학대행위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볼때, 현실에 맞는 구체적 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 동물보호법(23조 동물의 운송과 관련한 다른 위법행위)에는 '동물의 소유자나 책임자로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되도록 하는 행위는 위법하다. (a) 도로에서 차에 끌려다니게 하는 것 또는 (b) 시달리게 하는 것'이라는 구체적인 규정이 있다. 당초에 개를 트렁크에 넣는 것 자체가 학대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돌봄, 방임'이라는 개념을 포괄하는 '보호' 개념을 추가 신설해야 하며,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이 명백하거나 동물이 그러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 하는 행위를 포함 시키는 방안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동법 9조에 의하면 동물의 운송과 관련된 조항이 이것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한에 규정되어 있는데, 에쿠스 사건에서와같이 동물을 일시적으로나마 운송하는 자 역시 준수사항을 지키도록 추가 규정해야 하며, 권고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으로 규정해야 한다.

셋째, 과실범, 결과적 가중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형법은 제 14조에서 '정상의 주의를 게으름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에만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률에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형사제재를 할 수 없다. 267조 과실치사는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에 대한 처벌을, 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또한 제276조(유기·학대 치사상) 제 1항에는 '유기 학대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현재의 동물보호법 상에서는 동물의 죽음과 관련있는 전 단계의 법익침해에 대해 판단하지 않을 경우 학대자에게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행법과 제도 내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배의철 변호사가 재수사의 필요성과 법률개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배의철 변호사가 재수사의 필요성과 법률개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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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개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공평한 적용이 뒤따라야 하기때문에 사전에 여러 사회구성원의 합의와 토론을 거쳐야 하며 면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법률개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동물 학대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장시키고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범죄를 예방하며 한계적으로나마 합리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40조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속 기관의 장을 포함한다),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동물의 학대 방지 등 동물보호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소속 공무원 중에서 동물보호감시원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동물보호감시원의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동물보호명예감시원을 위촉할 수 있다. (제 41조) 즉 해당 지자체의 동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해당 지자체에서 위촉한 일정한 교육을 받은 일반인이 동물 학대방지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2011년 7월 마포에서 동네에 개를 학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가 동물단체로 들어왔다. 당시 목격자는 3층 높이의 사무실에서 학대현장을 촬영했으나, 영상에서는 개가 소스라치는 비명소리만 크게 날 뿐 소유주가 동물에게 직접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장면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정황상 기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으나, 이런 경우 사건이 그대로 묻히게 될 가능성이 있어 담당경찰관과 동물보호감시원에게 현장방문을 권고했다.

경찰과 담당공무원은 현장을 방문해 소유주에게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임을 인지시키고 경고함으로써 당시 소유주는 해당 동물의 소유권을 포기했다. 현행법상 기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동물보호감시원과 경찰의 도움을 통해 해당소유주를 설득, 권유, 경고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변화 위해, 합리적 방식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 개는 경찰과 동물보호감시원의 도움으로 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했다.
 이 개는 경찰과 동물보호감시원의 도움으로 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했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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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6월 경기도에서 건물을 청소하던 청소부가 비를 피해 건물로 들어온 유기견을 4층에서 떨어뜨려 상해를 가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장면은 지나가던 시민에 의해 목격되어 동물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거리상 그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었고, 현장의 급박함 때문에 목격자에게 우선 112를 불러 도움을 요청하고 경찰에 사건이 명백히 동물보호법 위반이니 이를 법대로 처리하도록 인지시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목격자는 파출소로 가는 차 안에서 경찰들이 '이런 사건은 다 훈방조치'라는 말을 하며 가볍게 처리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파출소에서 고발장을 쓰는 도중에 피의자의 지인이 방문했는데도 고발자를 보호하지 않고 자신의 전화번호와 인적사항이 보이는 서류가 보이는 곳에 그대로 방치했다는 말을 전했다.

동물 학대사건이 대부분 은밀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보복이 두려워서라는 점을 통해 볼 때, 이런 부주의한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관을 상대로 동물보호법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른 법에 비해 동물 학대사건이 비교적 가벼운 사건으로 인식되어 있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동물 학대사건은 검찰에서 추가 조사되지 않고, 경찰선에서 마무리되기 마련이다. 막상 동물 학대에 분노해 고발하려는 시민과 동물단체 활동가들은 경찰의 무관심에 분노하게 된다.

경찰이 반드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없고, 반드시 그래야 할 당위는 없다. 차분하게 동물보호법이 있음을 알리고 법대로 처리하도록 권유하되, 수사상의 미진함이 보인다면 다른 법조인의 도움을 받아 재수사를 요청하는 방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의 한계가 명확하다면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법개정 운동을 준비해야 한다.

동물 학대가 사회적으로 범죄로 인식되고 있는 시점에서 목표를 시기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 목표는 동물 학대를 법대로 처벌하고 사회적으로 이를 예방하며 시민의 인식을 고취하는 것이지, 범죄자와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경찰을 응징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빠르게 오지 않는다. 어느 사건이나 이를 둘러싼 많은 이해집단, 그리고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가능하다. 물론 이는 반드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태그:#동물학대, #동물보호법, #악마에쿠스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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