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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올해 1월에,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야권이 패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김어준의 뉴욕타임즈> 154회 이미 올해 1월에,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야권이 패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하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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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4월 10일, 타이타닉호는 사우스 햄프턴 항구를 떠나 첫 항해를 시작했다. 그 배는 당시 세계 최대의 여객선이었으며, 속도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빠른 편이었고 장식도 매우 호화로웠다. 게다가 방수구획이 설치되어 16구역 중 2구역이 침수해도 침몰하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에 "침몰하지 않는 배"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출항한 지 나흘 만에 침몰하고 만다.

항 전부터 항로에 빙하가 떠다닌다는 소식이 들렸고, 타이타닉호가 출항한 뒤에도 이와 관련한 위험신호를 6번이나 받았다. 하지만 타이타닉호의 통신사들은 이것이 북대서양 항해에서 자주 있는 일이라면서 경고를 무시했다.

큰 재난 전에는 항상 조짐이 나타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조짐을 무시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지 못한다.

고성국 박사, "한나라당 135~140석, 한나라당 승리할 것"

총선에서 야권이 압도적인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하던 올해 1월, 의외의 예측이 나왔다. 하니TV에서 운영하는 <김어준의 뉴욕타임즈>에서였다. 1월 2일에 방송된 <김어준의 뉴욕타임즈> 154회에서, 총선과 대선을 전망해달라는 말에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짤막하게 답했다.

"한나라당 135~140석, 민주당 125~130석, 한나라당 승리, 대선은 박근혜 승리"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 패널들은 몇 초 간 말을 꺼내지 못했다. 고성국 박사는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뒷받침했다.

"결국은 후보가 얼마나 새로운 사람이냐를 가지고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거예요. 그런데 한나라당이 훨씬 더 많이 바꿀 것 같아요.

지금 야권은 통합했지만 기득권은 거의 그대로 온전히 가고 있어요. 일종의 담합구조가 만들어져 있죠. 민주당의 기득권이 있고, 혁통(혁신과 통합)도 노무현 정부 때 기득권을 누렸던 사람들이 주축이고, 유일하게 새롭다고 하면 시민사회세력인데 이 사람들이 당에서 힘을 크게 쓸 거 같지 않아요.

공천도 그래요. 거의 현역 중심으로 갈 거고, 현역이 아닌 경우에는 전 의원이거나 전 장관이거나 전 공사사장이 대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많죠. 그렇다면 별로 바뀌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양쪽 다 대대적으로 바뀔 텐데, 막상 공천 끝내놓고 보면 한나라당은 60~70%가 물갈이 될 거고 비례대표도 괜찮은 사람을 여기저기서 받고, 그리고 선두에는 이명박이 아니라 박근혜가 서 있죠. 그런데 이쪽(야권)은 몇 달 동안 혁신이네 통합이네 했는데, 막상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지도부도 한나라당보다 특별히 나은 사람도 아니고, 대권 주자가 틀어쥐고 (전략적으로) 선거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게 되죠.

여기에 진보정당과의 단일화가 지루하게 유지되면서, 6·2 선거 때 유시민으로 단일화 됐으나 지는 상황이 될 수 있어요.

지금(1월) 선거하면 한나라당 100석도 못 건지죠. 하지만 4월에 이런 프로세스(과정)로 선거하면 한나라당이 이깁니다."

1월 20일 방송된 <김어준의 뉴욕타임즈> 157회에서 고성국 박사는 이런 말도 했다.

"야권은요, 실제로 복지 같은 내셔널 아젠다(전국적인 의제)를 내놓는 게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가지고 선거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쉽거든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은 상태에서 불만 지르면 선거가 쉽게 되니까요.

문제는 이런 거죠. 야권이 이명박 정권 심판하자고 나섰는데 이명박이 아니라 미래 권력을 지향하는 박근혜가 있는 거죠. 사람들한테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설득하려면 박근혜도 이명박과 똑같다고 해야 돼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아요. 지난 4년 동안 박근혜가 걸어온 길이 있잖아요. 그게 기획됐든 뭐든 간에. 박근혜는 이명박의 졸개다? 이렇게 규정할 수 없어요. 적어도 대중적으로 그렇게 몰 수 없는 거죠.

심판론 말고 별다른 것을 보여주지 않는 야권 때문에, 한나라당이 1당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야권은 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지 못했나?

야권에 대한 고성국 박사의 분석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전략과 전망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이준석과 손수조 등을 내세워 20대의 이미지를 가져올 때 민주당이 한 것은 고작 청년비례대표 뿐이었다. 새누리당이 공천 물갈이를 했다고 언론에 보도될 때 민주당은 김진표 등 경제관료 출신들을 공천했다고 비판받았다. 이미 대세를 차지했다고 착각했기 때문에, 정국운영 구상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그저 의석 한두 석을 더 얻으려고 했다.

새누리당은 야권에 비해 악재가 많았지만 신속하게 해결했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악재가 생겼을 때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에야 뒤늦게 해결에 나섰기 때문에 수세에 몰리는 입장이 되었다. 야권의 지도부는 전략적이지 못했다. 어느 악재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기만 했다. 선거 막판에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이 벌어졌을 때도 빠르게 수습하지 못한 채 당내에서 여러 의견만 나왔고, 결국 그 부담을 야권 전체가 짊어져야 했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전략은 야권연대 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나마 야권의 유일한 전략인 야권연대도 매끄럽지 않았다. 여러 지역구에서 공천과 단일화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고, 특히 관악을에 출마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사건으로 야권연대의 시너지는 반감되었다.

야권이 이명박 정권 심판을 말할 때, 새누리당은 '미래'를 말했다. 야권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말할 때, 박근혜와 이명박이 같다고 말하지 말고 자신들이 이명박 정권과 무엇이 다른지를 제시했어야 했다. 야권이 대안 없이 이명박 정권 심판만을 부각하자, 고성국 박사의 말대로 유권자들은 박근혜와 이명박 정권을 같은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야권은 쉬운 싸움을 하려다 어려운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다.

총선은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이기도 하지만, 본질은 앞으로 4년 간 나랏일 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야권은 총선의 본질과 어긋난 방향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야권이 이명박 정권 심판이 아니라 복지나 양극화 해소, 경제 민주화를 내세웠다면, 총선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 정도 얘기하면 악플이 올라옵니다"

고성국 박사가 <김어준의 뉴욕타임즈> 154회에서 야권이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전망했을 때,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은 상당수가 악플이었다. 고성국 박사가 친박 아니냐는 것부터 희망사항을 말하지 말라는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보고 싶지 않은 상황을 보지 않은 채 마냥 낙관적이기만 했다. 이에 대해 고성국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여론을 놓고 보면 7대3으로 야권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죠. 하지만 앞에서 말했던 이런 기획(한나라당 쇄신안 등)이 성공하고 야권이 복잡한 숙제를 풀지 못하면, 40~50일 후에 뚜껑을 열었을 때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야권이 이겼다, 한나라당 망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정도 얘기하면 악플이 올라옵니다."(<김어준의 뉴욕타임즈> 154회, 2012.1.20)

그리고 고성국 박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를 비토한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 분들이 진보진영이거나 민주당 편이겠죠? 그러니까 말씀 드릴게요. 저를 논리적으로 이길 수 없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저를 이기세요."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지 못한다면, 대선도 고성국 박사의 예측대로 박근혜 위원장의 승리로 끝날 수 있다.


태그:#고성국, #야권, #총선, #김어준, #총선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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