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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5월 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단회에서 "약속하면 지키니까, 쇠고기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5월 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단회에서 "약속하면 지키니까, 쇠고기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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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개방으로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을 중지할 것이고…." (2008년 5월 7일, 전북도청 업무보고)
"약속하면 지키니까 쇠고기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달 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
"통상마찰로 (수입 중단을) 시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정부가 수용했기에 잘 되었고…." (같은 달 13일, 국무회의)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다. 4년이 지나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중단", "약속하면 지키니까", "통상마찰 (문제는) 미국정부가 수용"이라는 말은 모두 휴지 조각이 됐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거나 대국민 약속을 파기한 셈이다.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을 약속했다.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청문회에 나와서 같은 약속을 했다.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미국도 수용했다"며 "더 이상 무익한 논쟁을 이제는 거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희종 교수는 2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2008년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명확한 수입 중단 권한을 얻어내지 못했지만, 촛불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 수입 중단하겠다'고 거짓말했다"며 "수입 중단을 못하는 것은 그런 권한이 없기 때문으로,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었다"고 지적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한승수 총리, 정운천 장관 "즉각 수입 중단"

이명박 정부 출범 두 달도 안 된 2008년 4월 18일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 30개월 이상의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규정은 '역학조사를 거쳐 수입 중단'으로 크게 완화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한 국민 반발이 거세졌고, 5월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첫 촛불집회가 열렸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규모가 커지고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자, 5월 7일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언급했다. 이날 오전 전북도청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을 중지할 것이고,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 열린 '쇠고기 전면 개방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했다. 강기갑 의원이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한다고 했지요?"라고 묻자, "네, 확실하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책임지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008년 5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008년 5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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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조정하는 경우에만 우리 정부는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당시 정부당국자들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시 발생하겠느냐'며 통상분쟁 가능성에도 민심이반 수습책으로 수입 중단을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천 장관도 청문회에서 "광우병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8일 주요 일간신문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천 장관의 발언을 다룬 기사와 함께 정부의 공고문이 실렸다. 정부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명의로 된 이 공고문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 "검역단을 파견하여 현지실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여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즉각 조사단을 미국에 보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를 믿고 지켜 봐 주시기 바란다"며 약속 이행을 강조했다.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도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약속하면 지키니까 쇠고기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한 "물건 사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이다", "국민에게 해가 되면 당연히 수입 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통상마찰 문제 잘 해결" - 2012년 "통상마찰 예방 위해..."

하지만 정부의 발표에도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멈추지 않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5월 12일 "한국정부가 국민 건강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한승수 총리의 담화문 내용을 수용한다"는 수잔 슈와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의 성명을 인용하며 수입 중단 논란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문제가 될 때는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며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담화문 내용이 통상마찰로 시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정부가 수용했기에 잘 (해결)되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안상수 원내대표도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때 수입이 중단되는 조치를 미국도 수용했다면 이제는 쇠고기 협상문제 가지고 더 이상 무익한 논쟁을 이제는 거두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2008년 5월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2008년 5월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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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입 중단이 즉각 가능하다"는 주장은 거짓말이었다. 5월 20일 한국이 미국과 추가협의를 통해 얻어낸 조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0조 및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건강 및 안정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우희종 교수는 "WTO 협정은 무역을 권장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수입국에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임을 증명해야 한다"며 "결국 미국이 발표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정부도 알고 있었다. 2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5월 19일 서한 교한 당시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는 최석영 공사에게 "광우병 발생 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국에) 전달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6월 20일 추가 협상에서도 수입 금지 규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같은 달 23일 정부는 총리실·농림수산식품부·통상교섭본부 명의로 낸 '미국산 쇠고기 추가 협상 관련 Q&A' 자료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일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조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4년 뒤인 지난 24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우리 정부는 통상마찰을 이유로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희종 교수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이명박 정부는 당장 사죄하고, 수입중단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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