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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군인들 모습.
 해병대 군인들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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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혹은 오버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술, 그리고 술, 그리고 또 술을 들이킨다. 자정을 넘겨서 노래방에 진입한다. 또 애써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놀다가, '이등병의 편지'를 포함한 김광석 3연타를 날린다. 당사자는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고, 관람객들은 어색한 포즈로 당사자의 어깨를 다독이다가, 뜨거운 것처럼 보이는 포옹이 이어진다.

지난해에 이런 식으로 몇 명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고등학교를 함께 졸업한 친구들 중에 군대에 입학하지 않은 이들이 손에 꼽을 지경이고, 나 또한 입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기에서 죽지 않을 만큼만 굴러 떨어지면 면제가 될까'라는 고민을 하며 산을 오르거나, '이거 하나 없어도 사는 데 큰 불편함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둘째손가락을 바라본다.

인류의 절반은 남성이고, 4인 가족 중 '입대 예정자'가 없는 비율이 대단히 협소하니, '군대' 문제야말로 온 국민 공통관심사라 할 수 있다. 정치의 계절과 맞물려 '군인'을 둘러싼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한다.

사병 월급 50만원 준다던 새누리당, 소박해졌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그리고 진보신당에서 내놓은 군인 정책들을 모아봤다. 사병의 월급 인상에 관한 공약들이 대거 포진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가파르게(?) 인상 되었던 사병월급은, MB정부 들어 동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청년들을 국방인지 노역인지 모를 혼란스러움으로 밀어 넣을 수는 없으니, 사병에게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우선, 월급 인상안을 기준으로 각 정당의 정책을 비교해본다(사병규모를 45만으로, 현재의 사병월급 예산을 5천 억 가량으로 잡아서 투박하게 계산한 수치다).

지난 2월, '사병월급 50만 원'이라는 패기를 들고 나왔던 새누리당이 갑자기 소박해졌다. 2배라는 표현이 그럴싸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12년 기준 이병 월급은 8만1500원, 병장 월급은 10만8000원이다. 평균 내서 9만 원 잡고, 이에 2배라고 해봐야 18만 원이다. 예산에 반영하면 약 5천 억 원이 더 필요하다.

새누리당보다는 인심을 좀 더 쓴(월 30만 원) 민주통합당의 경우 약 1조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들에 대한 '시혜적 예산 증대'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다음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월급 인상안이다. 진보신당은 오래 전부터 군인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는 주장과 동시에 최저임금 적용을 주장해왔고, 통합진보당 또한 이번 총선공약 발표를 통해 2020년 까지 110만 원 수준(최저임금을 근거로 함)으로 인상할 것을 내걸었다.

군인의 노동자성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두 당의 공통적인 근거는 '최저임금'이다. 30만원을 지급하려고 해도 1조원 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는데, 최저임금이라니... 갑자기 현기증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현기증에는 약간의 함정카드가 숨어 있다. 바로 '복무 기간 축소'다.

전투기 몇 대만 덜 사도, 사병 월급 올릴 수 있다

참여정부는 군 복무기간을 18개월까지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MB정부 들어서 이 아름다운 정책에 제동을 걸렸고, 현재의 군 복무기간인 22개월에서 멈춰 섰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군 복무기간 축소(12개월)'을 들고 나왔다. 군 복무기간이 축소되면, 군의 전체 규모가 줄어든다. 즉 (예산 관점에서)사병의 월급 인상과 군 복무기간 축소는 병행하게 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다.

통합진보당의 공약대로 설계하게 될 경우 축소 된 군의 규모에 근거하여, 월급 인상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은 3조 원에 못 미친다. 군의 전체 규모가 축소되면, 직업군인의 규모 또한 줄어들기에 이 예산은 더욱 감축 된다.

2012년 국방예산이 33조 원 규모임을, 또한 대한민국의 무기 수입이 세계 1위임을 고려해봤을 때, 무지막지하게 부담되는 예산 설계는 아니다. 전투기 몇 대만 덜 사와도 사병들에게 '노동'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군 복무기간 축소'와 '군인 최저임금'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에 관해 이 지면을 할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곧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할 당사자로서는, 그냥 이런 생각이 들 뿐이다.

'복무기간 좀 줄어들면 어때? 군인들 월급 좀 제대로 챙겨주면 어때? 그리고 군 규모를 줄이면 어때? 스타크래프트 하는 것도 아니고, 현대전에서 '물량'이 중요한가?'

사병들에 대한 상식적인 대우, 너무 절실하다

군인 장병들이 2011년 7월 서초 방배동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군인 장병들이 2011년 7월 서초 방배동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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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과 복무기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왔다. 나머지 공약도 짤막하게 볼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사회복귀'라는 관점에서 공약을 제시했는데, 디테일 측면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기술자격 검정 종목 및 국가기술 자격시험 시 군 경력 인정 범위 확대'라는 새누리당의 공약은 눈에 밟힌다. '군 가산점'과 뭐가 다른 건지. 군인들에게 적절한 처우를 제공하려고 하지만 '감세'는 못하겠고, 아무것도 제시 안 할 수는 없으니 '군 가산점'이니 하는 이상한 잔머리 들고 나오는 건가? 이쯤에서 그만 하시라.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은 '인권'의 관점에서 푼 공약들이다. 군 인권법,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도입 등…. 군대에서 겪는 폭력에 대해서는 새삼스레 언급할 필요도 없고, 양심적 병역 거부에 따른 수감자의 수로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그것도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선진일류국가라는 타이틀과 지향에 어울리지 않는, 대단히 수치스러운 상황이니 하루 속히 개선되기를 바란다.

진보개혁 진영의 많은 인사들이 '모병제'로의 이행을 주장하는 데, 이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미국은 대표적인 모병제 국가다. 이상한 모자를 눌러 쓴 백인 아저씨 포스터는 유명한 상징이다.

백인 아저씨가 '원한다(want)' 해서 모집 된 이들은 미국 사회의 가난한 흑인들이다. 사회적 차별과 억압 끝에, 변변한 직업도 없이 방황하던 흑인들은 미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어 백인들의 안녕을 지켰다. 피부색깔로 구분하려 한 것이 아니라 '계층'을 의미한다.

모병제가 실시될 경우 '소득불평등'과 '사회양극화'는, '국방양극화'로 다시 한 번 필터링 된다. 1 vs. 99의 전형을 보이는 한국사회에서 모병제 도입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본인이 원해서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건데, 이들만 모아놓고 '모병제'로 추진하는 게 뭐가 어떠냐고? 이는 성매매와 마찬가지다. 어떤 이가 성매매를 '원해서' 하는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풀었지만 나의 결론은 한 가지다. 국방의 의무를 기쁜 마음으로 수행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병들에 대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대우는 너무나도 절실하다. 언제까지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느니, '젊음의 도전'이라느니 라는 말로 퉁 칠 생각인가.

덧붙이는 글 | 김민수 기자는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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