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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지하철 기관사 이아무개씨(43)가 갑자기 지하철로 뛰어 내려 자살을 했습니다.

고인이 된 이씨는 공황장애를 앓아 지난해 6월 열흘간 휴가를 내고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공황장애로 기관사로 일하기 힘들다며 내근직으로 전직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괴로움을 호소해 온 것으로 밝혀져서 주변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공포 "나는 심장병으로 죽고 말 것"

공황 발작이 오면 흉부의 통증이나 압박감,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이 마구 뜀, 질식할 것 같은 느낌,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막히는 느낌 등의 증상과 함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고 미쳐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공황 발작이 오면 흉부의 통증이나 압박감,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이 마구 뜀, 질식할 것 같은 느낌,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막히는 느낌 등의 증상과 함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고 미쳐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 대한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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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이보다 더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을 일으키는 것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기질적 심장병으로 죽고 말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공포로 몸서리쳤다. 환자의 그러한 생각은 떨쳐버리기 몹시 힘들었는데 왜냐하면 환자의 증상을 불러일으킨 신경증적 상태로 인한 우울과 절망감이 그의 상상을 더욱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씨가 겪은 것으로 알려진 공황장애에 대한 인류 최초의 기록입니다. 아마도 고인이 된 이씨가 겪었던 공포가 이와 같지 않았을까요?

공황상태와 같이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실제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면 누구에게나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우리의 몸의 반응입니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이나 불안을 느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 이런 경험을 시도 때도 없이 하게 된다면 일상적인 생활을 제대로 이어가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상태가 공황장애입니다.

공황장애, 마음의 병 아니다

일반적으로 정신적인 장애라고 하면 단지 마음의 병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나약한 의지력을 강조하고, 정신적으로 강해지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공황장애를 마음의 질병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습니다.

남궁기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공황장애는 우리 뇌 속의 위험경보장치로 작용하는 부위가 병적으로 예민해져서 발생하는 신체적 질병"이라며 생물학적인 원인에 의한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 이상 공황 발작을 경험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30% 정도가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흔하게 일어나는 공황발작은 대개 한번에 그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며, 이러한 경우는 공황장애라고 진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중 공황장애까지 이르는 사람은 그 중 10분의 1인 전체 인구의 약 3% 정도이고, 우리나라에서의 공황장애의 유병률은 대개 1~2%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황장애, 우울증 진행을 막아야

가톨릭대학교가 지난 2007년 서울도시철도공사에 근무하는 기관사 836명을 상대로 특별건강검진을 한 결과에 따르면, 기관사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인의 2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4배, 공황장애는 7배나 높았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고인이 된 지하철 기관사 이씨의 경우 공황장애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황장애의 발병이 기관사의 근무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는 일반적으로 청년기에 발생해서 만성적인 경과를 보입니다. 대부분 공황장애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는 정도로 호전되지만, 10~20%의 환자들은 심한 증상을 가진 채 만성화됩니다. 그리고 이들 환자들의 절반 가량에서 우울증이 나타나고 이때 자살의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지난 2003년 8월 공황장애를 앓던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두 기관사가 며칠 사이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기관사 모두 30대의 젊은 나이였으며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과거의 일을 떠올린다면 기관사 이씨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좋지 않은 경과에 해당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기 진단이 치료의 관건

대부분의 공황장애 환자들이 자신이 공황장애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심장이나 다른 신체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오해하고 여러 과를 전전하며 여러 가지 검사들을 반복해서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거의 대부분 완쾌되는데, 약물치료만으로도 공황 장애의 전 단계인 공황 발작은 거의 대부분 차단시킬 수 있습니다.

남궁기 교수는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거의 대부분 완쾌된다"면서 "약물치료만으로도 공황 발작은 거의 대부분 차단시킬 수 있으며, 6개월 이상 약물투여를 하면 과민해진 뇌 속의 위험경보장치 부위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한편 사소한 신체변화를 공황 증상과 연결시키지 않도록 하며 병의 개념과 발작 증상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주고 안심키는 인지치료나, 이완요법 등의 행동치료를 통해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들과 직장 등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도 공황 발작을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에서 고인이 된 이씨에 대해 내근직으로 전근시키는 등의 배려를 더 빨리 취했더라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태그:#공황 장애, #공황 발작,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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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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