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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 공연 당시 김제동
 2009년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 공연 당시 김제동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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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이 사찰 당시의 상황과 심경을 직접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정영하·이하 노조)는 "김제동과 3일 서래마을 자택에서 만나 1시간여에 걸친 인터뷰를 가졌다"며 "(김제동이) 미국에서 열리는 토크 콘서트를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어 자신이 없는 사이 의혹과 논란만 키우느니 솔직하게 털어놓고 가자는 의미에서 인터뷰에 전격적으로 응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찰 밝히지 않은 이유? "쪼잔하고 찌질하다 생각했다"

먼저 김제동은 그동안 사찰 정황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쪼잔하고 찌질하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얘기하면서도 쪼잔하고 미안함이 있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조차 없는 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제동은 "'고문당한다, 끌려간다' 그랬으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적어도 잡아가지는 않았으니 협박이나 탄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김제동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가 다가오던 즈음 만나게 된 국정원 직원이 추모식 사회를 보지 말라고 만류했다는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제동은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김제동에 따르면 추모식을 전후해 국정원 직원들이 그의 지인을 통해 '가볍게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청했다. 이에 김제동도 흔쾌히 응했고, 만남은 두 번 정도 이어졌다. 김제동은 처음엔 "(국정원 직원들과) 친해졌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두 번째 만남에서 회유가 이뤄졌다. 김제동은 "'추도식에 가냐'고 해 간다고 했더니 '명계남, 문성근 같은 사람들이 가면 좋지 않냐', '제동씨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냐, VIP께서 걱정을 하신다'고 하더라"며 "(나도) 술이 너무 취해서 '제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려라, 전 잘 사니까 다른 걱정하시고 저에 대한 걱정은 접어라' 그랬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찰 문건 소식을 접한 심경도 전했다. 김제동은 "협박이나 외압 이런 게 겁나는 게 아니고 (사찰 문건에) 내용이 없다는 게 제일 무섭다"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세금? 만났던 여자? 누나한테 송금해준 게 혹시 자금법 위반? 친구들한테 돈 빌려준 게 문제였나? 하는 상상이 된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김제동은 "자꾸 움츠러든다"고 했다. 그는 "사찰 탓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사실 제일 무서운 건 암묵적으로 느끼는 불안"이라며 "'나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나는 빨갱이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좌파 연예인의 기준이 뭔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그 자체가 심각한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인 사찰의 핵심은 당하는 사람이 회유나 협박으로 받아들였냐는 것"

 국민일보 노조가 '조용기 목사 일가의 신문 사유화 종식' '편집권 독립' 등을 요구하며 56일째 파업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16일 오전 방송인 김제동씨가 여의도 국민일보앞 파업집회 현장을 찾아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김씨는 "제가 와주는 것만으로 도움이 된다고 해서 왔습니다. 마음속 깊이 응원을 보냅니다"며 파업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지난 2월 16일 파업 중인 국민일보 노동조합을 찾아간 방송인 김제동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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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제동은 "(인터뷰를 하면) 나는 역으로 보호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 나를 더 어떻게 하겠나, 나는 쓱 잡아가면 난리 난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가장 심각한 부분은 그런 힘조차 없는 사람들한테 국정원 직원이 찾아가 '그런 일 하지 마십쇼'하면 폭력이라는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했을 것 아니냐, 우리의 세금을 가지고 우리의 뒤를 캐면..."이라며 민간인 사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김제동은 "(민간인 사찰의) 핵심은 (당하는 사람이) 회유나 협박으로 받아들였냐는 것"이라며 "동일한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했을 때 그 사람들이 아픔을 느꼈다면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찌질하고 쪼잔하게 싸우고 싶지 않고, 별 지장 없이 살고 있다"며 "그러나 김종익씨나 여러분들, 그 분들에 관해서는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다시 한 번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자꾸 움츠러든다'며 불안감을 토로하는 김제동이었지만,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김제동은 "트위터를 팔로하면 하루 서너번 씩 어디에 있는지 다 올리니 나야 사찰할 필요가 없다"며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국정원 직원들에게도 "표 끊어서 왔으면 고맙다, 어쨌건 간에 (사찰하러 온) 본인들도 웃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는 한 여성에게 내밀하게 사찰당하고 싶은 한 남성"이라며 "민정씨하고는 연애할 수 있지만 민정수석하고는 연애할 마음이 없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 김제동은 정부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문건에 제 이름을 적어주셔서, 신문 1면에 제 이름 나가게 돼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국가 기관이 조사해도 흠결이 없는 남자다 발표를 하세요. 웬만한 결혼정보회사보다 조사 잘 했을 것 아닙니까. 나이나 외모 빼고는 큰 흠결이 없다고 발표를 해줘요. 서로 이렇게 퉁치자니까요."

한편, 노조는 이날 김제동과의 인터뷰를 4일 중 유튜브 내 노조 채널인 '파업채널 M'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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