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 KBL 플레이오프 최후의 4팀이 정해졌다. 원주 동부와 울산 모비스가 맞붙는다. 안양 KGC와 부산 KT가 만난다. '진양조' 같은 동부-모비스 경기와 '휘모리' 같은 KGC-KT 경기가 기대된다.

 

 지난 5일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들이 의지를 다지고 있다. (왼쪽부터)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KT 전창진 감독, KGC 이상범 감독, 동부 강동희 감독, KCC 허재 감독, 모비스 유재학 감독

지난 5일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들이 의지를 다지고 있다. (왼쪽부터)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KT 전창진 감독, KGC 이상범 감독, 동부 강동희 감독, KCC 허재 감독, 모비스 유재학 감독 ⓒ KBL

원주 동부 vs 울산 모비스 

 

최단기간우승(123일) 최소경기우승(47경기) 최다승(44승) 최다연승(16연승) 최고승률(.814) 최소실점(67.9점) 등 정규리그 대표 기록은 동부가 다 갈아치웠다. 강동희 감독의 최단기간 100승(842일)도 자연히 딸려왔다. 시즌 막판 군에서 복귀한 이광재는 동부 산성의 외각 성벽을 더 견고히 만들었다. 다른 팀들에게는 재앙에 가까웠다.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이 버티는 골밑 높이는 설명해봐야 식상하다. 익히 알려져 있다. 동부는 모비스가 KCC와 경기서 좀 더 힘을 빼길 내심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될 게 없다. 동부는 자타공인 '우승후보 0순위'다. 

 

모비스가 동부 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다소 밀린다. 하지만 올 시즌 모비스는 예측할 수 없는 팀이 됐다. 시즌 내내 모비스가 쓴 기록은 이제 의미가 없다. "함지훈 복귀 때까지 6강 언저리에서 버티면 된다"던 유재학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함지훈 복귀 후 모비스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기세를 이어 모비스는 플레이오프 6강에서 KCC를 시리즈 전적 3-0으로 가볍게 제쳤다. 함지훈 효과는 박구영과 테렌스 레더의 동반 상승을 이끌었다. 모비스는 상대가 함지훈만 막는다고 되는 게 아님을 증명했다. 6강에서 3게임 밖에 안 치렀다는 점은 체력적 부담이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경기 감각은 동부 보다 오히려 좋은 상황이다.

 

 동부 박지현(왼쪽)과 양동근

동부 박지현(왼쪽)과 양동근 ⓒ KBL

김주성의 노련함과 함지훈의 영리함이 보는 재미를 더할 것으로 생각한다. 동부는 얼마나 정규리그 감각을 되찾느냐가 숙제다. 모비스는 최강의 수비진을 자랑하는 동부를 상대로 6강전과 같은 외곽슛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1차전이 갖는 의미는 당연히 중요하다. 

 

강동희 감독과 유재학 감독 모두 수읽기가 능하다. 동부와 모비스 선수들도 변화 대응능력이 좋다. 벤치 분위기가 코트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쉽게 분위기를 빼앗기는 팀들이 아니다. 일희일비하는 경기가 나올 가능성이 적다. 시리즈가 쉽게 한 쪽으로 쏠릴 것 같지 않다. 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화끈하고 빠른 것 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며 봐야 맛이 살 경기다. 한 손에 커피 한 잔 들고 사색하는 그림이 알맞은 경기다. 

 

안양 KGC vs 부산 KT 

 

꾹꾹 참고 '시간'을 뿌린 KGC가 결국 올 시즌 뿌린 대로 거두고 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젊음이 강점이다.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빠른 농구가 무섭다. 김태술 박찬희 이정현을 경우의 수로 조합해 전혀 다른 가드 라인으로 변할 수 있다.  

 

다만, 정규리그에서 보여줬던 공격패턴의 다`양화는 필요해 보인다. 속공이 강한 KGC는 세트 오펜스에서는 묵직함이 약했다. 플레이오프 4강 준비 기간 동안 오세근 활용방안을 찾았을지도 궁금하다.  

 

시즌 막판 오세근은 스크린과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오세근을 다른 빅맨처럼 쓰기에는 오세근이 지닌 재능이 아깝다. 정규리그는 선수의 미래와 큰 그림을 그리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플레이오프다. 과정은 필요 없다. 승리가 최고인 순간이 됐다. 오세근은 다재다능함이 무기인 선수다. 결국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끄는 것은 이상범 감독의 능력 문제가 됐다. 크리스 다니엘스가 얼마나 찰스 로드와 높이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지도 변수다.

 

 KT 찰스 로드(왼쪽)와 KGC 크리스 다니엘스

KT 찰스 로드(왼쪽)와 KGC 크리스 다니엘스 ⓒ KBL

올 시즌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도 아닌, 정규리그 개막전 미디어데이에서 전창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 가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올해 KT는 플레이오프를 정조준 해서 달려왔다. 시즌 내내 구박받던 로드는 KT를 4강으로 이끌었다. 16일 전자랜드와 6강 5차전에서 연장으로 끌고 간 건 로드다.

 

최고의 생명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로 로드는 역사에 남을 수 있다. 조성민의 부진은 털어내야 한다. 그러나 체력 회복도 빡빡한 하루 휴식일이다. '정신력'이라는 구태의연한 말이 KT에게 필요하다. 어쩔 수 없게 됐다. 5차전까지 치른 손해다. 

 

작전 타임 시 KT통역의 열정적인 통역도 시청자에게는 약방의 감초다. 작전판이 안 보여도 통역말만 잘 들으면 전창진 감독의 지시를 짐작할 수 있다. 

 

KGC와 KT는 속도감 있는 경기가 기대된다. 젊은 선수가 주축인 KGC는 분위기를 잘 탄다. KT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션 오펜스가 장점이다. 로드는 KT에서 고무공 탄력을 담당하고 있다. 어느 한 팀이 분위기를 탈 가능성이 높다.

 

모든 걱정이나 복잡한 일들을 내던지고 즐기기 알맞은 경기다. 순간순간 장면을 느끼는 맛이 있을 경기라 생각한다. 피자 한 조각에 병맥주를 들고 눈이 빠르게 돌아가는 그림이 어울려 보인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naver.com/komsy

2012.03.17 14:15 ⓒ 2012 OhmyNews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KBL 모비스 KT 동부 K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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