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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4·11 총선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이 45일간의 여정 끝에 마무리됐다.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공천위)는 18일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서울 강남을)·김회선 전 국가정보원 제2차장을 비롯한 총 231명의 공천을 모두 확정했다. 지난 45일간의 새누리당 공천을 열쇳말로 나누어 살펴봤다.

[시스템 공천] 승복 못 이끈 '25%컷오프'... 공천위 사전 구제로 원칙 훼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들과 함께 빨간색 선거 유니폼을 입고 지난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들과 함께 빨간색 선거 유니폼을 입고 지난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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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쇄신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공천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천의 기준과 틀에 따른 시스템 공천을 꼭 이뤄내야 하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월 비대위 산하 정치쇄신분과에서 마련한 공천기준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시스템'을 몇 차례나 강조했다.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도록 틀과 기준을 마련해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는 의지였다.

시스템 공천의 핵심은 '현역 하위 25% 컷오프' 룰이었다. 새누리당은 불출마 의원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의 현역의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교체지수(50점), 당내·외 경쟁력(각각 25점, 총 50점) 등으로 점수를 매기고 '하위 25%'는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천명했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이를 일러 "비대위가 정한 헌법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스템 공천이 낙천자의 승복을 이끌진 못했다. 진수희·신지호 의원 등은 공천위의 전략공천지 선정에 반발하며 컷오프 자료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유정현 의원(서울 중랑갑)은 18일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공천자(김정 의원)와 나의 여론조사 격차가 무려 12배나 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낙천한 강승규 의원(서울 마포갑)의 문제제기로 '현역 하위 25% 컷오프' 원칙 적용 대상에서 20여 명의 현역 의원을 제외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시스템 공천은 치명상을 입었다. 권영세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지난 11일 "단수후보 및 선거구개편 후보를 제외한 현역의원 중 경쟁력이 괜찮아서 배제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된 이들은 (컷오프 조사에서) 뺐다"며 이를 시인했다.

[도덕성] 사회적 물의만 일으켜도 배제한다더니... '폭탄후보' 도처에

새누리당 공천의 또 다른 주요 원칙은 '도덕성'이었다. 앞서 비대위는 공천 부적격 사유에 현 당규(9조)에 규정된 11가지 외에도 성희롱이나 병역회피, 탈세, 부동산 투기, 철새 정치인 등을 부적격 사유에 포함했다. 이와 관련, 황영철 비대위 대변인은 "성희롱 등 물의를 일으키거나 당의 명예를 실추한 사람, 성범죄와 뇌물, 경선부정 행위 등 형 확정자, 병역문제를 야기한 사람, 파렴치범과 부정범죄자는 범죄의 시기와 무관하게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1차 때 단수공천이 확정된 윤진식 의원(충북 충주)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서울 서대문갑)도 부산저축은행 사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지만 단수공천을 받았다.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지난 2월 관내 교회 및 사찰을 방문하며 헌금 명목으로 4차례에 걸쳐 90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수사 의뢰된 상태다. 충남 부여·청양 공천을 받은 김근태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유권자에게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됐다.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은 올해 초 출향 인사들에게 선물세트를 돌린 사실이 드러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찬교 후보(서울 성북을)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에게 금품을 건네 벌금 90만 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노원병에 공천된 허준영 전 코레일사장은 2005년 경찰청장 청문회 당시 '색맹 판정'을 받고 군 면제를 받았지만 이후 경찰임용 신체검사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통과해 병역 논란이 인 바 있다. 서울 구로을에 공천된 강요식 후보는 민주당 활동 전력이 있어 '철새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 고령·성주·칠곡 공천을 자진반납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석호익 후보는 '성희롱'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석 후보는 지난 2007년 조찬 강연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했다, 여성에겐 구멍이 하나 더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여성비하 논란이 불거졌던 인물. 그러나 권영세 사무총장은 "강용석 의원의 발언보다는 수위가 낮다고 판단했다"고 발언해,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도 공천을 단행했음을 드러냈다.

[물갈이와 돌려막기] '물갈이' 뿐 아니라 '돌려막기'도 역대 최고 수준

새누리당은 '현역 하위 25% 컷오프' 룰을 내놓으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현역 의원 절반 가까이가 물갈이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이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 무공천 지역 13곳을 남겨놓고 공천을 마무리한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현역 의원 물갈이 비율은 낙천자와 불출마자를 합쳐 약 41%였다. 이는 과거 15대 총선 당시의 39.1%를 넘긴 역대 최고 기록이다. 또 오는 20일께 발표되는 비례대표 탈락자가 더해지면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당의 현역 지역구 의원 144명 가운데 낙천자는 모두 47명이었다. 불출마를 선언한 13명을 포함하면 총 60명이다. 이 중 서울지역은 현역 의원 절반 가까이가 물갈이 됐다. 권택기(광진갑), 장광근(동대문갑), 강승규(마포갑), 진수희(성동갑), 신지호(도봉갑), 전여옥(영등포갑), 이혜훈(서초갑), 고승덕(서초을), 유정현(중랑갑), 진성호(중랑을) 의원 등 총 18명이 고배를 마셨다. 경기 지역에서도 공천을 신청한 현역 의원 29명 중 12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텃밭'인 부산·대구에서는 현역의원 29명 중 총 16명이 교체됐다. 이 중 불출마자는 김형오(부산 영도구), 김무성(부산 남구을), 현기환(부산 사하갑), 장제원(부산 사상구), 주성영(대구 동구갑), 이해봉(대구 달서을), 박근혜(대구 달성군) 의원 등 총 8명에 달한다.

