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5선발 요원이 대거 쏟아진 화창한 일요일이었다.
15일 서울 잠실야구장과 부산 사직야구장, 인천 문학야구장,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나란히 열린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가 각각 승리를 따냈다.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은 SK는 6승1패로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고, 넥센과 LG는 간신히 스윕(3연전 전패)을 면했다. 두산과 롯데는 사이 좋게 1승1무 1패를 기록했다.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선발 로테이션이 흔들린다
▲ 1745일 만에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은 김진우의 최근 상대는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였다. ⓒ KIA 타이거즈
한국 프로야구는 선발진을 구상할 때 대부분 5인 로테이션을 지향한다. 따라서 토요일에 시즌이 개막하면 5선발 요원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개막 둘째 주 목요일에 선발등판하게 된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리면서 뜻하지 않게 하루의 휴식일이 더 주어진 것이다. 수요일과 목요일 경기에서 3,4선발을 투입한 각 구단들은 주말 3연전의 앞선 두 경기에서 개막 2연전에 나섰던 원투펀치를 다시 투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선발 투수 땡겨쓰기(?)'를 강행한 구단들은 일요일에 5선발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토요일 경기가 모두 끝나고 한국야구위원회에서 발표한 일요일 선발 투수 명단을 보면 15일이 '5선발의 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15일 선발로 발표된 8명의 선발 투수 중 시즌 첫 등판을 하는 선수가 무려 5명이었다. 특히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는 나란히 1745일 만에 선발 등판하는 김진우와 1022일 만에 선발 기회를 잡은 정재복을 예고했다.
지난 8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구원승을 따냈던 롯데 자이언츠의 이용훈과 불펜으로 한 경기에 등판했던 SK 와이번스의 신인 투수 임치영도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다.
마땅히 내보낼 투수가 없어 나란히 5선발 요원을 투입한 다른 구단들과는 달리 삼성 라이온즈는 7일을 쉰 개막전 선발 투수 차우찬을 예고했다.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6선발을 가동시키고 있는 삼성은 지난 6경기에서 각각 다른 투수를 선발 등판시킨 바 있다.
이용훈 다승 공동선두 등극, 배스는 1.1이닝 8실점 최악투
▲ 통산 34승에 불과한 이용훈은 시즌 초반 다승 선두로 치고 올라 갔다. ⓒ 롯데 자이언츠
누구는 연승을 잇기 위해, 누구는 연패를 끊기 위해 그리고 또 누군가는 5년 만의 선발승을 위해.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승리를 향한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모두가 마음먹은 대로 이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화의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배스는 시범경기에서의 부진(2경기 평균자책점 8.59)이 패넌트레이스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배스는 정근우(햄스트링 부상)가 결장한 SK를 상대로 1회에만 6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대거 7실점했다.
배스는 2회 다시 마운드에 올라 1사 후 안치용에게 홈런을 맞고 강판됐다. 1.1이닝 8실점 8자책. 아무리 첫 경기라곤 하지만, 평균자책점 54.00은 너무 심각하다. 한화가 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5년이나 공을 들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반면에 SK의 선발 투수 임치영은 타선이 8점이라는 넉넉한 득점지원을 해준 덕분에 5이닝 2실점이라는 무난한 투구로 데뷔 첫 선발승을 챙겼다. 언더핸드로 나오다가 스리쿼터로 던지는 임치영의 독특한 투구폼은 앞으로도 좋은 무기가 될 전망이다.
각각 1745일과 1022일의 공백을 이겨낸 투수들이 맞붙은 잠실경기에서는 김진우와 정재복이 나란히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복귀전이었다. 경기는 KIA의 지친 불펜진을 착실하게 공략한 LG가 5-3으로 승리했다.
히어로즈의 '꽃미남 투수' 심수창은 불펜진의 방화로 눈 앞에 아른거리던 승리를 날렸다. 5이닝 동안 111개의 많은 공을 던지며 8피안타 3실점으로 평범한 투구를 한 심수창은 삼성 선발 차우찬을 무너뜨린 박병호의 만루홈런과 강정호의 연타석홈런에 힘입어 첫 등판에서 무난히 승리를 챙기는 듯했다.
하지만 삼성은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이 6회말 히어로즈의 세 번째 투수 오재영을 상대로 시즌 마수걸이 투런포를 작렬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8회말 공격에서 우동균과 최형우의 적시타로 7-7 동점을 만들었고, 심수창의 첫 승도 그렇게 날아갔다. 하지만 경기는 연장 10회에 터진 조중근의 희생플라이와 김민우의 3루타로 넥센이 10-7로 승리했다.
부산에서는 '호투'가 아닌 '빈타'에 의한 투수전이 나왔다. 이용훈은 1회 1사 3루, 2회 무사 1,2루, 3회 2사 3루, 4회 1사 1,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두산 타선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3번의 병살타를 때린 덕분에 실점 위기를 넘겼다.
5회부터 안정을 되찾은 이용훈은 7회까지 89개의 공을 던지는 경제적인 투구로 시즌 2승째를 챙겼다. 롯데 선발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0인 투수는 이용훈이 유일하다.
두산 선발 김승회도 5회 2사 만루에서 실점을 하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 왔지만 구원투수 김창훈과 고창성이 밀어내기와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하면서 3실점(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