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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성기선과 이화여대 오케스트라가 열연후 관객의 열화와 같은 커튼콜에 화답하고 있다.
 지휘자 성기선과 이화여대 오케스트라가 열연후 관객의 열화와 같은 커튼콜에 화답하고 있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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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각종 공연예술 축제가 한창이다. 사실 클래식, 연극, 무용별로 연중 곳곳에서 각종 대회와 축제는 쉴새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공연 축제의 의미야 말해 무엇하랴마는 해마다 4월이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클래식 마니아, 특히 관현악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각 지역 오케스트라의 각축장 '교향악축제'가 벌어져 싱그러운 관현악의 향연에 흠뻑 빠질 수 있다.

4월 1일부터 24일까지 계속되는 한화와 함께하는 2012 교향악축제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21개 오케스트라와 더욱 풍성해진 레파토리, 또한 더욱 진지하고 열정적인 연주에 대한 자세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이화여대 두 대학 오케스트라가 참가하여 젊은 음악학도들의 순수와 열정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16일 공연한 이대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120여 명의 여대생들이 뿜어내는 폭발적 에너지와 순수함이 빛나는 연주였다.

첫번째 프로그램이었던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은 차이코프스키적인 선명하고 우수어린 음향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캐퓰렛가와 몬테규가의 대결 등 각 장면이 마치 눈에 보이는 듯하였다. 성기선의 세밀한 지휘와 일사불란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미루어 대학오케스트라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국내 프로 교향악단은 어떤 규모의 곡도 웬만한 수준 이상의 음향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의 젊은이들의 오케스트라는 도대체 이 청년들은 무얼 먹고 듣고 저렇게 힘차게 망설임 없이 연주를 잘할 수 있는지 옛날과는, 아니 불과 5~6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이었던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는 협주를 한 계명선 교수의 열연으로 빛나고 있었다. 붉은색 드레스가 강렬하였던 그녀는 1악장 첫 A minor 코드의 날렵한 울림과 함께 급속하고 정확한 하행 코드, 그리고 물결치는 전개부를 잘 연주하였다. 2악장의 잔잔한 심상을 그려내는 연주에 이어 3악장의 16분음표의 역동적인 꾸밈음들까지 눈물날 것 같은 우수에 찬 바다를 그리는 것 같은 멋진 연주로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협연자와 반주 오케스트라, 지휘자까지 모두 뿌듯한 연주를 펼쳐내었다.

모두가 일사불란한 활과 몸짓으로 이화여대 오케스트라는 그들의 순수와 열정, 그리고 파워를 느낄 수 있는 호연을 펼쳤다.
 모두가 일사불란한 활과 몸짓으로 이화여대 오케스트라는 그들의 순수와 열정, 그리고 파워를 느낄 수 있는 호연을 펼쳤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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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 E단조>는 그야말로 비극적 느낌과 생명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준비된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호연이었다. 1악장의 비운에 찬 E단조 선율의 주고 받음, 2악장의 아기자기함, 3악장의 힘차고 날카로우면서도 익살스러운 움직임, 4악장의 관악의 힘찬 팡파레와 두 곡의 우아한 춤곡 앵콜곡까지 준비된 이화여대 오케스트라의 역량과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연주였다. 교향곡 연주가 끝난 후 성기선 지휘자는 특히 관악파트를 한 명 한 명 일으켜 세우며 이들의 좋은 연주에 화답해 주어 흐뭇한 광경을 연출해 주었다.

무엇인가를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야심과 그간의 준비를 단 한 번에 보여주어야 하는 이 각축장에서 교향악의 사운드로 그 열정이 어느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으먀, 또 훌륭한 사운드는 이들의 실력과 가능성, 그리고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 이들의 '준비'과정을 증명하고 있었다.

연주 후 로비에서 열린 리셉션에는 많은 관객과 이화여대 총장과 음대학장과 교수, 동문, 학생들로 가득찼다. 총장과 음대 학장의 축하인사에 이어 성기선 지휘자의 소감이 이어졌다.

"제가 이번에 특별히 느낀 점은 우리 학생들에게 한계라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느 정도 어느 만큼 설정하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올릴수록 이들은 계속적으로 끝없이 따라와 주었죠. 방학 때 합숙 연습조차도 못하고 저녁시간 연습으로만 준비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이렇게 잘해주어 너무 고맙습니다."

교향악축제를 위하여 곳곳의 오케스트라 단체가 마치 잘 수확한 곡식처럼 1년간 준비한 레파토리로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연주하는 그들도 뿌듯하겠지만 보는 이들도 이 시간, 이 기간만큼은 같이 들떠있다. 꼭 한번쯤 와서 이들의 수확물을 들어볼만하다. 여러 오케스트라 사이의 비교와 또 알지 못했던 의외로 좋은 연주, 혹은 명성에 비해 떨어지는 연주 등 각양각색이겠다. 2012 교향악축제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24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KBS교향악단은 자체 사정으로 기존 예정이었던 4월 19일 공연을 취소한다. 예술의전당 측은 홈페이지에 이와 같은 내용을 공지하고 티켓교환 및 환불 절차를 진행중이다. 환불 및 문의 예술의 전당 콜센터 02) 580-1300.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교향악 축제, #이화여대 오케스트라, #성기선, #계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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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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