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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살인이다. 지금 행동하자
▲ 해고는 살인이다. 해고는 살인이다. 지금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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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저녁, 쌍용자동차 스물두 번째 죽음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진 대한문 앞에서는 부활절 기도회와 자유연대 발언 시간이 있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는 자본과 권력이 자행한 사회적·경제적 타살이며 그 결과가 스물두 명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있다. 이렇게 타살 당해야 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은 경제 문제가 아닌, '빨갱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사회의 냉대라는 사실은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인권활동가는 "이제라도 사회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게  낙인찍은 '주홍글씨'를 그들의 가슴에서 떼어주자"라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 '억울함 풀어주고 명예회복을 시켜주는 것'이 죽음이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래군 인권운동가가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 박래군 인권운동가 박래군 인권운동가가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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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힘들게 거리 분향소 만들고 지키는 데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용산 학살을 주도했던 김석기(딩시 서울경찰청장)가  경주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와 용산참사 가족들이 경주에 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쌍용자동차 77일 옥쇄 파업을 강제 진압했던 조현오는 지금 경찰청장"이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분개했다.

박 씨는 "용산 진압을 한 경찰의 폭력적 만행을 국민들이 묵인해 오만해진 경찰이 '시민들은 경찰이 사람을 죽여도 묵인 하는구나'라며 사람을 죽이는 범죄를 계속 자행하고 있다"며 "범죄의 묵인은 다른 범죄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또, 박 씨는 "스물두 번째 죽음을 보며 든 생각이 '얼마나 억울하면 죽었을까'였다"며 "도대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나, 그들은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회사가 어렵다고 했을 때 상여금을 반납해가며 회사를 살리려 열심히 일하던 착한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노무현 정부 때 회사를 상하이에 팔고. 이명박 정부 때 그 문제로 하루아침에 2600여 명이 정리해고 돼 길거리로 내몰렸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그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자본'과 '권력'"이라며 "그들이 77일 동안의 파업을 하고 싶어서 했겠느냐, 함께 살아보자고 한 것이 그렇게 잘못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4년 지났는데,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분향객을 맞고 있다.
▲ 분향객을 맞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분향객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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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대한문 분향소는 지금까지 본 분향소 중 제일 초라하다"며 "얼굴 영정사진 한 장도 없는 현수막 하나 지키기 위해 몇 번이나 연행되고, 부상을 당하면서도 지켜야 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자리를 지켜내서 정리해고의 고통을 없애고 죽음의 행렬을 막아내자"며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자책하게 만들지 말고 그들 곁에 함께 서 주자"고 제안했다. 박 씨는 21일 4차 '쌍용자동차 포위의 날' 행사에 참여를 호소하며 발언을 마쳤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원상연씨는 "이번에 '사회적 타살'로 죽음을 맞은 동지는 회사에 남은 산 자와 함께 모임도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그의 죽음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하는 사람들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다, 유독 쌍용자동차만 침묵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그는 또 "경찰들이 현수막을 탈취하면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경찰의 진압을 비판하기도 했다.

숙명여대 법과대에 다니는 정유리씨는 "처음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만난 것은 대학 새내기 때였는데 벌써 4학년이 됐다"며 "그 때 처음 구사대에게 각목으로 맞아봤고, 최루탄도 맞았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이어도 때리는 데 봐주지 않더라, 팔 부러지고 머리가 깨지는 것을 보면서 끝까지 싸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새내기 때는 도와주러 간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내 일처럼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유리숙명여대 법대 4학년 학생의 연대 발언
▲ 정유리 학생 정유리숙명여대 법대 4학년 학생의 연대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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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당원 정진우씨는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과 서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은 촛불 시민들에게 악명이 높다"며 "오늘(8일)도 유인물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수십 명이 에워싸고 밀치며 방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을 차단시키고 탄압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의 발길이 대한문으로 향하 못하고 있고, 노동자들 역시 스스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도록 힘을 모으는데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씨는 "진실을 모르고 있는 시민들도 많다"며 "(경찰은) 영어와 일어로 쌍용자동차 사태를 설명한 것을 보고 외국인에게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절규와 아픔과 죽음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계속됐다.

"쌍용자동차와 대한문 분향소를 지키는 것은 저들이 두려워하는 비정규직 문제, 노동자의 눈물을 닦을 수 있는 근본적인 투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얻어터지고 욕을 들어도 이 자리를 끝까지 지킬 것이다. 4월 11일 투표가 문제가 아니라 노동문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라도 행동하자.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23번째 죽음 막아내지 못한다는 각오로 투쟁하자. 9일 기자회견과 청와대 앞 투쟁을 시작으로 다시는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를 차리는 데 영정이 찢기는 참담함을 맛보고 싶지 않다. 함께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어 내자!"

'빨갱이'라는 주홍글쎄 떼줘야 할 때

유명자 재능 지부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 유명자 재능 지부장 유명자 재능 지부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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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능교육 노조 유명자 지부장은 "이번에 사회적 타살을 당한 분이 '빨갱이'라는 사회의 낙인이 너무 힘들었다고 쓴 글을 봤다"며 "그는 그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했고, 해고자가 되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임금노동자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그가 77일 동안 옥쇄 파업을 했다고 왜 사회로부터 낙인찍힌 상황이 돼야만 하는가, 그것은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사회고, 왜곡된 논리로 사람을 재단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4년간 투쟁을 하면서 노동자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르쳐 준 재능교육에 감사하는 마음도 있다"며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은 스스로 몸으로 학습되고 실천하는 학습장이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더러운' 자본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며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라는 답을 재능교육으로부터 듣기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들도 재능교육 투쟁을 기억하고 함께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지나 가던 외국인이 영어로 설명된 ㅆ아용자동차 대량해고와 22명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글을 읽고 잇다.
▲ 영어로 설명된 쌍용자동차 사태를 읽는 외국인 지나 가던 외국인이 영어로 설명된 ㅆ아용자동차 대량해고와 22명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글을 읽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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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와 국가권력은 '정리해고'라는 이름의 '경제적·사회적 살인'을 자행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넣게 했다. 이제 국가와 자본 권력은 스스로의 범죄 사실을 자백하고 그들의 무죄를 증명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해고 과정에서 해고 노동자에게 덧씌운 '주홍글씨'를 떼주고 그들의 억울함을 달래줘야 한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줘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경찰은 분향소를 차린 지난 5일부터 하루에도 서너 차례 현수막을 탈취하거나 영정 사진을 찢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7일 밤에도 경찰이 현수막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김정우 지부장, 문기주 지회장 등 3명이 부상을 입어 백병원 응급실로 호송됐다.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촛불기도회로 20일까지 분향소를 지켜나갈 계획이다. 시민들의 연대와 관심이 분향소를 지켜낼 수 있다.



태그:#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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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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