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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한민국 소비자 생각 읽기>는 설문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1년 대한민국 성인 200만 명을 대상으로 의식주를 비롯하여 경제관이나 정치관, 사회관, 교육관, 대인관계, 자동차나 스마트폰과 같은 특정 상품에 대한 만족도, 여가시간 활용이나 대인관계 등 우리생활 전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책에 의하면 2011년 현재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1위: 피곤하다, 2위: 답답하다, 3위: 짜증난다, 4위: 좋다·만족한다. 5위: 불안하다'로 국민들 대부분이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은 '10년 전에 비해 뚜렷해진 개인화'와 '개인화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저자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는 이미 2001년에 설문 조사한 결과물과 2011년의 결과물을 면밀하게 분석해 지난 10년간의 의식변화와 함께 향후의 의식변화 흐름까지 추측한다. 10년 전보다 눈에 띄게 뚜렷해진 개인화의 근거로 집을 선택할 때 '큰 방'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옛날과 달리 '좁더라도 방의 개수가 많아야'를 제시한다. 

<말하는 소나무> 겉그림
 <말하는 소나무> 겉그림
ⓒ 나한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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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이것만으로 결론내린 것은 아니다. 휴가나 여가 시간 활용, 쇼핑, 특정 물건에 대한 취향, 직장 생활이나 대인관계 등 관련 설문에 대한 답을 집중 분석한 결과다. 여하간 중요한 것은 개인화가 심해질수록 사회 구성원들간의 소통부재와 갈등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답답하다, 피곤하다, 짜증난다' 등의 감정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설문까지 참고할 필요도 없는지 모른다. 소통부재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자주 느끼고 호소하는 것으로 이로 인한 사회 문제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학으로 사람들의 지치고 아픈 마음을 위로하거나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통합문학치료연구소'의 예술과 심리 동화 시리즈 1권 <말하는 소나무>(나한기획펴냄)는 이 '소통'에 관한 동화다.

옛날 말을 할 줄 아는 소나무가 있었다. 그 소나무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참 많은, 온갖 것들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소나무를 좋아해 시시때때로 몰려들어 이러저런 이야기도 듣고 함께 놀곤 했다. 소나무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려줬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해준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러니까 소나무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말하면 말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소나무를 멀리하게 된다. 그리하여 소나무는 점점 외롭게 혼자 있는 날이 많아진다. 소나무로선 까닭을 알 길이 없다. 그런 어느 날, 소나무의 말을 너무나 잘 알아듣는 한 소녀가 소나무의 말을 듣게 되고 점점 소나무와 함께 많은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하루 이틀…. 소나무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자 떠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소나무에게로 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왜 소나무를 떠나간 걸까? 무엇이 소나무를 외톨이로 만들었으며, 소녀의 무엇이, 그리고 어떤 말들이 소나무를 바뀌게 한 걸까? 작가는 이 <말하는 소나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왜 하필 소나무일까?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 말들을 하는 걸까요? 남을 비난하는 말, 자기를 과시하는 말, 아무 의미 없는 텅 빈 말, 무책임한 말들이 횡행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고, 관계의 진정성은 무엇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말하는 소나무>작가의 말에서

이런저런 이유들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단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학교를 떠난 초·중·고교생은 7만6489명으로 하루 평균 200여명에 이른다. 이중 고등학생은 2008년부터 그 수가 꾸준히 늘어 2011년에는 3만8787명, 하루 평균 106명 정도가 학교를 떠났다고 한다.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왜 점점 더 많아지는 걸까? 제27회 한국정보올림피아드(2010년) 공모부문에서 중등부 금상을 수상하거나 주문처리 소프트웨어 개발 등으로, 흔한 말로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으로 촉망받았으나 얼마 전 학교를 떠나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최훈민군(18세)의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을 중단해 주세요'란 피켓 내용은 무엇이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을 학교에서 떠나게 하는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내친구 아카시> 겉그림
 <내친구 아카시> 겉그림
ⓒ 나한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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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아카시>(나한기획 펴냄)는 오늘날 이처럼 많은 학생들을 학교에서 떠나게 하는가 하면 자살로 이어지게 하기도 하는 '입시경쟁위주의 교육과 출세와 학벌주의'에 나 역시 그에 이끌려 내 자식을 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다. 그 줄거리를 대략을 보자.

