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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5일 0시 30분]

"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

<조선일보>가 14일자 A11면 머리기사 "'김정일 어록' 급훈으로 내건 전교조 초등교사"에서 "김정일이 한 말이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급훈으로 걸려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문제 삼은 급훈의 글귀다.

이 신문은 같은 기사에서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보안국은 지난 1월 중순 전교조 소속 최모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인천 동구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이 문구로 된 급훈을 압수했다"고 덧붙였다. 교실에 걸려 있는 급훈을 압수했다는 얘기다.

14일자 <조선일보> A11면
 14일자 <조선일보> A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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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훈 아닌 학급 안내판 글... 김정일 말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보도에 대해 최 아무개 교사는 물론 해당학교 교사들은 "우리 학교는 급훈 자체가 없는데 어떻게 김정일 말을 급훈으로 정했다고 보도할 수 있느냐"면서 "명백한 오보"라고 비판했다.

최 아무개 교사는 이날 오후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급훈을 교실에 걸지 않았고 학생들에게 급훈에 대해 얘기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사는 "아마도 국정원이 복도에 걸어놓은 학급 안내판의 글귀를 갖고 문제를 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학교에는 각 학년마다 학급의 복도에 가로 30cm 세로 20cm 크기의 학급 안내판이 걸려 있다고 한다. 14일 오후 11시 50분쯤 이 안내판 사진을 직접 입수해 살펴본 결과 안내판에는 최 교사의 사진과 함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내용은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였다.

최 교사는 "학급 안내판 빈칸에는 '급훈'이란 표현이 어디에도 없었다"면서 "내일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자는 경구를 주변에서 봐왔기에 학급 안내판에 적었으며 이것이 김정일의 말인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내일 위해 오늘 살자'는 교회 목사들도 한 말인데...

이 학급 안내판 모형을 만든 이 학교 A 교무부장도 "요즘 초등학교는 급훈, 그런 것 정하지 않는데 우리 학교도 그렇다"면서 "내가 학급 안내판 모형을 만들면서도 '급훈'이란 말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 보도는 의아스럽다"고 덧붙였다.

14일 <디지털조선> 첫 화면.
 14일 <디지털조선> 첫 화면.
ⓒ 인터넷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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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학교 최 교사가 적어놓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자'식의 조어는 기독교계 목사들과 신문 운세풀이 란에 많이 등장하는 글귀로 나타났다.

1983년 10월 21일자 <동아일보>는 서울 소망교회의 한 목사가 쓴 '내일을 향해 사는 사람'이란 칼럼을 실었는데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리며 … 오늘을 살자."

지난해 12월 11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교회가 올려놓은 설교 동영상의 제목도 "내일을 향한 오늘을 살자"였다.

<조선> 기자 "급훈 직접 보지는 않았다"... 전교조는 고발 예정

최 교사와 전교조는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해당 기사는 여당의 총선 승리 뒤 공안몰이를 하려는 공안당국의 언론플레이로 보인다"면서 "전교조를 음해하려는 오보와 왜곡 내용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고소·고발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기사를 쓴 최아무개 <조선일보> 기자는 '해당 교실의 급훈을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급훈을 직접 보지는 않았으며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 것이 기자의 원칙"이라면서 "취재 과정에서 최 교사도 급훈이라고 했고, 전체 (김정일 어록) 내용을 급훈으로 적었다고 인정하는 등 다양한 취재를 통해 기사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교사는 "해당 기자가 급훈이라는 말을 하기에 경황 중에 급훈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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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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