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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의 오래된 텃밭에서 승리한 당선자들. 왼쪽부터 민주통합당 김상희(부천소사), 새누리당 함진규(시흥갑), 새누리당 김명연(안산단원갑) 당선자
 여야의 오래된 텃밭에서 승리한 당선자들. 왼쪽부터 민주통합당 김상희(부천소사), 새누리당 함진규(시흥갑), 새누리당 김명연(안산단원갑) 당선자
ⓒ 성하훈. 후보 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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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한 정당의 텃밭이었던 지역구 몇 곳의 얼굴이 바뀌었다. 김문수-차명진으로 이어지는 '김문수 사단'이 16년 아성을 구축한 부천 소사는 김상희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패했다. 20년째 민주당 후보만을 선택했던 시흥에서 조정식 의원(시흥을)은 건재했으나, 백원우 민주당 의원(시흥갑)은 석패하며 새누리당에게 시흥의 의석을 내줬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의 16년 텃밭이었던 안산 단원갑은, 그가 떠나자 새누리당으로 넘어갔다. 단단한 성을 구축해 놓은 것처럼 보였으나 '맹주'가 떠나간 자리는 새누리당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한 정당의 특정 인물이 오랜 시간 다진 지역은 보통 조직력이 강하다. 그런데도 주민이 다른 인물을 선택했다면, 그만큼 민심의 균열이 컸다는 뜻이다.

부천 소사는 17대 '탄핵 역풍'에도 끄떡없을 만큼 김문수가 철옹성을 구축했던 지역이다. 김문수의 보좌관이었던 차명진 새누리당 의원이 그 지역을 넘겨받아 지금까지 사수하고 있었다. 시흥갑과 안산 단원갑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18대에서도 새누리당이 감히 넘보지 못할 만큼 야당의 방어막이 두터웠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모두 무너졌다. 

정권 심판보다는 현역 의원 활동 평가가 강했던 셈이다. 안산 단원갑에서는 '텃밭 주인'이 떠나면서 야권 단일후보보다는 '지역 일꾼론'에 유권자들의 마음이 향한 것으로 보인다.  

[부천 소사] 뉴타운에 흔들린 민심... 차명진 심판

 총선 전 유권자들이 선물한 3선 당선증을 들어보이며 자신감을 나타내다가 총선 후 부천역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는 차명진 후보
 총선 전 유권자들이 선물한 3선 당선증을 들어보이며 자신감을 나타내다가 총선 후 부천역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는 차명진 후보
ⓒ 차명진 후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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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민심에 깔린 '바꿔 보자'는 흐름은 상당했다. 선거 때마다 '김문수 사단'이 늘 1만 표 이상 차이로 여유 있게 압승하던 철옹성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김상희 후보와 차명진 후보의 표 차이는 7%p였다. 차명진의 완패다.

지난달 29일 민심 취재에서 바닥 민심의 균열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빙이 나왔고, 주민들의 의견 또한 예전과 많이 달랐다. 현역 의원 차명진에 대한 불신감이 컸다. 여러 사람이 그의 '주군'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비교했다.

"차명진이는 김문수 만큼 일 못해. 김문수에 비하면 일 한 것도 아니야. 난 김문수가 나오면 또 찍어주고 싶어."

20년째 지역에서 거주하는 주민은 '김문수 향수'에 젖어 있었다. 나이든 주민들 상당수는 김문수에 대한 호의로 차명진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의 능력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뉴타운 문제가 바닥 민심을 '바꿔 보자'로 방향을 틀게 했다. 18대 때 차명진을 당선시킨 1등 공신은, 4년 뒤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다. 지역구의 70%에 이르는 뉴타운 문제는 주민들에게 발등의 불이었다. 한 부동산 업자는 "돈 버는 줄 알고 반겼던 주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경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타운 사업 추진 시 세대 당 주민 추가 분담금은 엄청 컸다. 집을 내 놓고도 또 많은 돈을 내야하는 사업에 주민들은 잔뜩 뿔이 났다. 뉴타운 사업이 주민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권자들은 마음을 돌렸다.

선거 기간 중 연일 뉴타운 해제를 촉구하는 집회와 캠페인이 벌어졌다. 차명진 의원에 대한 성토 목소리도 높았다. 뉴타운 문제를 물으면 주민들은 한결 같이 차 의원을 비판했다.

한 주민은 "집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아줌마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이곳은 반값등록금보다 뉴타운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강조했다. 뉴타운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40대 주부는 민주당 후보 당선을 예상했는데, 이는 적중했다.

