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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①] <와주테이의 박쥐들>
이동형 씀, 왕의서재 펴냄, 2012년 3월, 346쪽, 1만4500원

출판편집자 시절, '우리 시대의 변절자들'이란 책을 기획한 적이 있다. 화려한(?) 좌익 경력을 등에 업고 화끈한 변절로 잘 먹고 잘사는 이들의 실체를 까발려보자는 당찬 의도였지만, 아쉽게도 책은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은 이 시대의 기회주의 정치인들의 이력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민중당 '전사'에서 대운하 전도사가 된 이재오, 사회주의자에서 뉴라이트가 된 신지호 등, 우리는 여전히 '박쥐'들이 판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저자는 국회에 사는 기회주의 정치인 10명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들려주며, 그들에게 속 시원한 호통을 날린다. 선거를 앞두고 이런 책이 나와준 것이 참 고맙다.

[새책②] <종횡무진 한국경제>
김상조 씀, 오마이북 펴냄, 2012년 3월, 352쪽, 1만5000원

5년 전 우리는 자칭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를 뽑았다. 그 결과는 말 안 해도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거다. 지난해 <오마이뉴스>에서 만든 김상조 교수의 강좌가 인기를 끈 것도 그 때문이었을 거다. 경제를 알아야 두 번 속지 않는다는 절박함. 이 책은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이 한국경제의 문제들을 짚어보고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낙수효과의 환상과 양극화의 원인을 살피며 한국경제의 과거를 '종단'하고, 재벌공화국의 현실과 노동안정성을 논하며 한국경제의 미래를 '횡단'했다. 국민소득은 늘어난다는데 먹고살기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 지독한 모순. 한국경제가 빠진 함정의 실체를 촘촘하게 알려준다.

[새책③]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김상봉 씀, 꾸리에 펴냄, 2012년 3월, 329쪽, 1만5000원

노동자들이 외치는 '회사의 주인은 노동자다'라는 구호는, 현실에서는 사장이 노동자들에게 야근과 특근을 강요할 때만 유효하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또는 사장)'란 것은 정말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원리일까? 이 책은 자본주의를 철학적으로 뒤집어보며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해 새로운 답을 던지는 책이다.

이건희가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2%도 안 된다. 하지만 그가 삼성전자의 '오너'라는 불편한 진실. 저자는 "더 이상 속지 마라.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노동자 경영권'의 필연성을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자기모순을 학문적으로 규명하고 유럽과 국내의 실제 사례까지 보여주며 설득력을 더한다.

[새책④] <당신을 사랑합니다>
김해자 씀, 삶이보이는창 펴냄, 2012년 3월, 352쪽, 1만3000원

나는 <오마이뉴스>가 '진보언론'인 까닭은 정치면도 경제면도 아닌 '사는이야기'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기록해온 언론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로 만들어 기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무것도 아닌' 민중들의 뜨거운 삶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기록한 구술집이다.

마장동 우시장 윤주심씨, 택시기사 김인수씨, 평화시장 미싱사 '무명'씨까지, '묵묵히 제 할일 하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인생을 기록했다. 세상의 바닥에서 울리는 그들의 목소리가, 거칠지만 생명력 가득한 입말로 전해진다.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책장을 쉬이 넘기지는 못할 것이다.

[새책⑤] <수요일의 눈물>
최은영 씀, 허구 그림, 바우솔 펴냄, 2012년 3월, 103쪽, 8800원

지난해 12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천번째 수요집회가 열렸다.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그 자리를 지켜왔지만, 그중 가장 반가운 이들은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었다. 역사를 기억하려 애쓰는 미래세대들이 있어서 참 고마웠다. 이 책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동화다.

폭력을 일삼는 아빠를 피해 우연히 '나눔의집'으로 오게 된 봄이. 그곳에서 만난 '할매'들의 이야기를 통해 봄이는 '무서운 역사'에 대해 알게 된다. 할매들의 '수요일의 외출'에 함께해 다오짱 언니를 만난 봄이는 새로운 희망을 배우게 된다. 이 책이 일본어로 번역돼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들이 함께 읽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와주테이의 박쥐들 - 국회에 기생하는 변절자와 기회주의자

이동형 지음, 왕의서재(2012)


태그:#새책, #신간, #책소개, #이동형, #김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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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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