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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월이 되면, 1993년에 벌어진 사건을 떠올리게 됩니다.

 

"태국에는 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주인공인 바트심슨 인형을 생산하는 케이더(Kader)라는 공장이 있습니다. 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8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노동자가 인형을 훔쳐갈지도 모른다며 공장 문을 밖에서 잠근 탓에 이러한 대형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3년 뒤, 1996년 4월 28일에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Committee on Sustainable Development)' 에서는 그 당시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하고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이는 전 세계로 퍼지게 됩니다. 현재 캐나다, 브라질, 스페인, 대만 등 13개 나라에서는 이날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여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110여개의 나라에서 다양한 행사들을 마련해 여러 가지 행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 ('당신의 빈자리를 기억할께요'_4.28 산재사망 노동자 시민추모 프로젝트 참고)


한국에서도 매년 4월 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이하여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이번에 소개할 행사는 '살인기업 선정식'입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살인기업 선정식'은 산재사망대책마련을위한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통합진보당 홍희덕의원실,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선정 기준은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하는 산재사망노동자 통계자료에 근거하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사망한 기업의 명단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들이 왜 기업의 명단을 발표를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는 사업주가 "해당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여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서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함과 동시에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 시키"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가 직접 회사에 안전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또 영국의 국가기관인 보건안전청(Health and Safety Executive)에 따르면, 매년 발생하는 산재 사망 중 적어도 70% 이상이 사업주의 무책임한 경영으로 인한 것이라고 합니다. 즉, 대다수의 산재사망은 사업주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예방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입니다. 최근 대기업들은 아주 다양한 사회 환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광고합니다. 연탄이나 쌀을 나르기도 하고, 그 이미지는 아름답게 포장되어 광고됩니다. 그러나 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주요 요소로 '노동안전보건수준'을 거론합니다.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은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금의 액수와 상관없이 결코 윤리적 기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살인기업 선정식의 특별상, 온라인 투표에 참여해주세요~ 


 

'살인기업 선정식'에서는 노동부 통계자료를 토대로 수여하는 상과는 별도로 '특별상'이 있습니다. 특별상은 정말 주의 깊게 보아야 하거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에 수여합니다. 역대 특별상에는 2011년의 이명박 대통령, 2010년에는 행정안전부 지역 경제과 지역희망 일자리 추진단이 수상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무리하게 4대강사업을 추진해 20명의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했습니다. 그리고 일자리 추진단은 6개월 동안 무려 27명의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2012년 살인기업 선정식에는 특별상 후보가 너무도 많습니다. 각 후보들은 다양한 사건으로,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이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를 꼬집어 선정하기에는 다른 후보들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투표를 하기로 했습니다. 특별상 후보는 총 4개 기업입니다.


공장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백혈병과 각종 희귀질환으로 사망하고 투병하고 있으나 책임이 전혀 없다고 발뺌하는 삼성이 그 첫 번째 후보입니다. 얼마 전 삼성에서 일했던 노동자에 대해 최초로 산재승인이 이뤄졌으나, 삼성은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두 번째 후보는 정리해고로 사회적 살인을 저지른, 아니 저지르고 있는 쌍용자동차입니다. 얼마 전 또 한 번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했지만, 아직 쌍용자동차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정리해고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지,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쌍용자동차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돌연사 31명, 자살 8명의 스트레스 천국인 올레 KT가 세 번째 후보입니다. 매출 20조에 영업이익이 2조에 달하지만 어마어마한 구조조정을 실행해 노동자들을 절벽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민영화 이후 불어닥친 구조조정은 엄청났고 남은 노동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더욱 스스로를 옥죄었습니다.


마지막 후보는 철도공사입니다. 최근 KTX 민영화 논란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철도공사는 있는 그대로도 위험합니다. 2011년 국제철도연맹이 발표한 안전성은 세계 3위입니다. 그러나 유지보수 인력의 대다수는 외주화되어 있습니다. 선로안전은 정규직 44명과 비정규직 1711명으로 지켜집니다.


 

이렇게 1등만 생각하는 사회에서 1등을 뽑는다는 사실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쟁쟁한 살인기업들을 한 번 경쟁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자본은 기업을 사고 파는데 노동자는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없는 이 모순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 그 시작은 현실을 똑바로 보고 있다고 외쳐 주는 것 아닐까 합니다.


살인기업 투표는 4월 25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투표 결과는 4월 26일 오전 10시 30분 청계천 소라광장 <살인기업 선정식> 행사에서 발표될 예정입니다.

(http://www.laborhealth.or.kr/vote/)

덧붙이는 글 | 박혜영 기자는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입니다. 


태그:#살인기업, #산재사망, #기업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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