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선수 자원 확보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동포선수' 및 '귀화혼혈선수제도'라는 특별 규정을 만든 KBL.

KBL의 팬이라면 누구나 전태풍, 문태영, 이승준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소속 팀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귀화 혼혈 선수는 한 구단과 최대 3년까지만 계약을 할 수 있으며, 재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약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선수들의 영입을 희망하는 구단이 없을 경우, 원 소속 구단과 재계약 할 수 있다. 하지만 3명의 선수 모두 KBL에서 최상위의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기에, 새로운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렇기에, 재계약은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 KBL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해외동포선수 김효범의 국적회복 논란과 해외동포규정에 관련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BL의 필요에 의해서 선수를 받은 것이고, 규정 아래서 잘 뛰고 있기 때문에 문제점이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한국 무대에 입성한 김효범. 국적회복이 필수 조건은 아니었기에, 그러한 사항으로 단점을 찾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엄연히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있는 김효범이, 대한민국으로 귀화한 귀화 혼혈선수들과는 달리, 한 팀에서 3년밖에 뛸 수 없는 그런 규정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서울 삼성의 이승준은 지난 3월 1일 삼성에서의 홈 고별 경기 이후, 최근 중국 팀들로부터 계약을 제시 받고 있음을 이야기 했다.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인 그를, 중국 리그의 팀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단정 지어서 말하지 않은 이승준이다.

KBL에서는 3년마다 계속 팀을 옮겨야 하지만, 중국리그에서 뛰게 될 경우 자신이 뛰고 싶은 팀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물론 3년이라는 필수 조건도 없다. 그리고 현재 KBL에서 받는 연봉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귀화혼혈선수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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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이승준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KBL 팬들의, 삼성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아 왔기에, 불합리한 규정을 적용 받으면서도 한국 무대에 남아야만 할까? 1년에도 수두룩하게 열리는 KBL 이사회. 그러한 KBL 이사회에서는 귀화 혼혈 선수 제도가 생긴 이래로, 단 한 차례도 규정 변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 현재의 제도와 규정에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KBL은 조급해졌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아주고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해주었기에, 귀화 혼혈 선수들 또한 당연히 큰 만족감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KBL. 규정 변화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KBL 팬들은 이승준의 모습을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이승준 하나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4명의 귀화 혼혈 선수 중 개인 기량이 가장 떨어지는 이승준이 중국 리그로 떠난다면, 전태풍과 문태영, 문태종 등도 차별 당하는 삶에 회의를 느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캐나다 국적의 선수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차별'이란 느낌을 계속해서 받으며 뛰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중국 리그에서는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고 있어서, 외국인 선수와는 별도로 아시아 선수를 추가로 한 명 영입할 수 있다. 이승준을 비롯한 귀화 혼혈 선수들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기에, 중국리그에서 뛸 경우 그 소속팀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3년 사이에 KBL을 좌지우지 했던, 그리고 많은 팬들을 신명나게 했던 이 선수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면, KBL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제 어느 정도 리그 수준이 올라섰고, 쓸만한 신인 선수들도 대거 등장했기에, 아무런 걱정과 염려 없이 떠나려면 떠나라는 생각을 할까.

귀화 혼혈 선수들이 바라는 점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많지도 않다. 그저 한국인으로 대우해 달라는 것뿐이다. 한국인 선수들은 분명 '3년까지밖에 한 팀에서 뛸 수 없다'라는 규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심지어 캐나다 국적의 해외 동포 선수도 이러한 규정에서 자유롭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에 대한 역습...KBL, 서둘러 규정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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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혼혈 선수들은 부모 중 한 명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 팀에서 3년밖에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한 팀에서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도 없다. 계속 떠돌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소원은 그 '3년'이란 규정만 없애 달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팀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기에, 지금 당장은 그 규정에 대한 변경이 무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선수들의 3년 뒤를 생각해서, 미리 규정 변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는 있다. 문태종까지 팀을 옮기게 되는 내년 이후부터 변경된 제도를 시작한다는 말만 공표해도, 이승준은 확실히 한국 무대에 남겠다는 생각을 굳힐 것이다.

이승준의 인터뷰 내용은, 여태까지 그들이 당하고 느꼈던 차별에 대한 역습이다. 과연 현재의 KBL에서 전태풍, 문태종, 문태영, 이승준이 빠진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들은 이미 KBL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근시안적인 시각만으로 리그를 운영해 나가는 KBL에, 이승준의 역습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해외동포선수 특별 규정으로 한국 무대에 들어선 캐나다인 김효범은, 리그에 아무런 불만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한국인과 동일한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똑같이 특별 규정인, 귀화혼혈선수 규정으로 한국 무대에 나타난 선수들은 '차별' 대우를 받으며 조금씩 그들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갖기 위해 귀화까지 했지만, 한국인과 다른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는 국가대표로 누굴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거듭했던 KBL. 귀화혼혈 선수들이 차별로 인해 한국 무대를 떠나버린다면, 그러한 고민은 앞으로 할 필요가 없어진다. 순수 국내 선수로만 국가대표를 선정하면 되기에, 머리가 홀가분해지는 것이다.

이승준의 중국행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제 KBL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과연 귀화혼혈선수 규정 변경에 대한 KBL 이사회는 언제쯤 열릴까. 설마 이승준의 중국행 이야기가 나왔음에도, 이 전과 마찬가지로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승준 전태풍 문태영 KBL 귀화혼혈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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