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1일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시즌3> 울산 공연을 여는 방송인 김제동.

방송인 김제동 ⓒ 다음기획


방송인 김제동이 갑자기 일간지 1면에 등장했다. 음주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 마약을 한 것도 아닌데 연예인이 일간지의 1면, 그것도 톱을 장식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김제동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경찰에게 사찰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제동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2일 SNS를 통해 "본인이 너무나 힘들어해서 차마 말 못하고 있었는데... 스위스 출장 오면서 오픈할지 백번도 더 고민했는데... 이제는 말해야겠네요. 국정원이 김제동을 사찰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제동은 사찰을 당하는 걸 알고도 억울하다고 세상에 호소하기는커녕 혼자서 삭히고 있었다는 얘기다. 누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야말로 유리로 만든 집에서 벌거벗고 지낸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가 받은 엄청난 고통의 무게가 절절히 느껴진다. 씨알재단 백찬홍 위원은 SNS를 통해 "김제동은 대통령이 사생팬이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풍자했다.

지난 2월 'MBC 파업콘서트' 무대에 오른 김제동은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쫄지 말라는 말이 유행인데 전 겁이 많아요. 빈방에 들어갈 때도 무서워서 혼자 소리를 지르고 들어갈 정도인데 어떻게 안 쫄아요. 전 무서워서 '조용히 살아야겠다' 싶어요. 오늘도 여기 오면서 '조용히 살아야 하는데'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맘이 49%이고, 오고 싶은 맘은 51%여서 왔습니다. 오니까 역시 맘이 편하네요."

그리고 좌파 연예인으로 분류된 자신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보고 빨갱이라고 하는데 윤도현 밴드가 평양에서 공연을 한 번 하고 그 모습이 그곳 TV에 방송되니까 북한사람들이 모두 윤도현을 알아보더래요. 북한은 TV 방송이 하나밖에 없어 시청률이 98%씩 나온다네요.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듣지 못하고 하나의 소리만 듣는 게 공산당 아닙니까? 근데 언론이 다양한 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 왜 빨갱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그래도 김제동, 그는 그때도 대중 앞에서 웃고 있었다.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에서 잇따라 하차하고 방송이 없어 전국을 돌며 공연으로 관객과 만났습니다만, 뭐 이것도 좋았습니다. 관객의 눈을 직접 보며 얘기할 수 있어서요. 역시 이게 제 체질인 것 같습니다."

 방송인 김제동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3사 공동파업 콘서트-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에서 파업중인 MBC,KBS,YTN 노조원들을 지지하며 격려하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3사 공동파업 콘서트-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에서 파업중인 MBC,KBS,YTN 노조원들을 지지하며 격려하고 있다. ⓒ 유성호

2011년 여름, 김제동이 비 피해를 입은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도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며 그를 공격했다. "연예인이 본업이나 열심히 하지"라는 비웃음이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김제동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선거를 독려하다 고소를 당했으며 불법 사찰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아무도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 오롯이 그 혼자 짊어지고 왔다. 아무 죄 없이 감내해야만 했던 그의 고통에 대해 이제 어떻게 보상할 수 있단 말인가? 어제부터 만 하루가 지나도록 해당 기관에서는 아직 누구도 책임지는 말이 없다.

김제동. 그가 겁내지 않고 가슴 속까지 크게 웃을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그는 당연히 그런 세상에 살 권리가 있다. 우리도 "쿄쿄쿄쿄"라고 웃는 김제동의 인간미 넘치는 웃음소릴 방송에서 들을 권리가 있다.

김제동 불법사찰 수해복구 선거독려 고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