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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3일 오전 8시 54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식에서 방송인 김제동이 사회를 보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식에서 방송인 김제동이 사회를 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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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사건이 터졌을 때는 이 선거 끝났구나, 패닉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는 한시름 놨다."

4·11 총선을 불과 열흘 앞두고 터진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새누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법사찰 문건 폭로 사태의 전개 추이가 '참여정부에도 사찰이 있었다'는 양비론으로 흐르면서 반전의 계기를 찾았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는 "절묘하게 (양비론이) 됐다"며 "우리가 의도한 게 아니라 KBS 새노조에서 처음 발표 때 실수를 해서 상황이 그렇게 흐른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이 KBS 새노조에 의해 폭로된 지난 달 30일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반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반 MB 전선'을 다시 세워 '정권심판론'을 재점화할 호재를 만났다며 반색했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의 첫 주말을 지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청와대가 '사찰 문건의 80%가 참여정부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반박과 함께 참여정부에서도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 인천시 육덕선 농구협회장(이상 2003년), 허성식 민주당 인권위원장(2004년), 김의협 전국 전세버스운송사업연합회장(2007년)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민주당은 '합법적인 감찰 문건'이라고 재반박에 나섰지만 사태는 여야의 진실 공방 국면으로 전환됐다.

그러는 사이 새누리당은 재빠르게 전열을 재정비했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현 정부와 선 긋기에 나서는 한편 야당 책임론을 제기하는 양비론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 수용 여부를 놓고 일부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불법사찰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이 전개됐다면 새누리당이 크게 고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여야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기사회생의 계기를 잡았다"고 말했다.

불법사찰 파문에도 새누리당, 여론조사에서 선전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이상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이 브리핑을 열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은 앞으로 불법 사찰 문제에 대해 바른 자세로 진실을 규명하면서 국민의 의혹을 남김없이 풀어 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절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이상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이 브리핑을 열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은 앞으로 불법 사찰 문제에 대해 바른 자세로 진실을 규명하면서 국민의 의혹을 남김없이 풀어 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절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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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흐름도 새누리당에 그리 나쁘지 않다. <오마이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수 1500명,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2.5%p)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시점은 민간인 사찰 문건이 폭로된 직후인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였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1.5%, 야권연대(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단일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7.5%로 새누리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난 2월 조사와 비교하면 새누리당 후보 지지는 4.9%p 오른 반면 야권단일후보 지지는 8.3%p 떨어졌다.

정당 지지율도 새누리당은 42.3%로 민주통합당 29.5%를 앞섰다. 통합진보당은 8.3%였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지난 12월 말 31.3%로 바닥을 친 뒤 3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불법사찰 문건 폭로가 새누리당 지지율 상승세에 타격을 입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새누리당 지지율의 견고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보수층의 결집이 이른 시기에 이미 나타났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반면, '반MB 정서'나 'MB 심판론'은 아직 야권후보 지지로 수렴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 같다"며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가 야권의 지지층을 결집시킬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좀 더 판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112개 지역구 중 50여 곳 이상에서 초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수도권이다. 일단 여야는 새누리당이 불법사찰 국면에서 선방하긴 했지만 수도권 판세는 여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핵심 당직자는 "(불법사찰 파문이) 부산·경남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낀 우리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수도권의 초경합 지역에서는 마이너스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제동 내사 지시 의혹, 젊은 세대 투표층 이끌어 내나

국민일보 노조가 56일째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던 지난 2월 16일 오전 방송인 김제동씨가 여의도 국민일보앞 파업집회 현장을 찾아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 노조가 56일째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던 지난 2월 16일 오전 방송인 김제동씨가 여의도 국민일보앞 파업집회 현장을 찾아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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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민 10명 중 7명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이번 총선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마이뉴스>-리서치뷰 조사에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73.2%(매우 33.2%, 조금 40.0%)였다.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3.1%에 그쳤다.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31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에서도 불법 사찰 파문이 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응답이 67.4%나 됐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연예인 사찰 의혹으로 번지는 것도 새누리당이 지게 된 새로운 부담이다. 지난 2009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연예인 명단'을 만들어 경찰에 비리 내사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사 대상자로는 방송인 김제동·김미화씨, 가수 윤도현씨가 언급되고 있다.

이날 국정원 직원이 김제동씨를 직접 만나 고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 콘서트 사회를 보지 말도록 회유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오마이뉴스>의 확인결과, 국정원 측도 김제동씨와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김씨와 친분이 두터운 공연기획자 탁현민씨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김제동 사찰 건은 진실일 것, 국정원 직원이 직접 김제동을 만나기까지 했고, 여러 경로로 김제동에게 '자중'(?)하길 권했었으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만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청와대는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아직 그런 지시를 하거나 받았다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박용진 대변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라는 최고기관의 정보파악수준이 이 모양이라는 것이나"며 "하루 만에 전 정권의 모든 자료를 뒤져서 야당 반박자료를 찾아낸 그 귀신같은 실력으로 하루빨리 김제동씨에 대한 뒷조사 지시를 누가했는지 찾아내기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소셜테이너'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탄압 의혹은 역대 선거에서 거센 역풍을 불러왔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전 김제동씨의 갑작스런 방송하차를 비롯해 가수 윤도현씨, 방송인 김미화씨 등의 방송 하차는 분노한 20~30대를 투표장으로 불러냈다. 젊은 세대의 투표 참여 열기는 야권의 승리로 이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의 백왕순 부소장은 "불법사찰은 20~30대, 특히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40대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낼 동인 중 하나"라며 "젊은 세대의 분노가 투표 참여로 이어질 경우 수도권 접전지에서 새누리당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 불법사찰 파문으로 영남권에서 보수층의 결집이 이뤄지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그:#불법사찰, #판세,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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