"뉴타운 문제 탓에 서민 민심이 무척이나 안 좋아요. 밑바닥 민심은 차명진 후보에게서 돌아섰다고 보면 보면 돼요. 이번에는 차명진이 떨어지고 민주당 후보가 될 겁니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탓인지 김상희 후보에 대한 언급은 듣기 힘들었다. 다만 뉴타운에서 비롯된 '차명진 심판'이 큰 줄기였다. 16년간 다섯 번의 선거에서 10%p 이상 격차로 이긴 김문수 사단의 아성은 그렇게 몰락했다.  

[시흥 갑] 지역 현안 소홀... 200표 차에 막힌 486 정치인

 시흥갑에서 낙선한 민주통합당 백원우 후보
 시흥갑에서 낙선한 민주통합당 백원우 후보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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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에 도전한 486 정치인 백원우의 꿈은 202표에 막혔다. 여건이 안 좋았던 18대 총선에서는 1266표 차의 신승을 거뒀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낙선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중앙 정치에 몰두하느라 지역 일을 신경 안 썼는데, 결국 이런 결과가 나오고 말았네요. 인물 면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백원우 의원에게 상대가 안 되는데, 속상합니다."

선거 결과가 나온 12일 오후, 시흥에서 만난 한 시민이 분석하는 패인이다. 백 후보를 찍었다는 그는 "'백 의원이 지역에 해 놓은 것 없다'는 목소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백원우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지역 현안에 대한 대응이 많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져서야 뒤늦게 대응할 만큼 지역 현안에 관심이 덜 두는 모습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선거를 앞둔 백 의원이 이런 분위기를 모르지 않았다. 이를 해명하는 백 후보 측 반응은 늘 수세적이었다. "중앙에서 일이 바빠 지역에 신경을 못 썼지만 직접 부딪히니 유권자들이 이해해 주더라"고 넘기는 분위기였다.

중앙정치에 몰두하느라 지역 현안에 소홀했던 486 정치인들의 낙선은 지난 총선때 많이 나타났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백원우 후보가 이 굴레에 걸린 셈이다.

"지하철 들어온다는 건 백 후보가 처음 당선됐을 때부터 하던 이야깁니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계획은 확정됐지만, 아직 삽질도 안 했잖아요. 국회의원이면 장관들을 쫓아다니면서 졸라야 하는데, 그런 걸 안 했다는 거죠. 지역 일은 관심 안 두고 중앙에만 몰두하다 보니 민심이 예전 같지 않은 겁니다."

한 주민의 견해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총선에서 공천심사위원으로 활약할 만큼 중앙 정치적영향력은 키워놨을지 몰라도 지역에서는 서운함이 많이 쌓인 듯했다.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지만 오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선에서 승리했으면 단일화 경쟁에서 진 후보를 다독여 함께 유세도 하고 선거운동을 했어야 하는데, 이를 외면한 것도 패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한 관계자는 "백 후보가 혼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락을 가른 표 차이는 얼마 안 되지만, 20년 민주당 텃밭에서의 '외면'은 강도가 커 보인다.

[안산 단원 갑] 민주당 텃밭을 통합진보당이 지키기에는...

 안산 단원갑에서 낙선한 통합진보당 조성찬 후보가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안산 단원갑에서 낙선한 통합진보당 조성찬 후보가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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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의 16년 텃밭을 인지도 낮은 진보정당 정치 신인이 지키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외사촌 형의 자리를 이어받으려던 조성찬 후보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유권자들의 마음은 '지역 일꾼론'을 내세운 새누리당 후보에게 향했다. 

선거 전에는 야권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백혜련 민주당 후보가 패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게다가 경선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민주당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가 나섰다는 분위기였다.

민주당 후보가 없다는 상실감이 컸기 때문인 듯, 민주당 지지자의 표심은 쉽게 뭉쳐지지 않았다. 초반에는 통합진보당 후보를 당선시킬 수 없다는 민주당원들의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자 뒤늦게 조직을 정비하고 추격을 시작했다. '천정배 16년 텃밭'을 넘겨줄 수 없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6.5%p차이 패배. "지역에 온 지 얼마 안 된 낙하산 후보"라는 새누리당 쪽의 공격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야권 텃밭이라도 새 인물을 받아들이기에는 머뭇거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패인에 대해 "정당 경쟁력에서 불리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무리 민주당 텃밭이고 야권 단일후보라고 해도 통합진보당 간판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내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통민주당 후보가 7%에 가까운 득표율로 야권 성향 표를 가져간 것도 패인으로 꼽힌다. 정통민주당 후보의 득표수는 1~2위 간 표차보다 많았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이탈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4선을 했다지만 지역을 떠난 탓에 천정배 의원의 영향력도 크게 발휘되지는 못했다. 조성찬 후보 측은 천 의원이 조 후보의 외사촌 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민주당 16년 텃밭은 비교적 수월하게 새누리당으로 넘어갔다.

덧붙이는 글 | 성하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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