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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을 맞아 4월 12일부터 16일 사이에 실용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 발표는 오바마 정부 들어와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북미 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국제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2월 23일부터 이틀간 북경에서 열린 북미 3차회담에서 북한은 대화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중지를 약속했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하는 것이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이라고 말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더구나 3월 7일 뉴욕에서 독일의 에버트 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북한의 6자회담 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3차 북미회담 합의를 지키겠다고 말한 직후다. 북한에 대한 불신이 증대되고 있다. 한미양국은 설사 위성이라고 하더라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명백히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비판을 예상했을 것이다. 이런 비판에도 북한은 인공위성을 발사해야만 하는 고유의 계산법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을 위한 축포가 필요하다. 북한은 강성대국 선포일로 예고한 김일성 주석 100돌인 올해 4월 15일을 맞이해서 노동당 대표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을 최고지도자로 공식 추대할 것이다.

사회주의 강성대국 축포용?

정부는 18일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15일)을 맞아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힌것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 1874호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지난 3월16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광명성 3호가 발사 후 1단 로켓의 경우 변산반도 서쪽 140㎞에, 2단 로켓은 필리핀 동쪽 190㎞에 떨어질 것으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 2009년 4월 5일 발사된 광명성2호.
 정부는 18일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15일)을 맞아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힌것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 1874호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지난 3월16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광명성 3호가 발사 후 1단 로켓의 경우 변산반도 서쪽 140㎞에, 2단 로켓은 필리핀 동쪽 190㎞에 떨어질 것으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 2009년 4월 5일 발사된 광명성2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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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북한은1998년 8월 22일에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선포하였다. 2012년 김일성 100돌을 맞는 해가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에 광명성 1호를 발사한 후'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고무'를 위해 위성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때에도 '강성대국의 대문 열어젖히기'가 위성발사의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북한은 위성을 김정일의 3대 혁명 유산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일성 100돌에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선포하지는 못하지만 김정일의 혁명유산을 계승하는 지도자로 김정은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위성발사는 김정은 체제 출범의 상징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 위성 발사는 김정은 체제가 미국과 근본 문제를 둘러싸고 '진검 승부'를 시도한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이 생각하는 북-미 사이의 근본문제는 북-미수교다. 지난 3월 7일 뉴욕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한 북한측 대표단은 "미국이 우리와 동맹을 맺고 핵우산을 제공하면 당장이라도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북한은 그만큼 북-미수교를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 동맹과 위성발사

인공위성과 미사일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 북한은 이런 인공위성과 미사일의 양면 관계를 활용하여 북한의 정치군사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 증대는 미국에 명백한 위협 요인이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북한의 잠재적 공격으로부터 '미국의 국토'(American soil)를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바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것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로 인한 국제적인 비판여론에도 위성발사를 통해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대미협상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이것이 북한의 셈법이다. 김정은 체제는 북미회담이나 6자회담을 진행하겠지만, 지리멸멸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미사일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공위성 발사를 주권사항으로 인정하고 회담을 진행할 것인지, 미사일 능력을 감소하기 위한 협상을 할 것인지, 두가지 가운데 선택할 것을 오바마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위성발사라도 유엔결의 위반이며 제재하겠다는 것에 대해 "식칼도 총창과 같은 점이 있기 때문에 군축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라며 반발해왔다. 위성발사에 대해 제재를 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북한의 주장대로 주권국가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에 식칼 만드는 기술을 경우에 따라서 총창 만드는 기술로 전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위성 기술이 미사일 기술로 전환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위성, 식칼인가 총창인가?

북한은 지금까지 두차례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1998년 8월과 2009년 4월이다.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 이후에는 "우리가 위성 보유국으로 되는 것은 너무도 당당한 자주권의 행사이며 이 능력이 군사적 목적에 돌려지는가 않는가는 전적으로 적대세력들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는 외무성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2009년 4월에는 재일조선인총연합 기관지인 조선신보를 통해서 '로켓 기술의 군사이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인공위성 기술이 언제든지 군사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다고 미국을 겨냥하는 보도를 하였다.

