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없어질 회사에 왜 다니느냐. 빨리 옮기라."

TV조선이 뿔났다?

100억짜리 블록버스터인 창사특집 드라마 <한반도>의 조기 종영이 확실시된 21일, TV조선은 메인뉴스인 8시뉴스 <날>에 이례적인 리포트를 내보냈다. 한 국회의원이 TV조선 기자에게 직접 말했다는 저 발언이 포함된 내용은 '그들이 종편을 거부하는 이유는'였다.

"야당이 종합편성 채널에 대해 취재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정부기관의 브리핑조차 종편채널은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취재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누가 취재를 막는지…"

SBS 보도국 출신 김기성 앵커의 목소리는 바짝 날이 서 있었다. <날>은 이날 미디어렙 법안 통과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이 처한 냉정한 현실에 대해서 스스로 까발리는 용단(?)을 보여줬다. "조선하고 인터뷰 안 해요. 몰라서 물어요?"라는 말과 함께 깜짝 출연(?)한 민주통합당 정청래 전 의원은 방송 직후인 21일 오전 SNS 상에서 스타가 됐다.

 <TV조선> 메인뉴스 <날>은 21일 자사가 취재거부 당하는 현실에 대해 보도했다.

메인뉴스 <날>은 21일 자사가 취재거부 당하는 현실에 대해 보도했다. ⓒ TV조선


'TV조선'판 셀프 '미디어비평'의 내용은?

"백 개가 넘는 케이블 채널 가운데 종편만 미디어렙에 포함됐습니다. 이는 부당한 처사라는 지적입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신생 종편 4곳의 광고매출 합계는 320억 원 정도. 올해 매출은 경기 침체와 더불어 전망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한겨레신문은 종편 4곳의 1월 광고매출 합계는 120억 원, 2월은 80억 원 정도라고 보도했습니다."

<날>은 이날 '종편 죽이기…비판과 미디어렙법' 꼭지를 통해서는 지난달 22일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렙법에 대해 직접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SBS와 함께 종편이 민영 미디어렙에 포함된 것에 대해 '왜 케이블과 같이 취급해 주지 않느냐'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광고 판매액은 지상파 방송의 수준을 원하면서 미디어렙에 있어서는 케이블과 같은 취급을 받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그러면서 <날>은 "종편 4개사가 방송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상당합니다. 우선, 직간접적 효과로 신규 일자리 2만 6천여 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반적인 방송 콘텐츠 제작 능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청자들도 볼거리가 늘어서 좋다는 반응"이라고 입니다.

이미 통과된 미디어렙 법안에 대해서는 강렬히 저항하면서, 재앙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종편의 현실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리포트였다. 헌데 서일호 기자의 이 보도가 다소 건조하다면 앞서 정청래 의원이 출연한 신은서 기자의 '그들이 종편을 거부하는 이유'는 자조와 애잔함이 뒤섞인 하소연에 가까웠다. 그야말로 TV조선판 셀프 '미디어 비평'이랄까.

 TV조선 <날>에 출연한 정청래 전 의원의 모습.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진을 직접 캡쳐해 올렸다

TV조선 <날>에 출연한 정청래 전 의원의 모습.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진을 직접 캡쳐해 올렸다 ⓒ TV조선


TV 조선 '왕따', 공정방송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협받다?

"특정 언론사들을 취재를 못하게 하는 것은 심각하게 언론의 자유 침해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 절대 빠질 수 없는 이 사안은 김영석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의 입을 통해 나왔다. 그러면서 <날>은 "정부의 허가를 받은 공적 매체에 대한 일부의 비토 움직임은 개국 첫날부터 시작됐다"고 폭로(?)했다. 

박지성·김연아 등 개국 방송에 출연한 스포츠 스타들이 홍역을 치렀다는 것이다. 허나 김연아의 출연에 대해 TV조선과 조선일보가 대대적인 광고와 허위 보도를 했다는 점은 쏙 빠져있다.

이어 민주통합당이나 참여연대와 같은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들의 취재·인터뷰 거부, 정부 부처 기자실 등 타 매체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는 상황, 한겨레 등 진보 언론의 '종편은 종치나'와 같은 악의적 왜곡(?) 보도 등을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날>은 이례적으로 TV조선의 한 기자의 인터뷰를 통해 "타사 기자들이랑 다 아는 사이인데 신생 매체이기 때문에 기자실 정식 출입이 안 됩니다. 사실 보도채널에서 종편으로 바뀐 매체(MBN)의 경우에는 이미 기자실 출입, 간사도 맡고 있고, 기준이라는 게 너무 모호한 게 아닌가"라는 내용까지 내보내는 애처로움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이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의 시사보도 부문 인력들이 처한 총체적 난국을 정직(?)하게 보도하면서 <날>이 내놓은 결론은 이랬다.

"정당한 경쟁보다는 기자단 체제에 안주하려는 기존 매체들의 배타적 풍토, 눈치 보기에 바쁜 정부, 정치적 이유로 종편을 무시하는 야권.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만 지키려는 이들의 암묵적 카르텔이 공정 방송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6일 논현동 임페리얼 펠리스 호텔에서 열린 TV조선 <한반도> 제작 발표회

지난 1월 26일 논현동 임페리얼 펠리스 호텔에서 열린 TV조선 <한반도> 제작 발표회 ⓒ 이정민


"정봉주였으면 육두문자 나올 뻔"

한편 TV조선의 옴브즈맨 프로그램에서나 어울릴 법한 이러한 보도는 개국 이후 종편 4사 뉴스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이례적인 보도였다. <한반도>의 종영 이후 인터넷 상에서 매각설까지 대두됐던 터라 보도 시점 또한 상당히 시의적절(?)했다.

TV조선의 이 같은 보도는 정청래 전 의원이 22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이 한장의 사진>제가 취재방해 했나요?"라며 <날>의 캡쳐 화면을 올리면서부터 SNS 상에서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조선TV는 친절히 이걸 보도했구요.  거참... 지들이 대놓고 왜곡해서 내보내면서 취재방해니 국민의 알권리라니..." (@hangXXX)

"종편 인터뷰 안 해… 몰라서 묻나? 정봉주였으면 자막에 육두문자 나올 뻔." (@manopXXX)

"기자가 곧 없어질 회사에 왜 다니느냐, 라는 말을 들었다고 조선종편이 고발 보도 중ㅋ 오늘 뉴스의 백미는 종편 기자가 다른 종편 기자에게 다른 기자들한테 '따' 당해서 어떤가 묻는 인터뷰." (@newspreXXX)

TV조선 종편 미디어렙 정청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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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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