어느 평화로운 마을과 가까운 산에 불이나 울창했던 산은 폐허가 되고 만다. 그냥 두면 산사태가 나 마을까지 위험할 지경이라 마을 사람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다. 어른들 틈 사이에 끼어 있던 아이들 중 영민이가 "어른들 대신 우리들이 나무를 심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마침 바쁜 농사철을 앞두고 있어서 어른들은 나무를 심어 가꾸는 것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터였는데 키도 작고 못생겨 평소 놀림감이 되었던 영민이가 이처럼 제의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아이들 몫이 된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들을 심고 가꾸는데 정성을 기울인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열매가 열리고, 보면 기분 좋아지는 예쁜 꽃이 피고, 굵게 자라 책상이 되어 줄 아이들의 나무들은 쑥쑥 잘 자란다. 그러나 주인을 닮았는지 영민이의 나무만 더디 자라 작고 영 볼품이 없다. 그리하여 작고 못생겨 놀림감인 영민이처럼, 영민이의 나무 아카시도 사람들과 나무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고 만다.

그런 어느 날 태풍이 거센 바람을 몰고 와 밤새 나무들을 뒤흔든다. 그리하여 어떤 나무들은 뽑히고 어떤 나무들은 댕강댕강 꺾여 나가고 만다. 하지만 영민이의 아카시들은 멀쩡하다. "위로 자라는 것보다 땅 속으로 뿌리를 튼튼하게 뻗는 게 더 중요해. 뿌리가 깊어야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단다"고 영민이가 늘 격려했기 때문이다. 볼품없지만, 뿌리가 튼튼한 영민이의 아카시 덕분에 마을이 산사태로부터 안전했음은 물론이다.

눈에 보이는 성공과 출세, 업적만이 중요시되는 현대 사회의 과도한 경쟁적인 삶속에서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나무는 비바람에 쉽게 무너집니다. 이 동화를 통해 보이지 않은 인간 본성과 겉으로 드러난 것들의 상호관계와 그 뿌리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내 친구 아카시> 작가의 말에서

<말하는 소나무>와 <내 친구 아카시>는 독서치료 동화시리즈인지라 심리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을 동화 전반에 의도하였겠지만(실지로 이 책들은 심리치료교재로 쓰이기도 한다고), 그냥 일반적인 동화처럼 줄거리만을 따라 읽으며 느끼고 생각하고 그리고 공감하면 되는 그런 동화다.

동화책을 고를 때 줄거리 못지않게 신경 쓰는 것은 그림이다.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그림만으로도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을 할 수 있고 그림만 보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거나 어떤 느낌이 있어야 좋은 동화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하는 소나무>의 그림들은 우리 전통 회화법인 수묵화 기법으로 그려져 무엇보다 마음 편하다, 기대고 싶을 정도로. 

덧붙이면, 나한기획의 예술과 심리 동화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독서치료 동화로 대학 등에서 독서치료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에 의해 집필될 예정이란다. 이 두 권 외에 <길 이야기>가 있으며 3권씩 시리즈가 계속 나올 예정이란다.

덧붙이는 글 | ▲ <말하는 소나무>ㅣ글:고희선ㅣ그림:윤세열ㅣ출판사:나한기획ㅣ2011-12ㅣ값:24000원 ▲ <내친구 아카시>ㅣ글:김수련ㅣ그림:한유진ㅣ출판사:나한기획ㅣ2011-12ㅣ값:18000원



말하는 소나무

윤세열 그림, 고희선 글, 나한기획(2011)


태그:#독서치료, #예술과 심리, #소나무, #아카시아, #아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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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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