북한은 1998년에는 광명성 1호, 2009년에는 광명성 2호라는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미국은 1998년의 경우 실패한 위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9년에는 실패한 위성임에도 불구하고 광명성 1호때와는 달리 위성이라고 하지 않고 대포동 2호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 그래서 자동으로 광명성 1호를 대포동 1호 미사일라고 주장한 사람들도 그 주장에 정당성을 얻게 되었다.

미국이 광명성 2호를 미사일로 규정한 것은 로켓의 사정거리가 광명성 1호에 비해 2배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광명성 1호의 추진체 낙하지점은 1620km였는데, 광명성 2호는 3200km나 되었다. 사거리가 연장된 것은 확실하고  다단로켓의 분리까지 성공했다. 미국으로서는 실패한 위성이라는 측면보다는 미사일 위협 증대라는 점이 훨씬 중요하게 여겨졌다.

미사일 발사 중지 약속했던 북한

미국이 위성이라는 점보다 미사일 위협 증대라고 인식하는 것이 북한에는 대미 협상을 압박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면서 북한은 위성발사는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겠다고 말해왔다. 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나라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지한다고 했을 때 여기서 장거리 미사일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장거리 미사일과 위성의 공통 요소인 장거리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다단 로켓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이를 시사했다. 세계최대의 야외공연으로 유명한 '아리랑' 공연에서 광명성 1호 위성발사 모습이 연출되자 "이것이 첫 번째 위성발사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 국무장관에게 위성발사 중지를 암시한 것은 그것이 미사일 기술로 전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북미대화가 잘 진행된다는 조건에서다.

또 2002년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미사일 발사 중지를 문서로 약속했다. 이는 장거리 미사일 기술로 전환할 수 있는 위성발사 중지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은 2006년도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시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전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지를 문서로 약속했다면 그것은 당연히 국제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능력으로 보는 위성발사를 가능하게 하는 로켓기술을 포함하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 약속은 북미대화와 북일대화가 진행되지 않아서 사문화되었다. 미사일은 '제작·조립·위성탑재→ 발사 → 다단로켓 분리 → 대기권 이탈 → 대기권재진입 → 성층권 공기저항 통과 → 목표지점으로 유도'의 경로를 거친다. 이 경로에서 미사일과  인공위성은 제작부터 대기권 이탈까지의 과정이 동일하다. 인공위성은 대기권을 이탈한 후 미사일과 다른 경로를 거친다.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반면에 인공위성은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오지 않고 지구궤도로 진입해서 미사일과 차별성을 가지고 인공위성의 역할을 수행한다.  미사일 기술과 위성기술은 기술상 매우 근접하다.

포용정책과 미사일 발사

포용정책을 추진하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북한은 위성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 2006년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7기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광명성 1호 발사 이후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여 미국의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북을 성사시켰다. 이후 북한의 인민군 총정치국장 조명록이 미국을 방문하여 북미공동선언을 발표한다. 또 울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답례로 평양을 방문하는 등 다양하게 위기를 완화하는 조치들을 시행했다. 

2006년 북한이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노무현 정부는 부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서 북미직접대화를 시작하여 4개월 만에 북한 핵의 3단계 폐기를 약속한 2.13합의를 만들어냈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9년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 이후에 아무런 위기완화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과 대비된다.

지금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를 앞두고 이를 중지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과 대화채널이 있다면  위성 발사가 북한의 협상 수단을 키우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증대시켜서 북한이 얻는 협상 수단보다 더 많은 것을 상실할 것임을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과잉반응은 효과적이지 않다. 과잉반응과 강경대응은 북한 미사일의 협상수단으로서 가치를 높여주고, 북핵문제를 해결할 시간만 허비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을 폐기하고 로켓 기술을 미사일로 전환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북한은 앞으로 북한식 계산법에 따라서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도록 탄두 소형화를 시도할 것이다. 북한 사회의 경제적인 능력과 어울리지 않게 북한의 핵능력은 그렇게 증가해 나갈 것이다. 햇볕정책이 핵과 미사일이 되어 돌아왔다고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중차대한 안보현실 앞에서 정치논쟁만 일삼는 태도다. 그 논리대로 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 북한이 미사일 능력만 강화시키고 핵무기 저장고만 키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전략 없이 목소리만 높이는 것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결코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만 불러올 뿐이다.


태그:#북한 미사일, #북한 인공위성, #광명성 3호, #은하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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