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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손잡고 23번째 죽음을 막아내자 결의를 다지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함께 손잡아요 함께 손잡고 23번째 죽음을 막아내자 결의를 다지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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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죽을 수 없다!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니 큰놈이 작은 놈 껴안는 세상 만들자."

밤새 추위와 경찰의 폭력에 저항하며 지켜낸 분향소 앞에서 파송의 말을 합창하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외침은 비장했다.

6일 저녁 7시 대한문 앞에서는 예수살기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주최로 '쌍용자동차 22번째 죽음 추모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기도회는 예수살기 총무인 최헌국 목사의 인도로 시작되었다. '예수살기,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외롭게 싸우는 해고노동자들 거리 투쟁 현장과 연대해 위로와 힘을 주고 있다.

이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몇 명의 시민들은 경찰이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닌다는 이유로 분향소 현수막과 침낭, 깔개를 압수한 상황에서도 밤을 새워 분향소를 지켰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이 시대의 증언을 하고 있다.
▲ 쌍용자동차 22번째 죽음 추모기도회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이 시대의 증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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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을 입고 분향소를 지키며 분향객을 맞은  문기주 쌍요차 정비지회장은 "우리는 죽기보다 싫은 것이 상복을 입는 것이다, 그런데 또 상복을 입었다, 23번째 죽음을 막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다"라며 "하지만 경찰은 거리를 지나다니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며 몇 시간씩 가둬놓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5일 밤, 추위에 떨며 얼굴조차 없는 영정과 스물두 명의 이름, 사인을 적은 현수막을 지켜냈던 사회진보연대 정지영 동지는 "맹자가 말한 네 가지 사람의 마음에 첫 번째로 언급한 것이 '남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인 측은지심'이다, 그런데 22번째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무자비하게 현수막을 탈취하는 경찰에게 측은지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인 '수오지심'도  서로 양보하고 공경하는 마음인 '사양지심'도  심지어 사람이면 가져야 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인 '시비지심'조차 없는 경찰을 과연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최한국 목사가 추모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다
▲ 예술살기 총무 최헌국 목사 최한국 목사가 추모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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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본 최헌국 목사는 쌍용자동차 77일 옥쇄 파업의 내상을 안고 끝내 해고되거나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공장에서 쫓겨나 결국 절망의 벼랑 끝에서 죽음을 맞아야만 했던 22명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들을 아느냐"고 물었다.

역사의 주체는 '노동자와 민중' 죽지 말고 살아서 견뎌라

기독교 평화 연구소의 문대골 목사가 말씀을 선포하고 있다.
▲ 말씀 선포 중인 문대골 목사 기독교 평화 연구소의 문대골 목사가 말씀을 선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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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향한 기독교의 가르침, 시대에 대한 성서의 응답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말씀을 선포한 문대골(기독교 평화 연구소) 목사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예를 들어 기독교인의 참 자세가 무엇인지를 깨우쳐 주었다.

문 목사는 "우리는 아브라함이 자손이라고 말한다. 아브라함은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가치를 일군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종교권력과 재물을 쥔 기득권자였다. 아브라함은  많이 가진 놈만 살아남는 세상에 안주하는 대신  큰놈도 작은놈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기득권을 버렸다. 죽도록 일해도 죽는 세상 가진 놈, 큰놈만 살아남은 세상에서 큰놈과 작은놈이 함께 사는 공존의 이상이 실현 되려면 큰놈이 작은놈을 업어야 한다. 작은놈이 큰놈을 업을 수는 없지 않은가."

문 목사는 또 기독교에 대해서도 "진정한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면 한국기독교가 깨어나 역사에 대한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생산에서 중요한 것은  불로소득인 금융자본이 아니라 땀과 노동으로 일궈낸 노동자본이고 몸(생명)"이라며 "10년 안에 노동자들이 투표로 사장을 뽑는 세상이 올 것이니, 죽지 말고 살아서 견뎌라, 나는  이승만의 몰락과 죽음, 박정희, 전두환의 몰락을 지켜봤다. 그러나 민중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역사의 주체는 민중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살아서 노동자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 큰놈이 작은놈을 업고 함께 가는 세상,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 세상 만들자"며  말을 마쳤다.

추모기도회를 마친 시민들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동지들과 따뜻한 포옹으로 연대를 약속하고 있다.
▲ 포옹으로 격려하는 시민들 추모기도회를 마친 시민들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동지들과 따뜻한 포옹으로 연대를 약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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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혼자의 외침은 힘이 약하다. 하지만 둘과 둘이 모이고, 넷과 넷이 모여 마침내 모래알처럼 가득차  커다란 함성을 이룰 때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소금꽃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살리려는 열망의 불꽃이 타올랐을 때 희망버스 참가자 모두는 '내가 김진숙이다, 내가 소금꽃이다'라고 고백했다. 이제 쌍용자동차 23번째 죽음을 막으려면 우리 모두가 77일간의 옥쇄파업의 내상을 안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의 심정이 되어 그들이 죽음의 벼랑에서 삶의 의지로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대한문 앞 분향소는 20일까지 이어갈 예정입니다. 시민 모두가 사회적 상주가 되어 마음을 모은다면 20일까지 경찰의 폭력과 강제 철거로부터 대한문 앞 분향소를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단체와 개인의 관심과 연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태그:#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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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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