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의 극적인 역전 우승은 없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4위에 그쳤던 아사다는 오히려 프리 스케이팅에서 순위가 더 떨어져 종합 6위에 머무르며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1일(한국시각)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2012년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우승자는 총점 189.94점점을 받은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에 머물렀던 코스트너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28.94점을 받으며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24명의 프리스케이팅 참가자 가운데 한국 선수의 이름은 찾을 수가 없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지난 29일에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 30명의 출전 선수 중 28위에 그치며 컷오프 탈락을 했기 때문이다.

'연아언니'를 따라가지 못했던 곽민정의 성장속도

 곽민정에게 '차세대 피겨퀸'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곽민정에게 '차세대 피겨퀸'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 KBS 화면캡처


벤쿠버 올림픽을 전후해 김연아의 뒤를 이을 '공식 후계자'로 꼽힌 선수는 김연아의 수리고 후배 곽민정이었다. 곽민정은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 있던 2009년 회장배 피겨 스케이팅 랭킹대회 우승자로 김연아와 함께 벤쿠버 올림픽에 출전해 13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곽민정의 성장 속도는 김연아를 따라가지 못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출전했던 국제대회마다 단 한 번도 3위 아래로 내려 간 적이 없었던 김연아의 뒤를 따라 주길 기대했던 것부터가 애초에 무리였다.

곽민정이 시니어 무대에서 내세울 수 있는 실적은 4대륙 선수권의 3년 연속 톱10과 작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싱글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낸 것이다.

하지만 세계 선수권 대회를 한 달 앞두고 열리는 4대륙 선수권 대회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전략적으로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대회다. 세계적으로 높은 권위를 가진 대회는 아니라는 뜻이다. 김연아 역시 올림픽 출전을 앞둔 2010년에는 4대륙 대회 참가를 포기한 바 있다.

곽민정은 2012 세계 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 선수로는 홀로 여자 싱글 종목에 참가했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36.91점으로 30명의 참가자 중 28위에 머물며 24위까지 주어지는 프리 출전 자격을 따내지 못했다.

곽민정이 평소보다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만약 곽민정이 이번 대회에서의 생애 최고 점수인 53.68점(2010 4대륙 대회)을 기록했다 해도 순위는 11위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만큼 곽민정과 세계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올해 이화여대 체육과학부에 입학한 곽민정은 사실 선수로서 전성기를 보내야 하는 나이다. 참고로 김연아는 막 고려대에 입학했던 2009년에 열린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200점을 돌파하며 자신의 별명을 '요정'에서 '여왕'으로 바꾼 바 있다.

연아 없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피겨 후진국

 만약 김연아가 갑자기 은퇴선언이라도 한다면 대한민국 피겨계는 패닉상태에 빠질 것이다.

만약 김연아가 갑자기 은퇴선언이라도 한다면 대한민국 피겨계는 패닉상태에 빠질 것이다. ⓒ SBS 화면캡쳐


사실 대학민국 피겨 스케이팅 종목에서 김연아의 진짜 후계자는 따로 있다. 바로 김연아 이후 사상 두 번째로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트리플 점프 5종세트'(러츠, 플립, 룹, 살코, 토룹)'를 성공시킨 '피겨신동' 김해진이다.

김해진은 2010년 초등학생으로 한국 피겨선수권 시니어 부문에 참가해 곽민정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초등학생이 한국 피겨 챔피언에 오른 것도 김연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김해진은 주니어 데뷔 시즌이었던 2011년 주니어 그랑프리 호주 대회 5위, 루마니아 대회 3위를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얼굴을 알렸고, 3월에는 벨라루스에서 열린 주니어 피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위에 올랐다.

어린 선수들이 출전하는 주니어 부문이긴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김연아는 생애 처음으로 참가한 주니어 세계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물론 주니어 선수들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몰라보게 성장하기 때문에 김해진의 첫 주니어 시즌이 실망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해진이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려면 아직 2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김해진이 김연아처럼 시니어 데뷔 후 곧바로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김연아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발굴해 낸 것은 분명 대한민국 피겨계의 큰 자랑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시즌을 거르면 순식간에 피겨 후진국으로 몰락해 버리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피겨의 안타까운 현주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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