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윤석민이 4월 17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윤석민은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12개에서 14개로 늘렸다.

KIA 윤석민이 4월 17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윤석민은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12개에서 14개로 늘렸다. ⓒ KIA 타이거즈


윤석민이 시작해서 윤석민이 끝냈다. KIA 타이거즈 오른손 투수 윤석민(26)이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윤석민은 4월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을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실점으로 막고 2-1 팀 승리를 지키며 시즌 첫 승을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2회 무사에서 넥센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에게 가운데로 몰리는 시속 149km짜리 직구를 던져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맞은 게 옥에 티였다.

이 경기에서 윤석민은 삼진을 14개나 잡아내며 12개이던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깼다. 투구 수는 103개로 9이닝 동안 많은 삼진을 잡은 것치곤 적은 편이었다. 스트라이크가 72개로 제구가 잘돼 완투까지 할 수 있었다.

윤석민은 1점차의 살얼음판 리드에도 마음껏 자신의 공을 뿌렸다. 타자와 적극적인 승부를 해 볼넷이 아예 없었다. 박진감 넘치는 상황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직구는 최고 구속이 시속 150km까지 나오면서도 낮게 깔려 위력이 대단했다.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살짝 휘는 빠른 슬라이더도 시속 144km까지 나왔다. 슬라이더가 좋아 직구보다 6개 많은 45개를 던졌다. 간간이 던지는 체인지업도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 경기에선 느리게 가다 뚝 떨어지는 팜볼까지 나왔다.

넥센 타자들은 윤석민이 직구는 물론 변화구마저 잘 구사하자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특히 알고도 속는다는 윤석민 특유의 고속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어설프게 휘두르기 일쑤였다. 잘 맞은 타구가 거의 없었다.

윤석민의 올 시즌 기세는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윤석민은 지난 11일 광주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개막전에도 선발 등판해 8이닝 1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당히 잘 던졌다. 비록 승리와는 인연이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팀은 9회 1사 만루에서 외야수 김원섭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1-0으로 이겼다. 승리의 디딤돌 구실을 톡톡히 한 것이다.

이런 호투가 이어진다면 20승 달성도 꿈은 아니다. 이제 비록 첫 승에 불과하지만 국내 프로야구 정상급 투수인 윤석민이기에 20승 얘기를 꺼낼 수 있다.

13년 만의 '국내 투수 20승' 찍고 메이저리그 노린다

 KIA 윤석민이 지난해 11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 선수에 뽑힌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KIA 윤석민이 지난해 11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 선수에 뽑힌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윤석민은 지난해 목표인 20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27경기에 등판해 172.1이닝을 던져 17승 5패 1세이브 178탈삼진 평균자책점 2.45라는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로 투수 3관왕을 달성해 정규시즌 최우수 선수(MVP)를 차지했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올해 윤석민은 이 목표에 다시 도전한다. 윤석민은 첫 승을 거둔 17일 경기가 끝나고 <SBS ESPN>과의 인터뷰에서 시즌 20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윤석민은 이 인터뷰에서 "지난해 도전했던 20승에 도전하겠다"며 "몸만 따라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20승을 달성한 선수는 두산 베어스에서 뛰던 오른손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40)다. 리오스는 2007년 33경기에서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로 뛰어난 투구를 하면서 20승을 달성했다. 국내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정민태(42) 넥센 투수 코치가 현역 시절인 1999년 거둔 20승이 최근 기록이다. 그만큼 20승 고지에 오르기가 쉽진 않다.

정규시즌 133경기를 치르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선발투수는 한 해 30번가량의 등판 기회를 얻는다. 마운드에 오를 때 6~7이닝 정도는 던져 실점을 줄여야 승리투수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선발투수가 이기고 있을 때 내려가도 나중에 동점이나 역전이 되면 승리가 날아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윤석민은 27경기에 나섰지만 25번 선발로 나섰다. 선발 순서를 거르지 않고 투구해야 지난해보다 더 많이 나서고 20승도 가능해진다는 결론이 난다.

올해 프로 8년째인 윤석민은 해외 진출에 욕심이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내년까지 눈에 띄는 성적을 내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대리인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스캇 보라스와 계약하기도 했다.

윤석민은 지금도 최고의 투수지만 더 큰 목표가 있어 여전히 의욕이 넘친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 윤석민이 13년 만에 국내 선발투수 20승이라는 금자탑에 도전하고 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윤석민 20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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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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