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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서울시청에 연 '희망광장'

[ 기사 수정 : 24일 오후 7시 ]

 

서울시가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 "서울광장을 무단점유했다"는 이유로 140만 원이라는 고액의 과태료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황당하기만 하죠..."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은 정리해고로 인해 사망한 동료들을 추모하는 대한문 분향소에서 과태료 통지서를 꺼내보였다. 지난달 말 22번째 사망자를 보낸 쌍용차 노동자들은 심각한 생계난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상태다.

 

지난 3월 10일부터 31일까지 쌍용차지부와 재능교육,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등은 시청광장에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99%의 희망광장' 텐트촌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노숙하며 시민들에게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과 문화행사를 벌였다. 한때 남대문경찰서 측이 텐트를 철거하려 했으나 시민들의 비난에 물러선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트위터 등을 통해 "철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서울시측이 과태료 부과 예고 공문을 보낸 것은 4월 22일, '희망광장'이 일단락
되고 한참이 지나서다. 공문은 "쌍용차지부가 3월 3월 12일 0시~ 4월 16일 24시까지 광장을 무단 사용한 데 대한 변상금 140만970원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서울광장 사용료는 1㎡에 시간당 10원으로, 서울광장 전체를 1시간 동안 사용하면 13만 원 가량이 부과된다. 야간에는 30%가 할증된다. 무단 사용할 경우 여기에 20%를 더한 변상금이 부과된다.


 사진 속 분홍색 텐트가 '희망광장' 공간이다.

 

희망텐트 기획단 측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돈을 내고 집회를 하라는 게 말이 되나요? 집회, 결사의 자유는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잖아요. 더구나 시청광장은 시민 모두의 것이잖아요. 그것도 광장 바깥쪽에서 잔디 한 번 안 밟고, 행인들한테도 방해 안 되게 한 건데 그거까지도 사용료를 내라니요. 우리가 잔디라도 밟아서 유지보수 비용이라도 들었다면 모를까."

 

 서울시 측이 보낸 공문.

공문에 따르면 '희망텐트'가 점유한 공간은 18~200㎡. 서울광장 총 규모 1만3207㎡에 비하면 극히 일부다. '희망텐트'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이중고까지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청은 사용 허가를 받으라고 요구하고, 경찰 측은 집회신고를 내라고 했던 것.

 

'희망텐트' 기획단 김혜진씨는 "경찰 측의 요구대로 집회신고를 냈지만 모두 반려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재능교육 노동자들도 집회 한 번 하려면 혜화경찰서에서 48시간, 72시간씩 꼬박 밤새 버텨서 신고해야 됐거든요. 안 받아주니까. 희망광장에 함께한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다 그런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희망광장에서도 똑같은 상황을 당한 거예요. 어차피 집회신고 안 받아들여지면 광장 사용허가를 받아도 소용이 없던 건데, 이런 상황에 대한 고려도 없이 (서울시 측이) 이러는 건 잘못됐다 봐요."


이어 김씨는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 하나 없다는 게 너무 서럽다"고 했다.

 

"집회를 돈 내고 해야 한다는 세상이라니, 우리 목소리 하나 내려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금액 문제를 떠나 이런 현실이 너무 서글퍼요."


매일 상복 차림으로 분향소를 지키는 쌍용차지부 측도 황망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정우 지부장은 쓰게 웃었다.

 

"일요일 낮에 공문이 지부 사무실로 와 있더라고요. 전날(21일)엔 쌍용차 공장 앞에서 조합원 두 명이 연행됐는데... 엎친 데 덮친 거죠. 황당하고, 또 분하고. 나도 시민인데... 왜 시민들 쓰라고 연 광장을 쓸 수가 없는지... 쌍차 사태가 도저히 우리 힘으로 해결이 안 돼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풀려고 한 건데, 그게 그렇게 보기 불편했던 건지... 그렇게 돈을 받아내야 하는 자리인지..."


조합원 고동민씨는 개인 페이스북에 "140만 원.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친 값이라면 싸다고 해야 하나... 사방이 벽이다"라고 적었다.

 

한편 공문이 오기 사흘 전인 4월 19일 문화예술, 정치, 시민사회 등 사회 각계는 '23번째 죽음을 막기 위한 100인 희망지킴이'를 발족했다. 이들은 정부에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제안한 상태다.

 

 4월16일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에 참가한 박재동 화백이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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