하지만 특정지역에 낙천한 후보를 다시 다른 지역에 재배치하는 '돌려막기'가 어느 때보다 극심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진구갑에 공천을 받은 나성린 의원은 당초 부산 중·동구에 공천을 신청했다. 손숙미 의원은 부산 중·동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경기 부천 원미을 후보로 공천됐다. 노철래 의원은 서울 강동갑에서 경기 광주로, 배은희 의원은 서울 용산에서 수원 권선구로 공천됐다. 충남 공주·연기에 공천을 신청했던 정진석 전 정무수석은 서울 중구에 전략공천됐다. 수원 영통에 공천을 신청했던 고희선 전 의원은 경기 화성갑에 전략공천됐다.

경기 파주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남양주갑 공천을 받은 송영선 의원은 '사전 공천' 논란까지 제기된다. 송 의원은 지난 14일 지역구민들에게 "박(근혜) 대표가 백의종군하지 말고 남양주에 가서 민주당 자리를 탈환하라고 해서 낯설고, 물선데 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 신인들도 '돌려막기'에 쓰였다.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허준영 전 코레일사장은 노원병으로 전략공천됐고 부산 북강서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배치됐다. 서울 양천갑을 노렸던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은 전여옥 의원의 지역구 영등포갑으로 전략공천됐다. 대구 동구갑에 공천된 류성걸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도 당초 대구 달서갑에 비공개 공천 신청을 한 바 있다.

[친이학살] 정몽준 "박근혜 사당화 공천" 직격탄... 친이학살 논란 이어지나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가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4ㆍ11 총선 공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무한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가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4ㆍ11 총선 공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무한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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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에서 탈락한 유정현 의원은 18일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4년 전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친박 학살' 논란이 불거졌던 18대 총선 공천 때와 마찬가지로 '친이 학살'이 벌어지고 있단 얘기였다.

정몽준 의원(서울 동작을)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열하면 모두 죽는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며 당내 비판세력을 제거하고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며 박 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또 "지금의 공천과정은, 총선이야 어떻게 되든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신에게 유리하면 원칙을 들먹이고 불리하면 침묵하는 것은 위선이고 거짓이다, 지금이라도 사당화 차원의 잘못된 공천에 대해서는 박 위원장이 책임지고 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특히 '무한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선거에서 질 경우, 새누리당은 책임론의 후폭풍 속에 존폐 기로에 놓인다"며 "개인이 아니라 당을 위해 새롭게 출발하지 않는다면 당을 사유화하고 있는 박 위원장은 총선결과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 공천을 '계파 공천'으로 규정하고 총선 패배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박 위원장이 질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들의 얘기처럼 '친이 학살'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생존한 현역의원들 중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특히 친이계 핵심 좌장인 이재오계는 수장만 남고 진수희(성동갑), 권택기(광진갑), 장광근(동대문갑), 신지호(중랑을), 안경률(해운대기장을) 등 '수족'이 전멸한 상황이다.

반면, 이날 9차 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 상당수는 친박계 인사들이었다. 친박계 김을동·송영선·이한구·서상기·유재중 의원이 공천받았고, 낙천됐던 정수성 의원도 손동진 후보의 금품살포 의혹으로 부활했다. 친이계 박준선 의원을 밀어내고 경기 용인을에서 공천을 따낸 정찬민 전 경기도당 대변인이나 충북 청주·흥덕을에 공천된 김준환 변호사도 박 위원장의 특보 출신이다.

[보수분열] 탈당 도미노 멈춰 세운 김무성... "적전분열로 좌파 도움 돼선 안 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뜻에 따라 백의종군하겠다"며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을)를 전략공천지로 확정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뜻에 따라 백의종군하겠다"며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을)를 전략공천지로 확정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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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학살 논란으로 불거진 '탈당 도미노'를 멈춰세운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보수 분열' 발언이었다.

25% 컷오프 룰에 포함돼 낙천 가능성이 제기된 김무성 의원(부산 남구을)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우파 분열의 핵이 돼서는 안된다, 당과 동지를 떠나면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며 당 잔류를 선언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인사들이 무소속 연대 혹은 보수성향 신당 '국민생각' 합류 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이끌 수 있는 인사로 평가된 김 의원이 스스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실제로 김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 이후 낙천 의원들의 이탈 움직임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탈당을 검토하던 진수희·안상수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당 잔류를 선언했다. 경남 거제에서 낙천한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당초의 신당 창당 입장을 접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경선 실시를 촉구했던 정해걸 의원(경북 군위·의송·청송)도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을 떠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종로에서 낙천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아쉽고 안타깝지만 적전 분열로 4년간 이명박 대통령을 모시고 일했던 청와대 앞마당인 종로를 야당에 내줄 수는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성향 신당 '국민생각'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당초 국민생각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새누리당의 낙천 인사들을 영입해, 몸집을 불려서 4월 총선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 중 국민생각에 입당한 이는 전여옥 의원 한 명뿐이다.

급기야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생각이 보수의 분열이라는 주장은 새누리당의 생각이지 국민의 생각과 주장이 아니다, 국민생각은 보수의 재건을 꿈꾸고 있다"며 직접 나섰다. 가시화됐던 제3세력 구성이 '보수분열' 논란으로 멈춰섰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또 "오늘날처럼 보수를 망가트린 것은 불행하게도 새누리당"이라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모든 범 중도 우파 정치세력에 조건 없는 즉각적 연대와 통합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은 "국민 공감이 없는 통합이나 연대는 있을 수 없다"며 박 대표의 제안을 거부한 상황이다.


태그:#새누리당, #4.11 공천, #돌려막기, #친이학살, #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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